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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Jan 11. 2022

잠을 지켜주는 마음.

달콤하게 깨워주고 싶어.

 강의를 진행하다 보면 가끔 피곤함을 못 이기시고 졸고 계시는 분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매장에서 근무를 하시던 분들이 그러신 경우들이 많은데, 매장에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보통은 오전까지 수면을 취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주로 오전에 강의를 하는 내 시간이 그들에게 아주 힘든 시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내 강의가 지루해서 졸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굳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들의 변해버린 신체리듬이 나의 명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것이라고 아쉬워할 뿐.


 다만,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나는 되도록이면 깨워서 강의를 들으실 수 있도록 한다. 기본적으로 꽤 많은 비용을 내고 수업을 들으시는 것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내용들이 매장을 운영할 때 꼭 알고 계셔야 하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고단함을 이해하고는 있어도, 나는 꼭 깨우는 편이다.


 보통 내가 함께 교육을 받으러 온 짝꿍들에게 잠을 깨워달라고 부탁드리는데, 그 관계에 따라서 깨우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보통 친구 사이나 지인들인 경우에는 흔들어서 깨우거나, 목을 주물러 준다. 이런 경우는 보이는 모습까지 계산된 아주 아름다운 상황들이며, 보통 그 뒤에는 서로 민망함때문에 다시 잠들지 않는다.


 부부의 경우는 결혼기간과 상관없이, 등짝 스매싱이 나가는 경우가 많다.(대부분은 남편분들이 조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한 두 마디의 아주 빠른 잔소리도 첨가가 되는데, 대부분의 남편들은 아내의 그 방식에 두 눈이 번쩍 뜨이는 편이다. (물론, 부부의 경우에도 다정하게 흔들어 깨우거나, 목을 주물러 주는 스위트 한 부부도 존재한다. 다만, 그런 경우는 피곤한 이유가 교육을 너무 열심히 듣거나, 밤에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유난히 이런 상황에서 짝꿍을 깨우는 것을 힘들어하는 부류가 있다. 그것은 바로 모자 관계인 경우다. 모자 관계의 경우, 간혹 어머니께서 주무시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 80%의 아들들은 팔꿈치로 툭툭 치며 깨우고, 20%의 아들은 부드럽게 흔들거나, 안마를 해준다. 그런데 아들이 조는 경우에는 열이면 열, 어머니께서 깨우는 것을 힘들어하신다. 가볍게 흔들거나, 지긋하게 손을 잡거나, 목을 주물러주는 경우들이 많고, 심지어 그런 것들도 강하게 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대부분의 아들들은 금세 다시 잠이 들어버린다.


"팀장님, 얘가 어제 좀 늦게 자서요. 좀 더 자게 두면 안될까요? 제가 잘 들을게요."


 언젠가 내가 자꾸 졸고 있는 아들을 깨워달라는 부탁을 드리자, 결국에는 이런 말씀을 하신 분도 계셨다. 그분들의 눈에는 그저 조금이라도 더 재우고 싶은 마음만 가득 차 있는데, 안 되는 일이지만, 가끔을 더 쉬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비슷한 경험이 나에게도 있었다. 20대 초반에 한창 희곡을 쓰고, 시나리오를 쓰던 나는 쉽게 잠을 자지 않았다. 항상 밤마다 글을 쓴다는 핑계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고, 그 모습을 보시는 어머니는 간식을 챙겨주시면서도 항상 어서 자라는 말씀을 달고 사셨다. 아마도 그 시절 어머니의 마음도 그 사장님들과 동일하셨을 것이다. 밤마다 글을 쓴다고 밤을 새우고는 수업을 들으러, 아르바이트를 하러 아침마다 나가는 아들의 모습이 그렇게 안쓰러우셨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인가는 평소처럼 4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어, 수업을 위해 8시에는 일어나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눈을 떠보니 9시가 넘은 적이 있었다. 나는 당연히 알람 시계를 8시에 맞춰놓고 잠들었는데, 울리지 않은 알람시계를 탓하며 급하게 일어났는데, 그때 어머니가 허겁지겁 나오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그냥 하루 푹 자., 학교 하루 안 가도 돼."


우리 어머니는 옛날 사람이시다. 학교는 절대 빠지면 안 되는 곳이었고, 아파도 가는 곳으로 알고 계시던 분이다. 그 덕에 우리 누나들도 나도 학창 시절 내내 개근상은 모두 받아야만 했다. 그런 어머니가 알고 보니 잠이 부족해 보이는 나를 위해, 몰래 내 방에 들어와서 알람시계를 끄고 가신 것이다.


다행히 그날은 마침 아침 수업이 휴강이 돼서, 결석도 하지 않고, 좀 더 침대에서 뒹굴거릴 수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날의 어머니의 말이 쉽게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지금도 어머니는 내가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놀러 가면, 한숨 자라는 말씀부터 하신다. 아이는 본인이 봐줄 테니, 어서 들어가서 한숨 자라고.

나는 그 마음이 뭔지 너무 잘 알아서 그저 못 이기는 척 들어가서 꿀 같은 낮잠을 자곤 한다.


 오늘 교육에서 또 한 모자의 같은 상황을 마주했다. 어머니께서는 아들이 졸고 있는 것을 아시면서도 쉽게 깨우지 못하고 계셨고, 나도 좀 가벼운 내용에서는 되도록이면 눈치를 좀 덜 드리며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꼭 들어야 하는 부분이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좀 깨워주시라는 부탁을 드렸는데, 그 어머니께서는 등짝 스매싱이나 흔드는 행동 대신 조용히 일어나 간식 바구니로 가서 달콤한 젤리를 가시고 오셨다. 그리고는 살짝 흔들어 깨운 아들의 입에 달콤한 젤리를 하나 넣어주셨다. 나는 그 모습이 딱 어머니의 마음 같았다. 이 잠을 깨우는 것마저도 달콤하게 하고 싶으셨던 마음.


결국, 아들 사장님께서는 내 수업이 끝날 때까지 비몽사몽으로 정신을 못 차리셨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바로 엎드려서 부족한 잠을 청하셨다. 다 큰 어른이 된 아들이라도, 잠이 부족한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은 것 같다.


 어제 아침 조금 일찍 잠에서 깬 우리 아이는 내 품에 안겨 20분 정도 더 잠을 잤다. 내 품에 안겨있는 아이를 보며, 이 아이가 더 자고 싶다면 얼마든지 더 안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부모들은 아이가 자는 모습에서 뭔지 모를 편안함을 느끼는 듯하다. 그저 세상에 고민들은 모두 잊은 채 부모의 옆에서 편하게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 내가 잠들어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꿈꾸듯이 행복한 느낌을 받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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