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
학회는 아주 성공적으로 끝났다. 학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느꼈던 것이었지만, 학회에서 발표를 하는 민우 오빠의 모습은 내가 흔하게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민우 오빠가 강력하게 주장하고 요구했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부분과 범죄를 경험한 피해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와 대책에 대한 부분은 그동안 오빠가 나를 보던 시선이 단순한 동정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들게 해 주었다.
나는 학회도 모두 끝나자, 긴장이 풀려서 로비 소파에 앉아서 좀 쉬고 있었다. 오빠는 당연히 인사를 해야 할 사람도 많았고, 끝나고 바로 식사 약속도 잡혀 있었기 때문에 나를 챙길 여력은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의 사건 때문이었는지 민우 오빠는 계속해서 시선으로 나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거나, 수시로 나의 상태를 체크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내가 무엇인가 빨리 결정을 내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나 삼촌네 가려고.”
“뭐? 그냥 호텔에서 좀 쉬고 있어, 나랑 같이 가자.”
“어차피 차도 두 대잖아. 그리고 나도 여기까지 왔는데, 삼촌 안 만나고 가면 진짜 혼나.”
“아. 그렇기는 하지.”
“어차피 주말이니까. 나는 삼촌네서 좀 쉬고 일요일 밤에 올라 갈게. 걱정하지 마.”
“그럼, 운전하기 그러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일요일에 데리러 올게.”
“혹시 차가 걱정돼서 이러는 건 아니지?”
“물론, 네가 걱정되는 거지. 내 차를 운전할 너.”
우린 가벼운 농담으로 서로의 일정에 동의했다. 나는 더 늦기 전에 근처에 있는 삼촌에게 가기로 했고, 민우 오빠는 우선 여기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친구에게 차를 돌려준 뒤에 상황을 봐서 다시 홍천으로 내려오기로 했다. 나는 바로 민우 오빠의 차를 타고 삼촌네로 향했다.
삼촌네 집은 호텔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었다. 삼촌은 항상 꿈을 꾸는 사람이었고, 밝고 즐거운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하던 삼촌은 당연하다는 것처럼 영화감독을 꿈꾸게 되었고, 그렇게 영화판에서 청춘을 보냈다.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 삼촌은 항상 촬영장을 뛰어다니던 모습이었다. 어릴 때는 삼촌이 좋은 구경 시켜준다고, 가끔 엄마와 나를 촬영장에 부르곤 했는데, 몇 번 민우 오빠도 같이 간 적이 있어서 둘도 친한 편이었다. 그런 삼촌이 홍천에 갑자기 카페 겸 펜션을 하겠다고 내려온 것은 내가 캐나다에 갈 때쯤이었다. 내 기억으로 삼촌은 2편 정도 장편영화를 연출했던 것 같은데, 모두 흥행은 되지 않았다. 물론, 삼촌이 항상 나는 상업적인 영화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하고 다녔기 때문에 아무도 삼촌이 흥행작을 만드는 스타 감독이 될 거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막상 자신이 만든 영화가 시장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자 더 이상 견디기가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게 나의 추측이긴 하지만, 여하튼 삼촌은 쿨하게 모든 걸 던져버리고 홍천으로 내려왔고, 그곳에서 자신과 닮은 근사한 펜션과 커피숍을 차려서 살고 있다고 했다. 나는 한국에 오자마자 바로 와보기로 했지만, 막상 이것저것 한국생활에 적응하다 보니 처음으로 오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캐나다에 있는 동안에도 삼촌에게 워낙 많은 사진을 받아서, 눈앞에 삼촌의 펜션이 드러났을 때, 마치 아주 오랜만에 와보는 고향집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삼촌!”
나는 일부러 삼촌한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카페 문에 들어선 나를 본 삼촌은 아주 많이 반가워하기는 했지만, 동시에 반가움과는 다른 느낌으로 깜짝 놀라는 모습도 있었다. 나는 그런 삼촌의 모습에 좀 당황을 하기도 했지만, 이내 왜 그러는지 알 수 있었다. 삼촌이 앉아 있던 자리의 맞은편에는 한 여성 분이 앉아 계셨는데, 나에게는 등지고 있는 그분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삼촌은 아무래도 그분의 존재 때문에 불편해하시는 것 같았다.
“야! 이선! 너 어쩐 일이야? 연락도 없이!”
삼촌은 분명히 당황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에 대한 반가움은 이미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아. 이 근처에 일이 있어서 왔다가, 근데 아. 손님이 계셨구나.”
“어. 선아 잠시만, 위에 올라가 있으면 삼촌이 금방 올라 갈게.”
나는 삼촌이 말한 대로 카운터 옆쪽에 있는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으로 올라가며 슬쩍 삼촌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봤는데, 뒷모습과 차림으로 봐서는 삼촌 또래의 중년 여성분인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누구지? 나한테 소개해주기 좀 곤란한 사람인가?”
내가 2층에 올라오면서 조금 의아해했던 것은 평소의 삼촌이라면 누구든지 나에게 소개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촌은 원체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밝은 편이어서, 주변에 사람도 많고, 사람들과의 관계들도 좋았다. 그래서 삼촌이 그 어렵다는 조연출을 할 때도 스스럼없이 가족들을 촬영장에 초대할 수 있었고, 감독님을 비롯해서 주연을 맡고 있는 연예인들이나, 촬영장에서 썸을 타고 있는 여자분까지 모두 소개해주곤 했다. 그런 성격의 삼촌이 누군가를 감추는 듯한 느낌이 나에게는 이상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다.
“선아! 밥은?”
“어? 아직 안 먹었어.”
“오케이”
삼촌은 2층 거실에서 쉬고 있던 나에게 올라오자마자 밥부터 물어보더니 바로 내려가 버렸다. 그리고 30분 정도 후에 다시 올라와서 밥을 먹자고 했다.
“뭐야. 다짜고짜.”
“캐나다에서 고생한 우리 조카님이 왔는데, 내가 밥부터 먹여야지.”
삼촌이 안내한 식탁에는 정말 맛있는 음식들로 가득했다.
“삼촌 이걸 언제 다 한 거야?”
“실은 내가 혼자 한 건 아니고, 내가 요즘 요리 배우거든, 마침 오늘 오전에 우리 집에서 쿠킹클래스가 있어가지고, 그때 한 음식들이야. 그냥 부담 없이 먹으면 돼.”
“오호. 대박. 그럼 아까 그분도 같은 쿠킹클래스 다니시는 분이야?"
“야. 넌 좀 그런 건 모른 척 해!”
“뭘 모른 척 해. 예전에는 맨날 다 소개해주고 했으면서.”
“야. 이제 삼촌 나이도 있잖아. 좀 진지하고 조심스럽게 만나보려고 하니까. 우리 조카님은 좀 모른 척을 부탁드립니다.”
“예.. 뭐.. 삼촌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은 뭐…”
나는 우선 삼촌이 차려준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먹으면서 삼촌에게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여기는 어떻게 오게 됐는지, 모두 말했다. 삼촌은 그 말을 듣자마자 예상처럼 민우 오빠한테 전화해서 한바탕 혼을 냈고, 민우 오빠도 일정을 정리하는 대로 꼭 내려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나서야 겨우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후식 뭐 줄까?”
“아니요. 지금 뭐라도 하나만 더 들어가도 터질지도 몰라요.”
“그럼 여기 주변에 산책 좀 하고 와. 나가서 오른쪽으로 돌아서 들어가면 좁은 산길 하나 나오는데, 그쪽으로 들어가면 호수가 바로 보이거든, 경치가 아주 죽여요. 삼촌이 거기다가 예쁜 벤치도 하나 가져다 놨으니까. 거기서 좀 쉬어.”
“그럼. 삼촌 나 커피 한잔만. 나 오랜만에 거기서 책이나 보면서 쉴래.”
“오케이”
나는 삼촌이 내려준 근사한 커피를 한잔 들고 그 호숫가로 향했다. 좁은 살길을 한 10분 정도 걸어가자 정말 삼촌의 말대로 엄청난 경치가 펼쳐졌다. 걸어가는 동안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호수는 마지막 코너를 도는 순간 마치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왜 삼촌이 여기에 사는지 알 것만 같았다. 왠지 지금 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커다란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펼쳐지는 자연 다큐 영화의 한 장면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곳에 삼촌이 가져다 놓은 흔들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기 위해 무선 이어폰도 들고 왔지만, 작게 들리는 물소리와 나무를 스치는 바람소리, 가끔씩 섞이는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들은 그 어떤 음악도 필요 없게 만들었다. 나는 그렇게 한참을 경치만 바라보다가 가지고 온 책의 첫 장을 펼쳤다.
책이 재미가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든든하게 밥을 먹은 뒤에 온 식곤증이었을까? 아니면 어젯밤의 사건 때문에 부족한 잠 때문이었을까? 나는 1장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잠이 들어 버렸고, 얼마나 깊이 잠이 들었는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해가 이미 져버린 후였다. 다행히, 삼촌이 가져다 놓은 건 벤치만은 아니어서 밝은 가로등이 켜져 있었고, 삼촌이 덮어준 건지 모르겠지만, 내 어깨에는 담요도 덮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리고. 내 옆자리에는 그가 앉아 있었다.
“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제 숲 속에서 나에게 길을 안내해주고,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던 그가, 또 거짓말처럼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어.. 여긴 어떻게?”
“아.. 제가 근처에 살아서…”
“아.. 그렇죠?”
나는 혹시 우리 삼촌을 알고 있냐고 묻고 싶었지만, 뭔가 보자마자 서로의 관계를 캐묻는 것이 좋은 시작은 아닌 것 같아서 참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알고 싶었던 것부터 물었다.
“어제는 어디 가신 거예요?”
“아.. 집에…”
“아니 간다는 말도 없이.”
“간다고 했는데, 저는 다른 길로 간다고,”
“아니 그런데 제가 어디로 가는지 보지도 못해서요.”
“아. 괜찮아요. 저도 어디로 가는지 잘 못 보니까요.”
그의 실없는 농담이 또 나의 진지함을 깨버렸다. 나는 그러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가 그런 식으로 농담을 해버리면 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또 어색함이 섞인 웃음을 웃어버렸고, 그는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었다.
“어제가 뭐가 중요한가요? 지금이 더 중요하죠.”
“그렇죠? 그럼 어제는 그렇다고 치고? 오늘은 어떻게 된 거예요? 왜 눈을 뜨니까 그쪽이 눈앞에 있냐고요.”
그는 또 뭔가 농담을 하려는 것 같아서 나는 바로 선수를 쳤다.
“눈으로 또 이상한 농담하지 말고요. 나 진지해요.”
“알았어요. 저 이 근처 살아요. 우리 이제 두 번째 보는 건데, 집까지 알려달라는 건 아니죠?”
“예.”
“여기가 제 산책코스예요. 이건 농담 아니고요. 길이 좁고, 외길이라서 안전하거든요.”
“아… 예…”
“저도 이 자리에 앉아서, 경치는 안 보여도 소리 듣는 걸 좋아하는데, 오늘은 누가 여기서 숙면을 취하고 계시길래, 코 고는 소리까지 함께 듣고 있었습니다.”
“예? 저 코는 안 고는데.”
“그건 농담이요.”
그에게는 뭔가 진지함을 깨버리는 무기가 있는 듯했다. 처음에는 삼촌이 설치해놓은 조명 때문에 무섭지 않은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혼자가 아니라서 무섭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또 나는 무엇인가 수다쟁이가 된 기분이 들었고, 그는 또 내 얘기에 적당히 농담을 섞어가며 받아주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얼마나 흐른 건지 알 수도 없게 흘러가고 있었고, 나는 나도 모르게 자꾸 수다쟁이가 되어가는 내가 신기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 집에 가야 하지 않을까요?”
“아. 그러네요? 시간이..”
나는 휴대폰에 배터리가 나갔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에게 시간을 물어보려 했지만, 순간 멈칫하고 그냥 물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내 마음을 알고 있는 듯 나에게 말했다.
“지금 8시 20분이에요. 우리 같은 사람들도 볼 수 있는 시계가 있거든요.”
그는 손목에 있는 시계를 만지며, 나에게 시간을 알려주었다. 그 시계는 시각장애인들이 알 수 있도록 만질 수 있는 시계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주머니에서 다른 것도 하나 꺼냈다.
“그리고 이건 우리 같은 사람은 절대 보지 못하는 시계.”
그는 나에게 작은 해시계를 하나 건넸다. 나는 해시계를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어서 그 시계를 보며 그에게 말했다.
“이거 해시계예요?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봤던 건데, 이렇게 작은 것도 있네요.”
“제가 만든 거예요. 별거는 아니지만.”
그가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 그가 만든 해시계를 보니, 시간을 알려주는 바늘의 모양이 마치 그의 모습 같아 보였다.
“이제 갈게요.”
“예? 이렇게 또 급하게요?”
“늦었어요.”
나는 또 갑자기 어제 같은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함께한 시간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 게 흘러버리고, 그가 사라지는 것은 연기처럼 순식간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왠지 고개를 돌려버리면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돌리지 않으려고 마주 보며 급하게 이름을 물었다.
“이름이 뭐예요?”
“시우요.”
“전 선이에요. 이선”
나는 그의 이름을 곱씹었다. 잊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혹시 몰라 손에 꼭 쥐듯이 입에 여러 번 담아두었다. 시우. 시우. 시우. 그때 저 멀리서 삼촌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아!, 이선! 거기 있니?”
나는 무의식적으로 삼촌이 부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예! 여기 있어요.”
나는 삼촌에게 대답을 하고 다시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는데, 그는 나의 예상처럼 그 자리에 없었다. 나는 또 그가 말한 외길로 눈을 돌렸지만, 이미 너무 어두워져 버린 건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그가 걱정되긴 했지만, 어제의 그의 말이 떠올라 걱정보다는 궁금증이 더 커졌다.
“선아. 넌 왜 전화가 안돼?”
“아 배터리가 나갔나 봐. 왜?”
“왜긴 아까부터 민우한테 전화 오고 난리다. 너 어떻게 된 거 아니냐고.”
“그냥 잘 있다고 하지. 삼촌은 나 자는 거 보고 갔잖아.”
“우선 그렇다고는 했지. 근데 너 잤어? 여기서? 여기 물가라 해 떨어지면 추운데.”
“이거 삼촌 꺼 아냐?”
나는 당연하게 삼촌 거라고 생각한 내 어깨에 덮여있던 담요를 삼촌에게 건넸다. 그런데 삼촌은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담요를 보며 눈빛이 흔들렸다. 마치 본인 것은 아니지만, 누구의 것인지는 알고 있다는 것처럼.
“어? 삼촌 거는 아닌데, 누가 지나가다가 너 입 돌아갈까 봐 덮어줬나 보다.”
나는 삼촌에게 더 묻고 싶었지만, 뭔가 삼촌이 곤란해하는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아니 어쩌면 저 길 끝에는 뭐가 있는지 그게 너무 궁금한 해서, 그걸 묻는 게 우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삼촌 이 길로 가면 뭐가 있어?”
“뭐가 있긴. 아무것도 없는데? 쭉 가다 보면 그냥 막다른 길일걸? 나도 처음에 와서 한번 가보기는 했는데, 뭐가 없어서 그 뒤로는 안 가는데. 왜?”
“어? 아냐.”
나는 삼촌에게 더 물어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말이 또 삼촌을 걱정하게 만드는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두기로 했다. 다만, 나는 삼촌과 그곳을 떠나면서까지 그 어두운 골목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저 길의 끝에 왠지 그가 서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저 안에 들어가면 내가 혼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처음이었다. 저렇게 깊은 어둠이 공포가 아닌 호기심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 그것이 어쩌면 나에게 펼쳐진 첫 번째 변화였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존재로 인해 달라진 나의 첫 번째 변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