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마켓 셜록-16

두 번째 장편소설

by 박희종

과수원-8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다 말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선록은 장인을 보며 이렇게 얘기했다. 가족은 모두 집으로 들어갔다. 느낌상 얘기가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건지, 두 딸은 자연스럽게 맥주와 주전부리를 가지고 왔다. 그렇게 거실에 모인 가족들은 이야기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 안방에서 아이들에게 "겨울왕국"을 틀어주었다.


"우선 제가 이야기할게요. 그런데 이야기가 정리가 안될지도 몰라요. 처음 시작은 원래 각자의 사건이었거든요. 그런데 같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결국 그 모든 게 하나의 사건으로 모이는 것이어서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말해볼게요."


선록은 아내와 처재, 그리고 장모님에게 그간의 일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자신이 목격한 냉동탑차부터 시작해서, 완수의 사건과 장인의 사건까지 순서대로 말을 하고, 그들이 발견한 사건 간의 연결고리들을 말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던 여자들도 점점 맞아떨어지는 포인트와 각자 본인들도 옆에서 느꼈던 점들이 나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중을 하며 빠져들기 시작했다. 결국 한 시간이 다돼서야 오늘 있었던 사건까지 다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아니. 당신은 미친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회사에 반차까지 내고 거길 갔다 와? 이거 봐. 아주 모기가 회식을 했네. 회식을 했어."


"아니. 당신도! 겁도 안 났어? 저기를 어떻게 가볼 생각을 했어? 그 무서운 사람들이 갑자기 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아니. 다들 겁이 없어? 이렇게? 지금 나이가 몇인데, 거기에 가서 땅을 파냐고요!"


이야기를 모두 들은 여자들은 각자의 남편들에게 뭐라고 한 마디씩을 했고, 그런 그녀들의 타박은 그녀들이 무엇보다 남편들과 자식들의 걱정이 우선임이 느껴지기 충분했다. 그렇게 아내들에게 크게 한소리씩을 들었지만, 누구도 그래서 그만하겠다는 말을 하지도 않았고, 아무도 그만하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어느새 모두 이 일을 해결해야겠다는 강력한 마음이 모인 것 같았다.


"자 그래서 이제 어쩔 건데? 생각은 있어?"


장모의 말에 장인과 완수는 선록을 쳐다보았다.


"예. 우선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요. 아무래도 이렇게 사람이 많아지면 더 좋을 것 같기는 합니다."


"너무 위험한 건 하지 마. 뭔가 구체적으로 증거만 나오면 바로 경찰에 넘기자."


"그래야지! 나도 그럴 생각이야. 그러니까 우선 내 얘기부터 들어봐."


선록의 말에 가족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몸을 가운데로 모으기 시작했다. 안방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틀어놓은 "겨울왕국"에서 "Let it go"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선 그놈도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을 거예요. 우리가 이 정도로 의심하고 있다는 걸요."


"그렇지! 그러니까 대담하게 여기까지 왔겠지."


"예. 그건 아마도 우리가 섣불리 어떤 행동을 하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랑, 그래서 좀 더 압박하면 그냥 넘어갈 거라는 생각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차라리 좀 더 본격적으로 그놈을 압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럼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어떤 짓을 할지 모르는 건데..."


"그럴지도 모르는데, 생각해보면 우선 아주 위험한 사람들이 개입되어 있거나, 조직 같은 게 연루된 건 아닌 거 같아."


"왜요?"


"우선 봐봐. 그렇게 위험한 사람들이 뒤에 있거나 조직이 있었다면, 자신의 존재가 드러날 수 있는 위기가 왔을 때 분명히 이용했을 거야. 근데 동서도 나도, 심지어 아버지가 쫓기신 것도 그놈 혼자서 했단 말이야. 그 말은 우선 이 사건의 주체는 그놈 한명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지."


"근데 저기 외국인 노동자도 있잖아."


"그건.."


"잠깐만, 이게 연관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아까 저기 묻혀있던 거 말이야."


"예."


가족들은 아버지의 말에 갑자기 관심이 쏠렸다.


"고라니가 맞는데, 단순한 고라니가 아니야.


"단순한 고라니가 아니라뇨?"


" 그 고라니. 장기가 다 분리되어 있는 거 같더라고."


"예?"


"그럼 진짜, 그거 먹으려고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지. 먹을 거면 내장만 있어야지! 몸은 먹고! 근데 몸이랑 내장이랑 다 있어! 게다가 먹으려고 내장을 골라냈다고 한다면 통으로 빼지 굳이 나눌필요가 없거든. 근데 보니까 저기에는 장기가 각각 다 분리가 되어 있더라고."


"아니 봐봐. 이게 당신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니까! 진짜 무슨 장기매매 이런 거면 어떻게 해!"


"무슨 고라니 장기를 매매해!"


"아니 의대생이라니까. 연습이라도 하는 건지 어떻게 알아?"


순간, 선록의 머릿속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아니, 진짜 그럴지도 몰라요. 그 외국인은 공부에 대한 욕망이 엄청난 것처럼 보였죠? 그럼 학비를 벌려고 한국에 오기는 했지만, 어쩌면 여전히 공부나 수술 실력 같은 것에 집착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죠. 그놈이 지금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게 만약 진짜 의학에 관련된 것이라면 저 외국인 노동자만큼 좋은 일꾼은 없었을 거예요. 제 생각에는 저 외국인 노동자는 그놈이 하는 무엇인가를 돕는 일을 하고 있고요. 그 의사는 그 일의 대가로 돈과 저런 동물들이나 의학적인 부분들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만약에 진짜 그렇다면 말은 되죠."


"그렇다고 해도 위험한 건 사실이잖아."


"내가 생각할 때,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장기매매나 그런 위험하고 큰돈이 오가는 사건이라면, 우리가 이렇게 여기서 떠들고 있을 수는 없었을 거야. 벌써 무슨 일 났어도 진작에 났지."


"아 좀! 무섭게 왜 그래?"


"그러니까 내가 볼 때는 지금 이 사건은 엄청난 배후가 있는 큰 사건이기보다는 개인의 실수나 비리에 의한 단순한 사건일 것 같다는 거지. 다만, 그게 뭔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래서 이제부터 뭘 어떻게 하자고?"


"우선 다들 할 일이 있어요. 우선 처제는 그 맘 카페에서 그놈에 대해 좀 알아봐 주면 좋겠어. 그때 그놈의 소문을 해명해줬다는 친구 부인들을 직접 만나봐도 괜찮아. 우리가 다시 무엇인가를 캐고 있다는 것이 그놈에게 들어가면 충분히 압박이 될 테니까. 대신 그 사람들 말고도 동네에 빅마우스들 있잖아. 그 사람들한테도 좀 물어봐. 아마 말 전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물어보지 않은 것들도 더 많이 말해줄 수도 있으니까."


"예. 알았어요."


"그리고 당신은 그 사람이 하는 병원에 좀 가봐. 우선 딴 거보다 병원에 가면 그놈 이력이 나와있잖아. 그 이력을 좀 보고 오고."


"그거야. 인터넷에 다 나오는데?"


"알지! 근데 가서 일부러 간호사들한테 좀 물어보고 하라고, 여기 전에 어디에 계셨냐? 여기로는 왜 오신 거냐? 자식은 있냐? 그런 거 좀 물어봐. 아마 유난스럽게 좀 물어보면 그것도 그놈 귀에 들어갈 거고, 좀 푼수끼 있는 간호사가 있으면 의외의 정보도 얻을 수도 있으니까."


"알았어."


"그리고 장모님께서는 저 외국인 노동자를 불러서 밥을 좀 주세요. 좀 따뜻하게."


"어? 진짜? 괜찮을까?"


"아. 아마 교환학생 같은 걸로 왔으면 오픈된 문제는 일으킬 수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밥을 먹이면서 이것저것 캐물어 주세요. 인적사항들이요. 이제 왜 그러시라고 하는지는 아시죠?"


"어어. 그래"


"그리고 장인어른, 혹시 저희 집 쪽에 그 폐공장들에 대해 좀 알아볼 수 있을까요? 이게 분명히 저는 거기에 뭐가 있을 거 같거든요. 그냥 누구 부탁이라고 하고요. 그쪽에 지금 팔리거나 임대 나간 공장이 있는지랑, 거기서 뭘 하는지 좀 알아봐 주세요."


"어. 알았어."


"형님, 저는 그놈 당근 마켓 거래 내역 좀 보면 되죠? 거래한 사람들도 좀 만나보면 되고요."


"어 맞아. 아무래도 당근 마켓에서 거래를 계속하는 것도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잘 찾아보면 뭔가 나올 거 같기는 해. 최대한 많이 알아봐 주고. 혹시 여러 번 거래를 한 사람이 있으면 꼭 한번 만나봐 봐."


"그럼 당신은?"


"나는 우선 그놈에 대해서 좀 알아볼 거야. 준우 통해서 물어보면 그래도 그놈 히스토리는 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우리의 행동이 그놈에게 압박이 될 때쯤, 직접 한번 만나보려고."


"만나서 뭘 어쩌려고?"


"그건 우선 그놈이 어떤 놈이지 좀 더 알아보고 나서 생각해볼 건데, 만약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그 자리에서 자백을 받아내고 경찰에 신고해야지."


"자네가 생각하는 건 뭔데?"


"아직 그건 제가 생각이 좀 더 정리되면 말씀드릴게요."


"그래. 우선 알았어."


"그보다 다들 조심해주세요. 제가 가볍게 말씀드리긴 했지만, 우선은 그놈이 범죄자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럼 정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혹시 조금이라도 위험한 일이 생길 것 같으면 그냥 다 그만두시고 고만하셔도 돼요."


"그래. 찝찝하긴 하겠지만, 가족들이 건강한 게 최고니까. 다들 무리는 하지 맙시다."


선록의 말에 모두들 각자의 할 일들을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선록이 말은 간단하게 했지만, 이런 일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하나하나가 다 부담이고 걱정이기 때문이다. 선록은 문득 우리가 왜 이렇게 까지 해야만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때 안방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을 소리를 듣고 나니, 지금은 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록의 정리로 각자의 할 일들이 정해지자 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그저 눈앞에 놓여있는 맥주들을 들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부담스러운지 벌컥벌컥 마시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 안방에서 아이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레릿꼬, 레릿꼬."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어른들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드는 것 같았다. 왜냐면 모두 막상 주어진 상황이 너무 겁이 나고 부담스러워서 도망가고 싶은 마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거실에 있던 어른들은 말없이 각자 들고 있던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레릿꼬, 레릿꼬."


그 밤. 과수원의 집에서는 아이들의 노랫소리와 어른들의 한숨소리만이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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