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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Feb 28. 2022

코로나 자가격리가 해제되었습니다.

코로나는 친절한 기억만 남기고.

 우리 가족은 모두 다 확진이 되었다. 나부터 시작된 확진은 그다음 날 아이가 확진이 되었다는 문자로 이어졌고, 아내는 미결정이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재검을 하니 결국 양성이 나왔다.


처음에 안방에서 혼자 격리되어 살아가던 나는 아이의 양성 소식에 바로 거실로 나와 아이를 케어하기 시작했고, 아내의 결과로 모두 다 함께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안방에서 혼자 누워 TV 드라마나 보면서 지내는 것이 몸은 더 편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의 답답함과 아내와 아이에 대한 미안함은 코로나의 증상보다 더 큰 불편함을 주었다.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많은 불편들이 있었지만, 격리가 해제되고 재택치료를 마무리한 결과를 되돌아보면 나는 흐뭇한 기억들이 더 많다. 우선 내가 확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여기저기에서 수많은 걱정과 구호품이 왔다. 우선 누나들은 배달음식 쿠폰과 밀 키트를 보내왔고, 장모님은 밑반찬과 근처에 맛있는 갈비탕을 사다 놓고 가셨다. 어머니는 하루에도 4~5번씩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고, 회사에서도 간편식을 보내주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은 동네 약국이었다. 격리된 지 하루 만에 가지고 있던 약을 모두 먹어버린 나는  [닥터 나우]라는 어플을 통해 원격 진료를 받았다. 처음에는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그 역시도 나를 걱정해주는 누나의 공유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서울에서 사는 것이 아니다 보니 처방받은 약을 받을 수 있는 것은 택배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진료를 받고 2일은 남아있는 타이레놀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뭐, 나는 증세가 심한 것도 아니었고, 충분히 버틸 수 있어서 상관이 없었지만, 아이는 문제가 달랐다. 조금씩 열이 오르기 시작하는 아이는 당장이라도 약들을 처방받아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는 어플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았다.


[OO시 비대면 진료 가능 병원]


실제로 조금 검색을 해보니, 전화로 진료가 가능한 지역 내 병원들이 존재했고, 다행히도 그중에는 아이가 다니던 소아과도 있었다. 아내는 그렇게 그 원장님과 한참을 통화해서 아이에게 맞는 약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더 있었다. 우리는 이미 모두 격리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우리 아파트 단지에 있는 약국으로 처방전을 보내주었지만, 우리가 그 약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내와 나는 방법을 고민하며 약국과 통화를 했는데, 약국에서는 의외의 답을 주셨다.


"제가 가져다 드릴게요."


"예?"


"움직이질 못하시는데 어떻게 해요. 어차피 잠깐 집에 들어갈 일이 있으니까. 가는 길에 가져다 드릴게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정말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정말 맘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시간 중에 환자를 위해 집까지 약을 배달해 주는 것. 심지어 그 약국은 처방전에 있는 약이 재고가 없어서 주문을 한 후에 오후에 한번 더 가져다주셨다.


그리고 그 약은 정말 큰 도움이 되어서 아이가 고열을 앓던 2일 동안 그 약으로 잘 이겨 낼 수 있었다.


 내가 확진을 받고, 집에서 격리가 되어 있는 동안, 내가 받은 모든 것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었다. 괜찮냐 묻는 안부 연락도, 혹시나 밥을 못 챙겨 먹을 까 봐 보내주신 음식들도, 심지어 약을 문 앞까지 가져다 주신 약사 선생님의 배려까지도.


하지만 그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나에게는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고, 우리는 그 덕에 힘들 수 있는 시간들을 따뜻한 기억으로 남길 수 있었다.


세상은 각박하고, 차갑고, 무섭고, 이기적이라고 말하지만, 아직은 따뜻하고, 친절하고, 포근하고, 정이 넘친다.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이 다 섞여서 세상이라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우리에게 보여주는 그 심쿵한 상황들이 우리를 좀 더 웃으며 살아가게 만들어 주는 힘이 되는 것 같다.


 가끔은 나 역시도 눈에 보이는 친절할 수 있는 순간들을 외면하는 경우들이 있다.


뭐 굳이.


에이 오번가?


하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앞으로는 그런 순간들을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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