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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Sep 07. 2020

엘리베이터에서 나에게 인사하는 아이.

솔선수범 프로젝트_친절이 필요해

 지하주차장에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다. 잠시 후 1층에서 초등학교 2~3학년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탔다. 그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인사를 한다. 처음 보는 아이다.

"안녕하세요"

"어.. 어.."

 나는 순간 아주 많이 당황했고, 그런 내가 부끄러웠다. 나는 회사에서 사내 예절을 가르치고 있다.

1. 인사는 내가 먼저 한다.
 
2. 인사는 반갑게 웃는 얼굴로 한다.
 
3. 인사는 두 눈을 마주 보고 한다.

 내가 교육하는 내용을 나는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그 아이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어른들은 대부분 당황해하거나 모른척했다. 나는 더  부끄러웠다.

 그 뒤로도 나는 몇 번이나 더 엘리베이터에서 그 아이를 마주쳤고, 그때마다 반갑게 아이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리고 그걸 계기로 그 아이만큼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지는 못해도, 내릴 때 간단한 목례라도 꼭 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나도 꼭 저렇게 교육을 시키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의 삶은 아주 작은 친절들로 인해 많은 것들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그 아이의 작은 친절은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었고, 그 아이와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냈다. 나는 내 아이의 교육에 대한 생각도 바뀌게 되었고, 다른 이웃들과의 관계가 더 좋아질 수도 있다. 아이의 친절은 그렇게까지 큰 변화를 기대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아이 스스로도 단지 부모의 교육을 잘 실천하는 것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아이의 친절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의 친절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친절은 스쳐 지나가기 마련이고, 불만만큼 임팩트가 크지도 않으며, 행동을 이끌만한 동력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친절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친절을 베푸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큰마음을 먹고 친절하기로 결심을 한다고 해도 길게 가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친절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친절들은 어딘가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고, 기쁨을 이어가고 있다. 단지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이고, 우리에게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좀 오래 걸릴 뿐이다.

 우리는 우리가 왜 친절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항상 "굳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굳지 내가 그것까지 해야 해?"

"굳이 그렇게 까지 해야 해?"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당연한 것에 "굳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항상 어릴 적에 인사를 잘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았었고, 인사를 잘하는 아이로 자라왔다. 그리고 한 번도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에게 인사의 중요성은 성장기에만 국한되는 가치는 아니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당연한 듯이 우리가 서로 나누어야 할 기본적인 예의이고 미덕이라는 것이다.

 개인의 삶이 중요해져 가고, 삶의 경쟁이 치열해진다고 해도,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삶이 힘이 들고 정말 어렵다고 해도, 우리가 친절하지 못할 이유가 되진 않는다. 내가 인사를 먼저 한다고 해서 나의 삶이 더 힘들어지거나, 내 상황들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가 나누는 작은 친절들이 서로의 위로와 위안이 되어, 나의 삶의 무게를 조금은 덜 무겁게 해 줄 수도 있다.

"친절이 필요해"

 힘든 삶일 수로, 우울한 일상일수록, 어려운 상황과, 지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을수록 우리는 친절해야만 한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말이다. 내가 힘든 상황에서도 베푼 친절들은 분명히 새로운 변화들을 만들어 낼 것이고, 그 변화들은 전혀 달라질 것 없는 내 삶을 조금씩 변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 나 스스로에게 베푸는 친절은 어쩌면 더 많은 것을 더 빠르게 변화시킬지도 모른다.

내 마음에게도 먼저 인사하는 것.

 가만히 들여다보면 조금 힘든 나에게도 인사할 수 있다. 스스로 안부를 묻고, 힘든 이유를 듣고, 가만히 기다려 줄 수도 있다. 조바심 내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차분히 내 마음에 베푸는 그 작은 친절만으로도 내 마음은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친절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나에게도. 남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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