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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May 18. 2022

감귤 마켓 셜록 그 두 번째 이야기-1

프롤로그

초인종이 울렸다. 마침 화장실에 있던 선애는 급하게 볼일을 다 보고 거실로 나왔다. 그 사이에 초인종은 계속 울리고 있었고, 현관문은 누군가가 미친 듯이 두드리고 있었다. 문을 크게 두드리는 소리에 겨우 잠이 들었던 아영이가 깼다. 아영이는 많이 놀랐는지, 그 자리에서 엄마를 찾으면서 울고 있었고, 도대체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선애는 문을 열어줄 틈도 없이 울고 있는 아영이부터 안았다. 그렇게 아영이를 안고 인터폰 앞으로 가니,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작은 화면으로 보이는 사람은 두 명의 경찰관과 두 명의 소방관이었다. 선애가 그 화면을 보는 순간, 경찰은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고 있었고, 소방관 두 명은 어딘가로 급하게 뛰어갔다. 지금 집안은 마치 전쟁과 같았다. 문밖에서는 두 명의 경찰이 문을 부술 듯이 두드리고 있었고, 아영이는 선애의 품에 안겨 자지러질 듯 울고 있었다. 선애는 품에 안겨 버둥거리는 아영이 때문에 인터폰의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점점 심각하게 흘러가는 것은 느낀 선애는 어쩔 수 없이, 아영이를 데리고 현관으로 갔다.

“뚝! 그만!”


선애는 아영이를 달래기 위해 아이에게 크게 소리를 질렀고, 그런 엄마의 소리에 깜짝 놀란 아영이는 순간,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선애는 그 사이에 재빠르게 현관문을 열었다. 그런데 현관문을 열자, 그곳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상태였다. 문을 열려는 순간, 경찰관 두 명은 뒤쪽으로 빠져 있었고, 손에 빠루를 들고 있는 소방관이 문을 뜯어내기 위해 문 앞에 서 있었다. 긴박한 분위기 속에 문을 부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 소방관이 차에서 가지고 온 빠루를 문 사이에 넣으려는 순간, 선애가 문을 연 것이다.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대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안에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던, 경찰관과 소방관들은 아이를 안고 나오는 선애의 모습을 보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 그 정적을 깨는 엘리베이터가 도착 소리가 났다.


“띵”


그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에서는 완수가 내렸는데, 완수는 자신의 집, 현관 앞에 벌어져 있는 이 상황에 너무 놀라서 그대로 서있었다. 그리고 그때, 아빠의 얼굴을 본 아영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아빠~앙~”


아영이의 울음에 정신을 차린 완수는 급하게 달려가 아영이를 받아 안았고, 그때서야 정신을 차린 나머지 사람들도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영문을 몰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때 계단을 통해서 뛰어 올라오신 경비 반장님께서 카드 키를 들고 숨을 몰아 쉬며 말했다.


“여기요. 마스터 키 찾았어요! 너무 늦은 거 아니죠? 705호 사모님 아직 돌아가신 건 아니죠?!”


경비반장님의 말에 선애는 지금보다 눈이 두 배는 더 커졌다. 지금 그가 말하고 있는 705호 사모님이 자신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 제가요? 제가 죽어요?”


“아. 그게요..”


선애의 반응에 뭔가 오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바로 깨달은 경찰관은 그때서야 조금은 안심한 표정으로 선애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아. 실은 신고가 들어왔어요. 선생님 댁에 자살징후가 보인다고요. 그래서 급하게 소방서에 연락을 해서 바로 출동을 한 거거든요.”


“예? 제가요? 도대체 누가 그런 신고를 한 건데요?”


“저.. 그게 치킨 집에서..”


그때 때마침 엘리베이터에서 치킨을 들고 있는 태호가 내렸다. 태호도 다급한 마음에 뛰어나왔는데, 눈에 보이는 경찰관에게 질문부터 했다.


“어떻게 됐나요?, 괜찮으신 거죠?”


치킨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본 경찰은 조금 당황하면서 이야기했다.


“아마도 저분께서 신고를…..”


“예?”


치킨을 들고 있는 태호는 지금의 분위기를 보고 대충의 상황을 눈치챘다. 경찰관과 소방관은 당황한 모습으로 서 있고, 활짝 열린 현관문에 사람들이 나와있었다. 이런 그림은 아마도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말이고, 아무 일도 없다는 말이었다. 태호는 잠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 와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들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그곳에 서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선애는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저렇게 정중하게 사과하고 있는 태호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주문 메시지를 보고 제가 제 멋대로 착각을 했나 봐요. 정말 죄송합니다.”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완수는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났는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태호에게 양해를 구하고 태호 손에 있는 치킨을 받았다. 그리고 그 치킨 봉지에 달려있는 영수증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정말 맛있게 먹고 싶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순간, 완수는 선애를 쳐다봤다. 그리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선애에게 물었다.


“뭐야? 왜 이런 말을 썼어? 뭐가 마지막이야?”


완수의 질문에 선애의 얼굴은 빨개지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완수의 질문보다는 그 질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이 모든 사람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도 모른다. 완수의 질문에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선애의 입에만 시선이 쏠렸기 때문이다. 선애는 그 시선들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이…..”


“뭐라고?”


개미같이 작은 목소리로 작게 대답을 하는 선애에게 답답한 완수는 다시 큰 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그런 완수의 태도에 화가 난 선애는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큰소리로 대답했다.


“내일부터 다이어트한다고! 다이어트! 다이어트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진짜 맛있게 먹고 싶었다고! 됐냐!!!!”


선애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 사이에 3초 정도의 정적이 흘렀고, 그 뒤에 모두 빵 터졌다. 그동안의 심각한 분위기가 무색할 만큼 모든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했고, 그 상황에 선애는 더 얼굴이 빨개졌다. 사람들은 너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모두들 그렇게 한참을 웃었고, 사람들의 웃음이 그치자, 선애는 진심으로 사람들에게 사과를 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 그런 말을 왜 거기다 써. 나한테나 말하지.”


완수는 선애가 사과하는 모습에 다시 한번 웃음이 나와서, 놀리듯이 말했다. 선애는 사과를 하면서도 그런 완수를 아주 강한 눈빛으로 째려보고 있었다. 선애의 눈빛에 완수는 자연스럽게 아영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니 괜찮습니다. 저희는 우선 아무 일 없다는 게 더 반가운 일이니까요.”


“저도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오지랖을 부렸나 봐요. 정말 죄송합니다.”


소방관과 경찰관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는 태호에게 경찰관은 오히려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정말 잘해주신 겁니다. 만약에 정말 걱정했던 일이었다면, 분명히 선생님께서 한 명을 살리신 겁니다. 다음에도 저희는 정말 상관없으니 꼭 이렇게 해주세요.”


“아.. 예.. 감사합니다.”


경찰관의 말에 쑥스러워하는 태호를 보고, 완수는 더욱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태호에게 말을 걸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집을 이렇게 걱정해주셔서요.”


“아닙니다. 저 때문에 아이가 많이 놀란 거 같아요. 혹시 제가 사탕 하나만 줘도 될까요? 저희 아이 때문에 늘 가지고 다니는 건데, 비싼 건 아니지만 유기농이라 괜찮을 겁니다.”


“아! 그럼요. 감사합니다.


 태호는 배달 조끼 주머니에 있는 막대사탕을 하나 꺼내서 아영이에게 줬다. 아빠품에만 꼭 매달려 있던 아영이는 태호가 내미는 사탕에 금세 얼굴이 밝아져서 두 손으로 사탕을 받았다. 그런 상황을 보던 완수는 태호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졌다. 비록 실례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수는 태호에게 물었다.


“혹시 사장님이신가요?”


“아니요. 그냥 저는 배달 기사예요. 배달을 가면, 꼭 주문 메시지를 보는 편인데, 그런 메시지가 쓰여있어서요. 너무 걱정돼서 신고부터 한 겁니다.”


“아. 사장님이시면 앞으로 여기서만 시켜먹으려고 했는데요. 여하튼 너무 감사합니다. 꼭 어디선가 다시 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좋죠!”


상황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됐다. 경찰관과 소방관들이 먼저 웃으며 엘리베이터에 탔고, 태호와 경비반장님도 완수의 가족에게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완수는 태호의 뒷모습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배달 일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상황을 살피는 태도와 작은 사탕을 하나 건네면서도 상대방의 마음을 생각하는 그의 모습에 참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완수는 그가 건넨 치킨을 보며 다신 한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야! 내일부터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사람이 치킨을 두 마리를 시킨 거야?

거기다 치즈 볼까지?”


그리고 완수는 그의 바람대로 얼마 되지 않아 태수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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