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록-4
나는 우선 동서의 그 불륜 남부터 조사를 하기로 했다. 동서네와 같은 동네는 아니어서 내가 그 동네를 추가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러고 나서 동서가 그 불륜남의 아이디로 올린 제품을 보고 내가 말을 거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그 남자가 내가 게임이나 이런 거는 너무 모르는 분야라서 그 부분이 제일 걱정이 됐다.
"형님 우선 그놈이 지금 몇 가지를 판매하는데요."
"어? 그래??"
"근데 우선 제가 알려드리면 판매 중인 상품 보시구요. 그래도 쓸만할 걸로 말을 거세요. 처형한테 이상하지 않게요."
"아! 그래야지. 아! 근데 바로 팔아도 되지 않아?"
"그래도 돼요. 필요 없는 거면 그냥 바로 팔면 되죠. 그럼.. 제가 보기에는 게임 쪽은 잘 모르시니까 차라리 유아용 전동차 어때요? 지금 명품 전동차를 좀 싸게 내놓은 거 같은데, 이게 그래도 한 5만 원이라도 더 받고 팔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뭐? 5만 원이면 센 거 아니야? 거래 한 번에 5만 원을 번다고?"
"뭐.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뭐 여하튼 한번 보세요. 봐서 어려우시면 파는 건 제가 도와드릴게요."
중고거래 한 번에 5만 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잠시 본분을 잊고 있었다. 누군가는 작은 돈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평범한 직장인들에게는 월급 이외에 큰 노력 없이 간단히 5만 원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 5만 원이 눈에 동그래져서 동서가 알려준 키워드로 검색을 해서 그놈의 아이디를 찾았다.
"2404"
아이디가 무슨 뜻일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밑에 나와있는 판매 중인 상품이 더 궁금했던 나는 바로 클릭하고 들어가서 물건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물건은 동서가 말한 데로 보통 아이들의 육아용품들이나, 성인 남자들의 물건들이었다. 나는 특별한 취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얼핏 봐도 보통의 성인 남자들이 하는 취미생활은 다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기본적으로 동서가 말했던 게임부터 시작해서, 낚싯대들도 많았고, 골프채도 있었다. 그리고 전문가용 카메라에, 레고도 있었다. 아무래도 레고 세트가 큰 걸로 봐서 이것도 그놈의 것 같았다. 그런데 문득 그중에서 제일 밑에 있는 암벽등반화가 눈에 띄었다. 결혼 전에 실내 암벽장에서 2~3년은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던 나는, 나도 모르게 그 글을 클릭하게 되었다. 그 암벽화는 사용감은 조금 있었지만, 꽤 신을만했고, 요즘 다시 운동을 좀 해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시점에서 사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신발의 사이즈가 나와 맞는 것이었다. 나는 그 신발을 사겠다고 생각을 하자, 뭔가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놈에게 채팅을 걸려는 순간.
"거래 온도 39.5도"
아찔한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 아이가 열감기가 심했던 날. 그날 아이의 온도가 39.5도까지 올라갔었다. 별 의미 없는 숫자이기는 하지만, 아이가 처음으로 밤새 고열로 고생했던 밤이었고, 아내와 내가 밤새 걱정하며, 지새웠던 날의 기억이라,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자 방금 전까지의 두근거림은 종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려고 이 앱에 접속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우리는 지금 뭔지 모를 이상한 상황에 놓여있다. 어쩌면 아무 일도 아닌 것들일지도 모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아주 심각한 사건들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나는 다시 긴장을 하고 그에게 채팅을 걸었다.
"혹시 암벽화 구매 가능할까요?"
"예 가능합니다."
"혹시 가격을.."
"그냥 만원에 드릴게요. 이제 진짜 필요 없는 거라서요."
그놈은 원래 2만 원에 올려있던 것을 아주 쿨하게 만원에 주겠다고 했다. 다시 글을 보니 등록일이 2년 전이다. 아마도 본인 이 글을 올렸는지도 몰랐을 것이고, 이 동네에는 아직 실내암장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가격보다는 그저 빨리 팔아버리고 싶었던 마음일지도 모른다.
"감사합니다. 바로 살게요. 어디로 가면 될까요?"
"그린마을 3차 308동 주차장에서 봬요."
"그린마을 3차 308동이요?"
"왜요? 너무 멀리 계신가요?"
"아. 아니요. 가깝습니다. 바로 갈게요."
나는 그놈의 주소를 듣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곳은 바로 우리 아파트 옆 단지이자, 내가 그 냉동탑차를 봤던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도 같다. 그럼 어쩌면 그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놈이나 나나 알 수는 없다. 어차피 내가 그와 만난 것은 아내가 거래한 것의 심부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순간. 어떤 차를 타고 가야 할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잠시 후 그것보다, 아내에게 아이디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보. 혹시 그때 3차에서 당근 마켓으로 책 거래한 거 말이야. 기억나?"
"어 알지. 요새 아율이가 제일 좋아해 그 책."
"그거 판 사람 아이디 혹시 뭔지 확인해줄 수 있어?"
"어. 잠시만.. 근데 그건 왜?"
"그냥 그런 게 있어. 한 번만 봐줘."
"어 지금 들어가고 있어."
그 몇 초 안 되는 시간이 나에게는 몇 시간은 되는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음속에는 두 가지 생각이 계속 오고 갔다. "2404여라", "아니야 제발 다른 아이디여라", "2404여라", "아니야 제발 다른 아이디여라"
"2404"
"뭐?"
"2404라고 아이디가"
나는 또다시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어쩌면 진짜 우리가 이야기한 각자의 사건이 한 명과 연관되어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런 생각들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을 때 장인어른에게 전화가 왔다.
"맞잖아. 눈깔 스티커! 내가 진짜 왠지 그럴 거 같았다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그린마을 3차에 계세요?"
"어! 지금 308동 근처에 오니까 냉동탑차 하나가 딱 서있는데, 멀리서 봐도 눈깔이 확 눈에 띄더라니까."
"혹시 그럼 차번호가 뭐예요?"
"4685"
"4685요?"
"그래 4685 맞지?" 이게 그놈 차 맞지?"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나는 우선 지금 이 상태에서 그놈을 만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 핑계를 대고 약속을 미뤄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수화기 너머로 그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예?"
"아니요. 누구신데, 남의 차를 이렇게 두리번거리고 계시냐고요."
"아니 그게 이차를 본 게 아니라.."
"차가 아니면요?"
"이 눈깔 스티커! 이게 재미있어서, 요즘 우리 손녀가 이것만 보면 그렇게 좋아해서 영상통화나 해보려고 했지요."
"그럼 하세요."
"예?"
"하시라고요. 영상통화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놈의 목소리는 작아도 차분하고 단호한 느낌이 들었다. 반면에 아버지는 누가 들어도 긴장한 티가 팍팍 나는 말투였다.
"금방 했는데, 뭐가 연결이 잘 안 된다고 끊었어요."
"그래요? 그럼 볼일 다 보신 거죠?"
"예? 아. 그렇죠."
"그럼 가세요. 어르신."
그는 무심한듯하면서도 정중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렇게 그냥 가려는 것 같았다. 근데 가려고 하는 그놈을 장인어른께서 불러세우셨다
"근데요?, 이 차가 그쪽 차예요?"
"...."
분명히 뭐라고는 했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 아마 그놈은 자신의 집 방향으로 이미 가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마이크에 소리가 들어오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그 마지막 말이 너무 궁금해서 장인어른이 다시 전화를 받기 기다리고 있었는데, 장인어른께서는 자신이 통화 중이었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신 건지, 그대로 차에 타고 출발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마지막 대답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여보세요를 몇 번이나 욌쳤지만, 장인어른은 답이 없으셨고, 결국 전화를 끊고 다시 걸었다. 그런데 핸드폰을 옆자리에 던져두고 못 받으시는 건지 장인어른께서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스마트폰을 잘 다루시지 못하시는 장인어른은 가끔 자신도 모르게 무음으로 해놓으시기도 하시고, 나이가 많으셔서 소리를 잘 못 들으시는 경우도 있으시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하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이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 또 문득 장인어른께서 혹시라도 해코지를 당하신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그냥 바로 과수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가는 길에 나는 그놈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오늘은 급한일이 있어서 거래를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나는 지금 이렇게 떨리는 상태로 그놈을 만날 자신도 없었지만, 그놈의 아이디가 내가 생각한 사람과 같다는 사실과, 그 냉동탑차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내가 더 이상 그놈을 만날 이유는 없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약속을 취소하고 우선 과수원에 가서 다시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메시지를 읽지 않는 것이었다. 보통 내가 바로 간다고 했기 때문에 바로바로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놈은 메시지를 읽지도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 불안한 것이 그놈이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은 것과 장인어른이 전화를 안 받으시는 것이 뭔가 연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운전 내내 신호만 걸리면, 당근 마켓 어플 확인과 아버지에게 전화 거는 것을 반복했다. 그리고 결국, 나는 너무 걱정이 된 나머지 장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어 이서방 웬일이야?"
"혹시 아버지 들어오셨어요?"
"아니, 아직 안 들어오셨는데?"
"아 그래요?"
"어! 무슨 일 있어? 왜 갑자기 다들 아버지를 찾고 그래?"
"예?"
"아니 금방 전에 강서방도 전화해서 아버지를 찾더라고, "
"아! 장인어른께서 저희한테 시키신 일이 있으셔서 그래요. 아마 동서도 저처럼 장인어른께서 전화를 안 받으시니까 걱정돼서 전화했나 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어! 그래!"
"아 근데, 저 지금 과수원 가고 있거든요. 혹시라도 아버지 오시면 제가 찾았다고 말씀만 좀 전해주세요."
"오늘 자네들 진짜 이상하네. 강서방도 지금 갑자기 온다고 했거든. 여하튼 알았어."
나는 장모님과의 통화를 끊자마자 다시 당근 마켓의 채팅창을 확인했다. 그는 여전히 내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막 신호가 바꿔서 출발을 하려는 순간, 그 메시지를 확인했다는 알림이 생겼다. 나는 뛰는 가슴으로 그 화면에서 나올 답변을 보고 있었는데, 그 순간 내 전화기가 울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화면에는 '장인어른'이라는 알림이 떠 있었다. 나는 정말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순간이었다. 내차에 뒤에서는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출발하지 않고 멍하게 있는 내차를 향한 경적이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