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마켓 셜록-12

두 번째 장편소설

by 박희종

과수원-4


과수원에는 아무도 없었다. 갑자기 사위들이 온다는 소식을 들은 장모는 찬거리가 걱정돼서 시장에 갔다. 사람이 없는 과수원에는 아버지가 항상 틀어놓는 라디오 소리만 울리고 있었다. 포도밭에 자동으로 물을 주는 소리와 라디오 광고 소리만이 넓은 공간을 울리고 있을 때, 소리만으로도 급한 마음이 느껴지는 차가 한대 들어왔다. 선록이었다. 선록은 거칠게 주차를 하고 나서는 바로 창고 쪽으로 들어가며, 장인을 찾기 시작했다.


"아버지!, 아버지!"


그는 혹시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장모가 놀랄까 봐, 마음은 다급하지만, 최대한 진정이 된 소리로 아버지를 찾고 있었다. 그렇게 포도밭이며, 텃밭이며, 지하 저온창고에 2층 다락 창고까지 다 찾아봤지만 장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장인이 없는 걸 확인하고 다시 본인의 차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비슷하게 다급한 소리를 내며 완수의 차가 과수원 입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형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장인어른께서 납치되신 것 같다니요!"


"아. 그게 나랑 통화를 하시다가 전화가 끊겼는데, 그 뒤로 전화를 안 받으셔!"


"아니 장인어른 원래 전화 잘 안 받으시잖아요?"


"그게... 전화가 끊긴 게 그놈이랑 같이 있을 때란 말이야. 장인어른이 그놈을 만나고 뭐라고 말을 하시다 갑자기 전화가 끊긴 거라! 근데 문제는 그놈도 연락이 안 된다는 거지!"


"그놈이라뇨? 장인어른이 누굴 만난 거예요?"


"그 동서가 말한 불륜남. 그놈이 내가 말한 그 냉동탑차였어! 아버지가 그 냉동탑차를 확인하러 가셨다가 같은 차인 걸 확인하고 나한테 전화를 하셨는데, 그때 그놈은 만난 것 같아. 전화기 너머로 들린 목소리지만 내가 들었거든."


"확실해요? 그럼 바로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렇긴 한데, 이게 또 아무런 증거도 없잖아. 그냥 전화 좀 안 받으신다고 신고를 할 수도 없고."


"아.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근데 또 왜 어머니도 안보이시지? 아까 나랑 분명히 통화를 하셨는데?"


"장모님은 시장가셨어요. 저희가 갑자기 온다고 하시니까. 저녁거리 사러 가셨나 봐요."


선록과 완수의 대화는 거기서 멈췄다. 각자 자신의 머릿속에 오늘 있었던 일들과 지금의 상황이 잔뜩 엉켜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갑자기 연락이 끊긴 장인. 그런데 그 시간은 이제 고작 40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었고, 평소에도 그런 일은 많이 있었다. 그렇다고 별거 아니라고 이야기 하기에는 지금 장인과 그들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너무 심상치 않은 것이다. 그런데 심지어 그래서 그냥 모르는 채, 장인을 찾아다니려고 해도 어디에 가서 누구부터 만나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겠는 것이다. 그래서 선록과 완수는 걱정되는 마음과는 다르게 과수원 입구에 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길 쪽에서 다시 한번 거칠게 느껴지는 차 소리가 났다. 그들은 그 소리가 본능적으로 장인인 것을 직감하고 그쪽을 바라봤다. 아니나 다를까 과수원 입구로 장인의 트럭이 오프로드 경주라도 하듯이 흙먼지를 풍기며 들어왔다. 장인은 정말 차를 버리듯이 입구에 주차를 하고는 트럭에서 뛰어내렸다. 뭔가 겁에 질린듯한 장인의 모습에 선록과 완수는 너무 놀라서 장인에게 달려가 양쪽 팔을 부축했다. 장인은 그때서야 긴장이 좀 풀린 건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어떻게 되신 거예요?"


"괜찮으세요? 물이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그나마 정신을 좀 차린 장인은 사위들을 보고 더 한숨을 돌린듯했다.


"나 이제 괜찮으니까, 저기 김치냉장고 가서 시원한 맥주나 좀 가져와."


완수는 장인의 말을 듣고 바로 집에 들어가 맥주를 챙겨 왔다. 그 사이에 선록과 장인은 원두막으로 자리를 옮겨 숨을 고르고 있었다.


"맥주 한잔 드세요."


완수가 따라준 맥주를 시원하게 원샷을 한 장인은 뭔가 더 편안해진 얼굴로 말을 시작했다.


"어떻게 되신 거예요?"


"내가 차를 확인하고 자네한테 전화를 했잖아."


"예! 그러셨죠."


"그러고 났는데, 왠 놈이 나타나서 시비를 걸잖아."


"예 그건 들었어요."


"뭐 나야. 처음에는 이 동네 미친놈인가 했지. 근데 이상한 거야. 무슨 상관도 없는 차에 저렇게 예민하게 구나. 그래서 물어봤지. 그놈한테"


"제가 딱 거기까지 제가 들었어요."


"근데 그놈이 그게 뭔 상관이냐고! 혹시 여기 주민은 맞냐고? 갑자기 또 따지기 시작하길래. 됐다고 하고 차를 타고 나왔어."


"그런데 왜 전화를 안 받으셨어요?"


"아. 좀 들어봐. 그러니까 그렇게 나오려고 하는데, 내가 출구를 못 찾겠는 거지. 그래서 그 지하 주차장을 몇 바퀴 돌았는데, 돌다 보니까 한쪽에 까만 벤스 한대가 시동을 켜고 서 있는 거야. 근데 내가 못 찾아서 두 번을 더 돌았는데도 거기에 가만히 있어."


"아 거기가 원래 입주 한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출구 표시가 잘 안보이더라고요."


"뭐 여하튼 그때 마침 경비가 지나가길래 물어보고 나가는데, 내가 경비랑 얘기하고 출구 쪽으로 차를 돌리니까, 그때, 그 차가 따라 나오는 거야."


"누가 탔는지는 보셨어요?"


"아니, 어두운 지하주차장이고 썬텐도 얼마나 찐하게 했는지 하나도 안보이더라고. 근데 뭐. 느낌은 딱 그놈이지."


"근데 이 놈의 차가 내가 아파트를 한참 벗어났는데도 계속 쫓아오는 느낌이 드는 거야. 그때 문뜩 과수원으로 오면 안 된다는 생각에 괜히 여기저기로 돌았는데, 그래도 계속 쫓아오길래, 요 앞에 신호위반 카메라 있는 사거리 있잖아. 거기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신호위반을 하고 넘어와 버린 거야. 찍히던 말던."


"그놈은요? 안 오고요?"


"어! 뭐가 무서웠는지 서서 보기만 하더라고, 그래서 그냥 확 밝고 들어와 버린 거지."


"장인어른 큰일 날뻔하셨네요. 나참."


"그니까 이게 자꾸 무슨 영화도 아니고 이런 일들이 생기지?"


"근데 자네는 뭐래? 오늘 시청 간다고 했지?"


완수는 장인의 질문에 자기도 모르게 밭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을 바라본 장인과 선록도 자연스레 그 밭을 향하게 되었다. 완수는 그 밭은 보며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저 밭에 그 외국인 노동자가 의료폐기물 비닐에 무언가를 싸서 묻은 것부터, 공무원과 저 밭주인이 뭔가 찝찝한 게 있는 것 같다는 것까지.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에 이 자리에서 나누었던 각자의 사건 고민들이 점점 파 해쳐질수록 하나의 사건으로 모인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우선 그러면, 저기에 뭘 묻은 것까지, 그 불륜 놈이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


"그렇죠. 아무래도 그놈이 의사라고 하고, 병원도 운영한다고 하니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솔직히 아직도 뭔가 확실한 게 없어요. 그저 다 심증인 거고, 우리가 보고 듣고, 추측하는 것들 뿐이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더 알아봐야지. 이미 우리한테 너무 가까이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고, 이 좁은 동네에서 우리 존재가 자꾸 오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니, 우리가 뭔가 확실한 증거를 잡아서 신고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절대 편하게 살지 못해."


"그럼 이제 뭘 해야 하죠?"


"제가 생각할 때, 아버지는 오늘 밤에 저 밭은 좀 살펴보셔야 해요. 그 외국인이 다시 파갈지도 모르거든요, "


"그렇지. 내가 이따가 눈치껏. 아! 아니다 우리 밭에 CCTV를 저쪽으로 돌려놔야겠네. 그럼 핸드폰으로 볼 수도 있고, 저장도 되니까 감시가 되겠네."


"좋네요. 그럼 저는 그 소아과부터 좀 알아볼게요. 친구 중에 의사 하는 놈이 있으니까. 우선 출신이나 그런 것 좀 알아볼 수 있는지 물어볼게요."


"저는 아무래도 그 폐공장들도 한번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그럼 그건 내가 내일 용구한테 전화해 놀 테니까. 회사 핑계 대고 좀 가봐."


"예 그럼 그럴게요."


그래도 각자 불안했던 마음은 이렇게 모여서 말하다 보면 풀리는 것 같았다. 만약에 그들이 이렇게 터놓고 말하지 못한 채 각자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다면, 이렇게 많은 것을 알아낼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심적으로 받았을 스트레스도 보통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그들은 각자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서로를 끌어당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마음을 좀 놓은 채 각자의 역할들을 고민하고 있을 때, 입구 쪽에서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는 곳이기에 큰 신경은 쓰지 않고 있었는데, 코너를 돌아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검은색 벤츠였다. 순간 선록과 완수는 저 차가 장인이 말한 그 차라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장인과 두 사위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서 일어나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마치 그 차는 그런 그들을 더 위협이라도 하듯이 부드럽게 그들의 앞으로 밀고 들어왔고, 장인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장인의 트럭을 지나 원두막 안까지 들어온 차는 약간의 흙먼지를 일으키며 멈췄다. 그리고 먼지가 사라지고 진정이 될 때쯤, 양쪽 뒷문이 열리더니 장모와 두 딸이 내렸다. 예상치 못했던 검은 벤츠의 방문과 더 예상치 못했던 장모와 아내들의 등장에 남자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어버버하고 있었다.


"뭘 그렇게 놀라?"


"아빠는 거기서 뭐 하고 있어요?"


너무 놀라 TV 속의 정지화면처럼 멈춰있는 남자들과 그런 그들의 반응을 의아해하던 여자들은 그들이 왜 이렇게 까지 놀랄 일인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들이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운전석에서는 그 문제의 불륜남이 내리고 있었다. 남자들은 그의 모습을 보고 더 꼼짝도 못 하고 있었고, 그는 마치 그런 그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아주 얇은 미소를 보이며 그들에게 목례를 했다. 그의 미소를 읽은 남자들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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