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품을 떠나가는 아이

품 안에 자식이라는 말

by 박희종

육아에 있어 나의 역할은 분명한 편이었다. 주중에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칼퇴를 하고, 집에 오자마자 아이를 안는다. 보통 6시 40분에서 7시 사이에 집에 오면 한 30분 정도를 열심히 아이와 논다. 책을 읽기도 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 목욕을 준비하는데, 혼자 잘 앉을 수 있을 때부터는 어린이 수영장에 물을 받아 놀이하듯이 목욕을 한다. 그 후에는 아내와 함께 로션을 발라주고, 기저귀와 옷을 입히고, 내가 아이의 머리를 말려주는 동안 아내는 분유를 탄다. 내가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양치까지 시키고 나면, 아이는 엄마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와 함께 자러 들어간다. 그쯤 되면 아이는 아주 많이 졸려하기 때문에 방에 커튼을 치고, 소리 나는 인형을 켜고, 문을 닫는 동안 내 품에서 얌전히 기다리다가, 깜깜해지면 자연스럽게 내 품에 안겨서 잠을 잔다. 5분도 안돼서 잠이 드는 경우도 있고, 1시간 넘게 내 가슴에서 뒤척일 때도 있지만, 저녁잠을 잘 때는 내 품이 편한지 엄마보다 나를 찾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그러던 아이가 얼마 전부터 내 품에서 잠이 드는 것을 싫어한다. 내가 재우려고 들어가면 내 품에서 꼼지락거리며 자꾸 내려오려고 한다. 원래 낮잠을 잘 때 엄마와 함께 바닥의 매트리스에서 뒹굴거리며 놀다 자는 것을 좋아하는데, 밤에도 그렇게 자기 바라는 것이다. 아이가 바닥에 내려오면 나도 옆에 누워서 같이 장난을 치기도 하고, 나에게 비비적거리며 애교를 부리기도 해서 나도 나름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막상 품에 안아서 자장가를 불러주며 재우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

나는 원래 아이가 더 어릴 적부터 안아서 재우는 것이 좋아했다. 많은 선배들이 안아 버릇하면 안 된다고는 했지만, 아이가 내 품에 온전히 기대서 잠들어 있는 모습은 매번 나의 심장을 멈추게 할 만큼 사랑스럽기 때문에, 나는 항상 품에 안아 재우곤 했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재울 때 불러주기 위해, 내 아이만을 위한 자장가를 만들어주기도 했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인 '사운드 오브 뮤직'의 OST들을 가사를 보며 외우기도 했다. 그런데 내 품에서 그렇게 잘 자던 아이가, 아니 졸리면 내 품을 찾던 아이가 어느새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문득 내 품을 떠난다는 생각이 들자, 아기띠를 하는 외출도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점점 커가고 있고, 멀지 않은 시기에 걷게 될 것이다. 그럼 나갈 때마다 내 품에 매달려 있던 아이도 이제 자신의 다리로 걷고 뛰게 되는 것이다.

"아기띠 하고 이렇게 외출하는 것도 진짜 얼마 안 남았겠지?"

"아마도?"

"그럼 더 자주 나와야겠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안아보게."

어른들이 이야기하던 "품 안에 자식"이란 말이 점점 실감이 되기 시작했다. 아이가 점점 성장하고 자라면서 나를 보고 많이 웃어주고, 나와 더 많은 교감들이 생기고 그래서 점점 더 아이가 이뻐지고 소중해지기도 하지만, 그런 만큼 점점 내 품을 떠나가는 아이에 대한 아쉬움도 커져가는 듯하다.

어제는 아내가 아이의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왔다. 아이는 곧 가정이 아닌 새로운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엄마도 아빠도 없다. 처음에는 많이 울고 낯설어하겠지만, 결국에는 적응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나갈 것이다. 우리 모두가 겪어왔고, 그렇게 성장해온 과정이지만, 아이가 우리와 떨어지는 시간임 생긴다고 하니, 그냥 왠지 섭섭해지고 아쉬워지는 마음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요즘 하루 종일 엄마 껌딱지를 하는 아이 때문에 내가 퇴근을 할 때쯤이면 아내는 항상 녹초가 되어있다. 내가 퇴근해서 아이와 함께 있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아내는 침대에 편히 좀 눕기도 하고, 소파에서 좀 널브러져 있기도 하는데, 그래도 아이를 재우러 들어가기 전에 꼭 한번 아이를 안아 본다. 하루 종일 안아달라는 아이의 투정에 힘이 들어도, 막상 긴 밤동안 안지 못할 아쉬움에 한번 더 안아보는 것 같다.

아마도 아내도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점점 더 내 품을 떠나는 아이가 아쉬운 만큼 안을 수 있을 때 더 실컷 안아줘야 할 것 같은 마음. 물론 아무리 많이 안아도 우리의 품을 점점 떠나는 아이는 똑같이 아쉬울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한 번이라도 더 안아보고 지금의 이 행복을 맘껏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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