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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Jul 12. 2021

우리의 잃어버린 뒹굴뒹굴이 돌아오고 있다.

주말 아침은 뒹굴뒹굴이지

 나와 아내는 주말 아침에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걸 좋아한다. 충분히 늦잠을 자고 일어나, 일어나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한동안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것. 신혼여행에서부터 우리는 아침마다 여유 있게 침대에서 뒹굴거리곤 했다. 다만, 신혼여행에서는 조식의 유혹이 우리의 뒹굴거림에 내적 갈등을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우리의 집에서는 주말마다 침대에서 뒹굴뒹굴을 맘껏 즐기곤 했다.


 하지만 이 뒹굴뒹굴을 할 수 없게 된 순간은, 당연히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부터이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에게는 주말이라 더 늦잠을 자는 일도 없었고, 우리가 늘어지게 잘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우리는 항상 잠에 쫓겼고, 아이가 통잠을 자서 우리가 푹 잠을 자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시기였다.


 그러다가 아이가 점점 통으로 잠을 자는 시기가 되고, 이제는 가끔 밤에 깨서 엄마 아빠를 찾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잠이 부족할 정도로 우리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는 시기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에게는 주말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존재하지 않았고, 오히려 주말이면 왠지 더 일찍 깨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주말은 원래 잠을 자야 한다. 주중에 아침에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에 대한 보상으로 내가 스스로 눈을 뜰 때까지 자줘야 주말의 하루가 뭔가 상쾌하게 시작되는 것인데, 여전히 우리의 아침의 아이 알람으로 일어나게 되고, 아이의 의지에 따라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었다.  그래도 조금 달라지고 있는 것은 아이도 뒹굴뒹굴의 맛을 조금 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와 분리 수면을 하고 있는데, 아이는 보통 새벽 6~7시 사이에 한 번은 깨는 것 같다. 그런데 그때 엄마나 아빠가 옆에 있으면 바로 잠들어서 몇 시간을 더 자는데, 그때 아무도 없으면 아이가 울게 되고 그렇게 잠이 깨면 다시 잠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보통 새벽에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잠에 깨게 되면, 바로 아이의 옆에 가서 같이 잔다. 그러면 아이도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잠을 푹 자게 되는 것이다.


 이번 주말에도 그랬다. 새벽 6시경에 한번 일어난 나는, 아이의 방에 가서 남은 잠을 청했고, 아이는 평소보다는 좀 더 늦은, 8시까지 잠을 잤다. 잠을 잘 잔 아이는 아주 기분이 좋아서 그대로 뒹굴거리며 아빠와 장난을 쳤고, 잠시 후 우리의 목소리를 들은 엄마도 아이의 방으로 와서 함께 뒹굴거리며 놀았다.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 기저귀도 갈아야 하고, 엉덩이도 닦아야 하고, 유산균도 먹어야 했지만, 그런 것은 그 순간 급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에게는 아이와 주말 아침에 다 같이 뒹굴거리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동안 같은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는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잠에서 완전히 깨고, 밖에 있는 장난감이 궁금해지고, 배가 고프다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함께 거실로 나왔다. 아이는 거실에 나와 장난감들에게 인사를 하고 유산균을 먹었다. 그리고 아빠와 같이 엉덩이를 닦고 기저귀를 갈았다. 근데 기저귀를 놓는 곳 옆에 놓아둔 방울토마토 화분에서 새싹이 나왔다. 며칠 전에 다이소에서 사 온 방울토마토 화분이었는데, 아이와 같이 씨앗을 심고, 아침마다 물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씨앗에서 새싹이 나온 것이다.


"힘내라 힘"


 아이는 새싹이 더 잘 자라라고 옆에서 응원을 해줬고, 나는 배고픈 아이를 위해 아침을 준비했다. 그날의 아침은 식초가 들어가지 않은 미니 초밥이었다. 아이는 내가 조그만 초밥을 만드는 동안 몇 번이나 와서 초밥을 받아먹고 갔고, 아이가 노는 동안 나는 후다닥 아이를 위한 아침을 마무리했다. 아이는 내가 만들어준 아침밥을 아주 맛있게 먹었고, 아내와 내가 간단히 시리얼과 요거트를 먹는 동안, 후식으로 요거트와 과일도 함께 먹었다.



 그 이후의 일정은 특별한 것도, 급한 것도 없었다. 여느 주말처럼 아이와 산책도 갔고, 할머니 집에 놀러 가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아내와 내가 잃어버렸던 주말 아침의 뒹굴뒹굴이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부모의 이런 모습이 누군가는 게을러 보인다고 지적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아이에게도 결코 소소하지 않은 작은 행복들을 느끼고 배우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주말의 뒹굴거림이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주말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침대에서 나오지 않고 맘껏 게으름을 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니 그 게으른 시간을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나머지 시작에 우리가 얼마나 성실하게 삶을 살아왔는가에 대한 반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다음 주 주말 아침이 벌써 기다려진다. 온 가족이 같은 이불속에서 서로의 살결을 부딪끼며 뒹굴거리는 시간들은 나에게 그 어떤 호화로운 호텔에서의 아침보다 값지고 소중한 순간들이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좀 게을러도 된다. 그 게으름이 우리에게는 힐링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힘이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주말에는 좀 더 게으르게 맘껏 뒹굴거려보자. 그거 만한 행복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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