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중에 할머니 싫다고 할 거야?

할머니들의 슬픔

by 박희종

예전에 직장동료가 자신의 아이는 친할머니를 싫어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무슨 이유인지를 들어보니, 자신들이 뭔가 일이 있으면, 항상 아이를 봐달라고 자신의 어머니에게 부탁하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자신의 아이는 친할머니를 만나면 엄마, 아빠가 어딘가를 간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는 맡기러 가는 것이 아니라, 주말이나 명절에 인사를 하러 가도 할머니만 보면 운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참 슬픈 일이다라고 생각을 하고 넘어갔지만, 어느새 우리 주변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처제가 복직을 하고 조카의 등원을 도와주시던 장모님에게 조카가 비슷한 말을 한 것이다. 장모님께서는 그 말에 꽤 큰 충격을 받으셨고, 눈물까지 보이셨다고 했다. 그래서 그날 오후 우리 아이가 놀러 가자, 장모님께서는 슬픈 목소리로 농담처럼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이다.

"너도 할머니가 봐주면 나중에 할머니 싫다고 할 거야?"

울먹거리시며 하셨다는 장모님의 이야기에 나는 그만 마음이 덜컥했다. 누구보다 손녀들을 아끼고 예뻐하시는 장모님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힘든 과수원일을 하시면서도 새벽마다 조카의 등원을 위해 나가시는 그 노고를 알고 있다 보니, 저 마음이 얼마나 쓰리실까 너무나도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조카의 생각은 아주 단순했을 것이다. 엄마와 아빠가 좋은데, 할머니가 오시면 엄마와 아빠가 없어진다. 그러니 나는 할머니가 오는 것이 싫다. 아직은 너무나 어려서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이해는 가지만, 상황이 너무 슬프다.

우리 큰누나의 첫 조카는 우리 어머니께서 길러주셨다. 어머니께서는 하시던 일까지 관두시고 맞벌이하는 큰딸을 위해 육아를 담당하셨다. 조카가 6살까지 주중에는 아예 우리 집에서 맡아서 길러 주셨다. 그러다 둘째를 갖게 된 누나는 결국 회사를 관두게 되었고, 그때부터는 누나가 모든 육아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그 첫 조카는 아직도 외할머니를 각별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너무 어릴 적 기억이고,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할머니에 대한 애정이 식을 줄 알았지만, 조카가 크면 클수록 할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각별해지는 것이다. 항상 맛있는 것을 먹을 때는 할머니를 먼저 챙기고, 할머니 뒤를 졸졸 따라다니더니, 중학교 때부터는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할머니의 집을 혼자 찾아가서 자고 오기도 했다. 심지어 엄마에게 혼이 나거나 친구들과 싸우고 속상할 때도 할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속 얘기를 하며 위로를 받기도 했다. 어느새 고등학생이 돼버린 그 아이는 나중에 자신이 돈을 벌기 시작하면 할머니에게 효도하겠다는 말까지 한다.

나는 모두 쌓인다고 생각한다. 아직 어린아이라서 지금 잘해주는 것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고, 결국은 엄마가 최고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하겠지만, 자라면서 받아온 사랑은 어딘가에 다 새겨지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엄마와 떨어지고 아빠와 떨어지는 것이 싫어서 나를 위해 새벽부터 달려오시는 할머니의 사랑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자라면서 내가 얼마나 커다란 사랑을 받고 자랐는지 다 알게 된다고 생각한다.

자라면서 우리는 부모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 자라고 나서는 부모가 모든 것을 채워주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부모가 되어보니, 부모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아이가 자라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전부 일수는 없다. 크게는 조부모와 이모, 고모, 삼촌들의 사랑이 필요하고, 작게는 한동네의 이웃과 친구들의 도움도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좀 더 아이들에게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알려주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너는 우리 모두가 함께 돌보고 있는 것이라고.
너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너를 잘 자라게 하기 위해 도와주고 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너는 항상 모두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표현해야 한다고.

장모님의 상처는 아마 다시 아물 것이다. 원래 할머니들의 상처는 손주들의 애교로 치료되니까 말이다. 다만, 그래도 혹시 남겨진 상처가 있으시다면 꼭 알고 계셨으면 좋겠다. 사랑받은 아이들은 자신이 받은 사랑을 절대 잊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