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육아 독립을 할 수 있을까?

어머니들의 나머지 공부

by 박희종

나의 아내는 육아휴직 중이다. 아내는 복직을 할 예정이고, 일정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아내의 복직에 있어 우리의 고민은

1. 육아휴직기간을 모두 사용할 것이냐? 아니면 혹시 모를 일들을 대비하여 일정 기간을 남겨둘 것이냐?

2. 어린이집을 언제부터 보낼 것이냐?

3. 어느 어린이집을 보낼 것이냐?

이 3가지다. 문제는 모두 복합적이어서, 복직 기간에 따라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는 시기가 결정이 되고, 어린이집을 가는 시기에 따라 보낼 수 있는 어린이집이 결정된다.

우리는 최근에 시간이 될 때마다 이 문제를 가지고 상의를 하는데, 제일 큰 문제는 우리가 보내고 싶어 하는 어린이집의 빈자리가 3월에 난다는 것이다. 아내는 아무리 복직을 미뤄도 1월 말이기 때문에 결국 우리의 선택지는

1. 복직을 좀 당기고, 보낼 수 있는 어린이집을 보낸다.

2. 복직을 최대한 늦추고, 2달 동안 아이를 봐줄 사람을 찾는다.
그래서 우리가 보내고 싶은 어린이집에 보낸다.

이 둘 중에 하나이다. 아이를 처음으로 떨어뜨리는 일이기도 하고, 아이의 첫 사회생활이기도 하다 보니, 우리 부부는 여간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상황은 이미 결정되어 있고, 그 안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게 정말 쉽지 않다.

우리가 2번의 방법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2달의 공백을 채워야 하는데, 제일 먼저 고려되는 것은 당연히 할머니들이었다. 우선순위는 가깝게 살고 계신 장모님이신데, 과수원 일을 하고 계시고 이미 처제의 아이를 어느 정도 케어해주고 계시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 차선은 나의 어머니인데, 나의 어머니는 연세도 많으시고 멀리 사신다. 결국, 손주를 봐주시기 위해 먼 길을 모셔와야 하며, 우리 집에 오셔서 지내셔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 물론, 우리 아이를 너무 좋아해 주시고, 불편함도 기꺼이 감수해 주시겠지만 팔순이 다되어가시는 노모에게 육아를 부탁하는 것은 너무 죄송한 일이다. 그렇다면 결국 육아를 도와주실 분을 구하거나, 맡길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어머니는 내가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숙제를 다 했다고 하셨다. 삼 남매를 낳아 기르고 마지막 막내아들까지 장가보내니 자신의 할 일은 다 끝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자식들이 결혼을 하고, 기다리던 아이가 나오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나머지 공부를 해야 할 숙제 다시 생기기 시작한다. 우리에게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자 비빌 수 있는 언덕이고, 급할 때 찾는 119이자, 지혜를 구하는 검색창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육아하는 동안 챙기지 못하는 끼니를 위해 양가 부모님은 서로 밑반찬이며, 음식들을 싸주신다.

우리는 육아 독립을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육아휴직을 하고 아내가 온전히 아이를 돌보는 입장이지만, 아이가 크면 클수록 우리는 수시로 도움을 청해야 하고, 부탁을 드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분들은 힘들고 어려워도 결국은 해주시곤 할 것이다.

나는 주말에 아이와 아침산책을 하는데, 5개월쯤 된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노부부와 자주 마주친다. 몇 번의 만남을 통해 가벼운 인사를 나누거나, 아이에 대한 간단한 대화 정도는 하는 사이가 되었다. 나는 그 노부부를 뵈면서 참 여러 가지 생각에 오고 간다. 두 분의 너무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며, 두 분의 인생의 새로운 기쁨이 생긴 것 같아 흐뭇하기도 하고, 한평생 고생하며 살아온 삶에 아직 새로운 책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짠하기도 하다.

육아에 관한 글은 항상 답도 없고 대안도 없다. (아빠들도 육아휴직을 쓰는 것이 당연해지는 시대가 오길 바라도 있을 뿐이다.) 다만 이런 글을 쓰다 보면 그냥 우리의 부모님들이 더 고마워지고 있다. 이미 충분히 커버린 우리에게도 그들은 여전히 베풀고, 희생하고, 나눠주시기 때문이다. 이미 가진 것도, 남은 것도 많지 않은 신 분들이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보답은 생각보다 간단할지도 모른다. 모두가 알고 있는 뻔한 정답. 자주 찾아뵙고, 자주 연락드리고, 제철의 맛있는 음식들을 모시고 다니며 함께 먹는 것. 이런 것들이 그분들께서 우리에게 평생 베풀어주신 것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것일지 몰라도, 그분들에게는 아주 큼 기쁨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부모니까 당연히 해줘야 하는 것도 없고, 자식이라고 당연히 받기만 해야 하는 것도 없다. 다만, 우리에게 베풀어주시는 부모님들의 마음은 항상 당연할 것이다.

내 자식이니까. 내 손자니까. 내가 아니면 누가.

그 마음을 적어도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