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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Apr 26. 2022

첫째가 둘째를 질투하면 어떻게 하죠?

오은영 박사님 처방

 아이가 하나일 때는 걱정이 오직 하나였다. 아이가 외로우면 어떡하지? 초기부터 우리에게 딜레마였던 둘째의 문제는 나의 심경의 변화와 아내의 결단으로 결정되었다.


 나의 심경의 변화는 한 장례식장이었다. 외동이던 상주는 어머님의 상을 치르면서 참 외로워 보였고, 내가 언젠가 우리 아이의 곁을 떠나게 될 때, 그 슬픔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실감되자 둘째를 낳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계속 고민 중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아내에게는 시간이 문제였다. 나의 나이와 아내의 나이, 그리고 첫째와의 나이 터울. 이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낳으려면 올해 안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렇게 둘째의 계획을 세웠고, 너무 감사하게도 계획대로 아이가 찾아왔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면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첫째의 질투였다. 우리 아이가 아직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고, 우리 아이가 평소에도 샘이 심한 아이는 아니었지만, 모두들 막상 둘째가 나오면 다르다는 말에 우리는 긴장하고 있다. 특히, 많은 방송에서 첫째에게 동생이 찾아오는 것은 마치 남편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집에 오는 것만큼의 충격과 스트레스라는 말을 들어서 맘 편히 둘째를 기다리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이런 고민들로 이것저것을 검색하다 보니, 요즘에는 둘째를 집에 데려오기 위한 너무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뱃속에 있는 아이가 첫째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하면서, 부모가 둘째가 집에 오기 전에 첫째에게 선물을 준다거나, 집에 데려와도 되는지 첫째에게 허락을 구한다거나, 심지어 둘째를 첫째와 가장 안 친한 사람이 안고 집에 들어와서 그 충격을 좋은 기억으로 만들어 주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불편했다. 가족이 생기는 과정이고, 결국은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이 너무 첫째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닌가? 너무 과한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아무렇지도 않게 동생을 데려오는 것도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기에 우리의 고민은 커져가는 것이다.


 요즘 부모들은 이럴 때, 오은영 박사를 찾는다. 마치 레시피를 모를 때 백종원 선생님을 찾듯이. 그리고 오은영 박사님의 말씀 중에 나는 너무 공감되는 것이 있었다. 아이에게 처음부터 사랑을 강요하지 말라는 것과, 아이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것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물어보고 대화해야 한다는 것.


 그 뒤로 나는 아이와 꾸준히 하는 것들이 있다. 첫 번째, 아이와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절대 둘째에게 아빠의 사랑은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아빠의 사랑이 동생이 태어나서 두배가 되는 것이라는 말. 그리고 동생은 아직 어리니까 첫째와 함께 돌봐주어야 한다는 말을 해주는 것.


 두 번째는 첫째의 아주 어릴 적 사진들을 함께 보면서 첫째도 어릴 때 어땠는지. 그리고 동생이 우리 집에 오면 우리가 어떻게 해줘야 하는 지를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생이 태어나도 아빠는 너와 신나게 놀아줄 것이고, 항상 곡 안아줄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모든 선배님들은 콧방귀를 뀌실지도 모른다.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까. 아직 겪어보지 않아서 그럴 수 있다고. 당연히 그럴 것이다.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틀릴 것이고, 지금 하는 노력도 다 소용없는 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의 방법은 모르겠다. 그리고 첫째에게 과하게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도 없다. 이미 우리에게는 새 식구가 생기는 것이고, 우리는 모두 함께 오랫동안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서로에게 배려하고 서로 사랑하며 지내야 하는데, 첫째 아이에게 너무 안테나가 맞춰지는 것은 좋은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즘에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외동 만큼이나 첫째들도 제멋대로 자란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집은 꼭 둘째들이 오히려 소극적이고, 눈치를 보는 성향이 느껴졌다.)


요즘 드는 생각은 둘째라는 존재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닌가 라는 걱정이다. 현실로 다가오는 둘째의 존재는 하나를 키우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지금 내 삶에 아이의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줄 알고 있기 때문에, 분명히 둘째도 우리 가족의 엄청난 행복을 선물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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