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희종 Mar 11. 2022

입덧이 심하면 아이가 똑똑하다던데

둘째가 생겼습니다


둘째가 생겼다. 예전의 글에서도 썼었지만, 둘째는 오로지 지금의 아이를 위해 고민하고 결정하게 되었다. 너무 외로울까 봐. 그리고 이 아이의 삶이 조금 더 든든한 가족이 오래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지만 우리에게 온 반가운 소식은 혼자 오지 않았다. 아내의 입덧이 시작된 것이다.


 신이 사람에게 준 가장 큰 배려가 망각이라는 말이 있다. 아내와 나는 첫째 때 고생한 기억이 있기는 했지만, 방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혹시나 둘째는 없을 수도 있다는 희망도 있었고. 하지만 우리의 그 모든 희망과 방심은 어김없이 무너져 버렸다. 첫째 때보다도 더 심하게 느껴지는 아내의 입덧은 그녀의 삶은 피폐하게 만들고 있고, 첫째와는 다르게 당황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제는 첫째의 육아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나는 아내에게 집중해주지 못하고 있다.


아내는 울렁거림이 생겼고 냄새에 민감해졌다. 식욕이 떨어졌지만 속이 비면 어김없이 울렁거림이 찾아왔고, 입맛이 없어도 무엇인가를 계속 먹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기본적으로 기력이 없어서 침대에 누워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처음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서 당황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고통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불안함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 첫째 때도 이미 많이 찾아본 것들이지만, 다시 입덧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찾아보고 있고,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뚜렷한 원인도 똑 부러지는 방법도 없다. 그저 견뎌야 하고 지나가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 모든 과정이 소중한 생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숭고함은 느끼고 있지만, 눈앞의 고통은 그 숭고함마저도 자주 잊어버리게 만든다.


"입덧이 심한 아이일수록 더 건강하고 똑똑할 확률이 높데."


아내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그래. 입덧에 대한 글 중에 유일하게 긍정적인 게 그거잖아."


아내는 첫째 때부터 입덧으로 많은 고생을 하고 있고, 그 입덧이 혹시나 아이의 건강에 영향을 줄까, 걱정도 많이 하고 죄책감도 느끼곤 한다. 하지만 그나마 아주 순간의 위안이라도 되는 것이 저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로 많은 논문을 통해서 밝혀진 내용이라고는 하지만, 굳이 논문까지 가지를 않더라도 유난히 똑똑하고 빠른, 그리고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첫째를 보면 꼭 허무맹랑한 말이 아닌 것도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모든 부모의 마음은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태어나는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부모의 삶에서 아이를 위해 무조건 견뎌야 하고 참아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모두가 소중한 생명이고 가치 있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아내가 빨리 나아지길 바란다. 아이가 더 똑똑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건강하기만 하다면, 입덧이 빨리 가시고 좀 더 나은 임신기간을 보냈으면 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아내의 입덧이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뭐든지 해보고야 말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이 과정도 조금은 덜 힘든 시간으로 기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입덧을 하고 있는 아내를 보며 나는 다시 한번 어머니의 위대함을 느끼고 있다. 새로운 생명을 품고 있는 것은 그 어머니의 모든 것을 나눠주는 것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효도를 해야 하고, 아내에게 충성을 해야 한다. 이것은 요즘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젠더의 갈등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이다. 모든 어머니들은 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