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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Sep 24. 2020

아이 옷 사는 건 너무 어려워

대참사가 일어났다.

 나이가 들어서 쇼핑이 편해지는 이유는 내 몸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쌓아온 온라인/오프라인의 쇼핑 경험은 나에게 어떤 스타일의 옷이 잘 어울리고 안 어울리는지, 그리고 나에게 잘 맞는 옷의 사이즈는 무엇인지, 심지어 내가 자주 구매하게 되는 브랜드도 생겨서, 새로운 브랜드의 옷이 눈에 들어온다고 해도 세부 치수를 내가 선호하는 브랜드와 비교해서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어릴 때보다는 쇼핑에 대한 성공률이 높고, 구매한 제품을 반품하거나 교환하는 경우도 거의 없어졌다.

 그래서 아이의 옷을 사는 것이 더 어렵다고 느껴진다. 기본적으로 이 아이가 어떤 옷이 어울릴지를 모르겠다. 물론, 아이들은 뭘 입어도 다 이쁘고 귀엽다는 기본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분명히 더 잘 어울리고 덜 어울리는 것은 있을 텐데 그것에 대한 감이 전혀 없다.

 게다가 지금 우리 아이가 입는 옷의 대부분은 물려받은 옷들이다. 헌 옷이라고는 하지만, 모두들 선물 받았던 옷이거나 너무 예뻐서 구매한 옷들이었기 때문에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입히고 있지만, 여러 명에게 다양한 옷을 받다 보니 우리 아이는 가끔은 큰 옷을 입기도 하고, 어쩔 때는 조금 작아 보이는 옷을 입기도 한다. 그 옷들의 정보를 토대로 우리 아이의 사이즈를 가늠하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 아이의 쇼핑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어려워진다.

 그래서 아이의 옷을 사는 것이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어울리는 스타일이 뭔지도, 우리 아이가 입었을 때 편한 옷은 어떤 건지도, 심지어 지금 아이의 정확한 사이즈가 어떤지도 잘 모르겠다. 게다가 제일 중요한 것은 항상 아주 맘에 드는 옷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선택에 있어서의 고민은 더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지금 딱 맞을 만한 사이즈의 옷을 사자고하니, 얼마 못 입힐 것 같고, 조금 큰 걸 사자니 계절이 걸리고, 내년까지 입을 걸 사자니 지금은 거의 어른 옷을 입힌 모양이고....

 아이의 옷을 고르고 산다는 것은 초보 엄마, 아빠에게는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시로 아이의 옷을 보고 있고, 나도 모르게 충동구매를 하곤 한다.

 얼마 전에 이번 명절을 맞이해서 귀여운 가을 옷을 사주고 싶어서 충동구매를 했다. 특히, 나와 아내가 함께 산 커플 티셔츠가 있는데, 그것과 비슷한 것을 발견해서 다 같이 패밀리룩을 완성해보자는 욕심도 있었다. 지금 아이가 입는 옷들의 사이즈를 고려해서 잘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아내가 보내온 사진을 보고 나는 정말 빵 터졌고, 정말 아이의 옷을 산다는 것이 보통 난이도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첨부된 사진이랍니다.ㅎㅎㅎ

 아이들에게 예쁜 옷을 입히는 것은 어쩌면 오로지 부모들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우리 아기에게 예쁜 옷을 입혀주고 사진을 찍어주는 것은 육아에서 받는 큰 선물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욕심이 이 아이가 성장했을 때, 어린 시절의 다양한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겨져 있다면, 우리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행복한 선물이지 않을까? 쉽지 않은 일이지만, 더욱 분발해서 핫한 패셔니 베이비를 만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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