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설을 출간하고 소설가가 되었을 때, 제일 부러운 것이 있었다. 인터넷 서점에 올라와 있는 책 제목 옆에 붙어있는 각종 순위들이었다.
"국내 소설 00위"
"국내 도서 Top 100 00주"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그런 타이틀들이 막상 내 책을 내고, 서점 사이트에 자주 들어가다 보니, 점점 더 신경이 쓰이고 부러웠다. 그래도 그때는 왠지 조금만 더 있으면 내 책에도 저런 타이틀들이 달릴 수 있다고 생각했었고, 실제로 네이버에 화제의 신간에 소개가 되자, 그 기대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타운하우스"에게 그런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마음.) 출간이 되고 반년이 지난 지금, 나의 첫 소설은 화제의 신간에 한번 소개된 것이 다이고, 그다음에는 그럴듯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내가 첫 소설이라 욕심을 낸 것도 있고, 실제로 초반에는 판매가 좀 되다 보니 김치 국물을 마신 것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출판사에서는 조바심을 갖지 말라는 말과, 두 번째 책과 함께 연계가 돼야 더 잘 될 것이라는 다른 기대를 주었다.
두 번째 책이 나왔을 때, 나의 심리는 첫책과는 확연히 달랐다. 책을 내는 것만으로 눈에 띄는 화제를 이끄는 것은 그 분야에서 훨씬 더 오랫동안 노력을 해 온, 이미 소설가라는 이름으로 힘이 있는 사람들의 일이라는 것. 그리고 나는 어차피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들을 쓰는 작가이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될만한 작가는 아니라는 점. 그런 사실이 현실을 조금 더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나의 그런 마음과는 상관없이 많은 분들은 내 책을 읽고 나름 좋은 평가들을 해주고 계셨고, 조금씩 이어도 책이 판매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젯밤. 기대감은 덜하다고 해도, 어느새 습관처럼 들어가 보는 서점 사이트에서 엄청난 것을 발견했다.
"한국 추리/미스터리 소설 주간 30위"
이번에 출간한 "감귤 마켓 셜록"에 붙어 있는 타이틀이었다. 소설 전체도 아니고, 전체 사이트의 평가도 아니지만,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 다른 사이트들도 들어가 봤지만, 다른 사이트는 여전히 깨끗했다. 그저 알라딘에서만 그리고 그중에서도 추리/미스터리 소설 분야에서만 겨우 순위에 오른 것이다.
이 분야에 계신 분들이나, 책이 많이 팔리는 작가님들에게는 너무 우스운 얘기겠지만, 나에게는 엄청 의미가 있는 일이고, 아직도 믿기지 않는 일이다. 나는 안다. 평가조차 받을 수 없는 단계의 일들을. 학창 시절의 성적표야 시험을 본다면 누구에게나 나오는 것이었지만, 사회에 나와서 도전하는 수많은 일들은 나의 도전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거나, 아무도 모르는 상황들이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오디션들에서 탈락자들이 그러하듯이, 수많은 공모전에서 지원자들이 그러하듯이, 내 도전에 대해 한마디의 평가도 받지 못하도 끝나는 일들 말이다.
의미 있는 일.
나에게는 소설이 그렇다. 내가 무엇인가는 계속 창작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아직은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 안도. 그리고 언제 가는 더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바람.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의미를 만들어 준다. 그래서 지금 크지 않은 저 성적표도 나에게는 아주 의미 있는 일이다. 조금 더 해봐도 된다고. 조금 더 애써도 된다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누군가 말해주는 응원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