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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Apr 20. 2022

감귤마켓 셜록-두 번째 출간을 대하는 나의 자세

기다리고 있어.


첫 소설이 출간되었을 때, 나는 뭔가가 된 줄 알았다. 소설책을 출간해서 소설가라고 소개할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한 것이 아니라, 그 책으로 나의 삶이 많이 달라질 것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고 홍보를 부탁했다. 내가 속해있는 모든 톡방에 소식을 전했고, 수많은 축하와 함께 꼭 읽어보겠다는 답변들도 들었다. 실제로 초기에는 판매가 아주 잘 되었고, 꽤 높은 순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 봤자, 찾아보지 않으면 노출되지 않는 순위였다.) 그럼에도 나는 흥분했고, 매일 서점 사이트를 들어가고, 온라인 반응을 살폈다. 가끔은 출판사에도 이런저런 연락을 했다. 어쩌면 나보다 더 잘되기를 바라는 곳이었는데.


 하지만 이 모든 열정은 점점 실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실제로 첫 소설을 쓴 초보 소설가가 주목받는 일은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일이었고, 내가 쓴 소설이 그렇게 이슈를 끌만한 훌륭한 작품도 자극적인 소재도 아니었다. 나는 조금은 기운이 빠졌고, 평상심을 유지하게 되었다. 그 사이에 다음 작품에 빠져 미친 듯이 글을 쓰고 있었고, 어느새 두 번째 작품이 나오게 되었다.


 두 번째 작품이 출간되던 날, 첫 소설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기다릴 줄 알게 된 듯하다. 음악이나 영화처럼 작품이 나온다고 바로 관심을 받는 분야도 아니고, 나는 아직도 초보티가 팍팍 나는 신인일 뿐이다.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이다. 나는 이제 부담스럽지 않을 만한 사람들에게만 소식을 전하고, 유난 떨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출간이 된 지 일주일. 처음으로 내 책을 다 읽은 사람의 소감을 전해 들었다. 다행히 재미있게 읽었다는 반응과 속편이 언제나오냐는 압박이었다. 나는 그 사실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꼈고, 이제 조금씩 이어질 서평들에 기대와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나는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대문호가 될 만한 재능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오랜 시간을 들여서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 낼 만큼 인내심이 뛰어난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피나는 노력으로 작품을 만들기보다는 그저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고, 그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 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물론, 나에게는 전업작가라는 분명한 꿈이 있다. 먼 미래에는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생계를 위지 할 수 있는 프로 작가가 되는 것. 그 꿈이 언제 나에게 현실로 다가 올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있다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낙천적인 태도로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여전히 내 소설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아니 더 넘어서 영화나 드라마로도 만들어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퍼져나갔으면 하는 꿈도 있다. 하지만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한 것 같다. 이제는 그저 나의 자리에서 묵묵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천천히 다가올 미래를 기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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