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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Apr 20. 2021

어린이집에 다니면 어쩔 수 없어요.

부모님들 파이팅

 아이가 2주째 코감기에 걸려있다. 처음에는 조금씩 맑은 콧물이 조금씩 흐르더니, 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아침에 아이를 안아보니 이마에 열이 느껴졌다. 아내는 후다닥 회사에 얘기를 하고 연차를 올렸고, 나는 중요한 강의가 있어서 오후에 반차를 쓰고 나왔었다. 신기한 것은 그 쯤에서 주변에 아는 아이들은 모조리 코감기에 걸린 것이다. 심지어 시기도 비슷해서 목요일에서 금요일 사이에 조카부터 시작해서 회사 직원들의 아이들까지 다 같은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소아과 의사는 비슷한 증상의 아이들로 넘쳐났고, 주변의 부모들은 모두 비상에 걸렸다. 우리는 맞벌이를 하고 있다 보니, 아이의 상태가 안 좋아지면 정말 상황이 곤란해진다.  한창 과수원 일이 시작되는 시기인 처갓집에 맡기기도 어려웠고, 멀리 살고 있는 우리 어머니를 모시고 오는 것도 만만치는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이의 감기는 주말에 많이 좋아졌고, 코감기의 증상만 남은 채 열도 내리고, 기침도 많이 나아졌다.

 그런데 문제는 코감기가 쉽게 낫지가 않는 것이다. 누런 코가 항상 코 주변에 나와 있었고, 자주 닦아주다 보니 아이의 코는 헐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코가 많으니 숨을 쉬기에도 불편했고, 잘 때도 자주 깰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2주 동안 3~4일에 한 번씩은 병원에 들려 약을 새로 받아오곤 했고, 결국에는 항생제까지 쓰는 상황이 되었다.

"코를 빨리 없애주는 게 좋아서 우선은 항생제를 좀 써볼게요."

 아이에게 항생제를 먹인 다는 것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아이가 빨리 낫는 것이 더욱 중요하니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참 약을 먹기 싫어서 도망 다니던 아이가, 요즘에는 쿠기의 유혹에 혹해서 쉽게 약을 먹기는 한다. 그런데 문득 이렇게 감기가 길어지다 보니 지난번 감기 때 소아과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문득 떠올랐다.

"어린이 집에 다니면 어쩔 수가 없어요. 감기를 좀 잡으려면 며칠 쉬어다가 보내는 것이 좋죠."

 많은 맞벌이 부모들은 공감하겠지만, 저 말은 부모의 마음을 쓰리게 하는 말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아이를 우리 마음대로 쉬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린이집은 우리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가슴 아픈 선택지인 것이다.

"어린이집 다니면 어쩔 수 없어. 감기 달고 사는 거지. 뭐."

아이들은 먼저 기른 선배님들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특히, 맞벌이어서 어린이집에 맡기는 시간이 조금 더 길 뿐이지, 요즘에 전업주부라고 할지라도 모두 어린이집에 많이들 맡긴다고도 이야기해준다. 물론, 현실이 그렇다는 것도 알고, 매일매일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새로운 활동을 하고 온 아이의 기록들을 보면, 어린이집에 가는 것이 더 좋은 부분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아이가 이렇게 아프고, 이렇게 감기가 쉽게 떨어지지 않으면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가 없다.

 요즘 아이는 재접근기인 것 같다. 유난히 엄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엄마의 품을 좋아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런 시기에 어린이집을 새로 옮기고, 아이가 아파서 컨디션이 나쁘다 보니, 아이는 아침마다 엄마와 떨어질 때 통곡을 하곤 한다. 엄마는 그 모습이 또 가슴이 아파서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고, 어린이집을 괜히 옮겼나 하는 후회까지 한다.

 하지만 아이는 우리의 걱정보다는 훨씬 더 잘 지내고 있고, 밥도 잘 먹고, 잠도 잘잔다고 한다. 그리고 퇴근 후 아이를 데리러 갈 때는 세상의 모든 근심을 사라지게 만드는 엄청난 표정으로 달려와 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달래준다. 아이는 우리의 기대보다 아이가 훨씬 더 강하고 씩씩하다는 것은 많이 느끼고 있다. 그리고 우리 아이는 잘 이겨내리라는 것도 안다. 그게 감기건, 새로운 어린이집의 어색함이건. 재접근기의 스트레스 건. 중요한 건 우리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약해지지 말고,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너무 자책하지 말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 우리의 최선이라고 조금은 더 담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우리 부모님들이 그랬던 것과 같을 것이다. 최고의 환경에서 좋은 것들만 주며, 자라게 하고 싶은 마음. 하지만 우리의 부모님들도 우리에게 모든 것을 해주시지는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우리 나름대로 방법들을 찾아가며 잘 자라고, 살아왔다. 그러니까 우리의 아이들도 분명히 잘해나갈 것이다. 그러니 조금 힘들고 지쳐도, 미안하고 가슴 아파도, 우리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니.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 조금만 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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