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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Jun 03. 2022

둘째는 미안함이다

둘째 육아의 시작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겼을 때, 계획된 것은 아니었지만 마냥 기쁘고 설렜다. 워낙 아이를 좋아하기도 했고, 주변에서 난임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많이 봐서 걱정을 하고 있어서 이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첫아이와의 만남은 꽤 많은 준비를 했던 것 같다.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어플을 깔아서 지금 아이는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거의 매일 본 것 같고, 선물 받았던 태교 책으로 매일 밤 동화를 읽어주고는 했다. 수시로 안내의 배를 만져보기도 하고, 배에 귀를 대고 무슨 소린가를 들으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우리의 대화는 거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 대한 것뿐이었고, 이름도 임신기간 내내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런데 둘째가 생겼다. 정말 미안하지만 둘째의 존재 자체도 첫째 아이가 외로울까 봐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고, 둘째의 소식과 함께 찾아온 아내의 입덧은 우리의 모든 삶을 힘겹게 만들었다. 입덧이 심한 아내는 5주부터 거의 침대에서만 생활해야 했고, 당연히 첫째와는 놀아줄 수가 없었다. 심지어 너무 심한 시기에는 친정에 가있어서 아얘 엄마의 얼굴도 못 보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아이는 아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나는 아빠 껌딱지야."


 어른들이 하는 말을 들었는지, 스스로 웃으며 하는 저 말이 아내의 마음에는 무겁게 다가왔고, 나는 그나마 아빠가 채워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히 아내의 입덧은 조금씩 나아졌고, 첫째도 엄마와 노는 시간이 길어졌다. 나 역시도 부담이 조금 줄어들기는 했는데, 중요한 건 그러고 나니 이제야 둘째 아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19주나 되도록 한 번도 동화책을 읽어 준 적도 없었고, 배에 손을 대고 대화를 한 적도 몇 번 없었다. 이름도 고민하고 있지만 첫째만큼 치열하지도 않고, 다른 일들에 버거워 오래 생각하지도 못한다.


 둘째가 생기는 순간, 우리 부모는 누군가에게는 미안해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아이가 나오고 나면, 또 그 안에서 우리는 수많은 감정들을 느껴야 할 것이다. 가끔 너무 힘들 때는 이게 진짜 아이들을 위한 게 맞았나 싶기도 했다가. 주변에서 큰일을 치르는 사람들을 보면 형제의 중요성을 다시 체감하기도 한다.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지금 첫째에게 쏟았던 애정만큼 둘째에게는 당연히 못해줄 것이고, 둘째가 나오는 순간, 첫째에게도 그만큼의 결핍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쩌면 정말 후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더 설레고 기대가 되는 것은 첫째의 애교 덕분이다. 아이는 크면 클수록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녹이고 있고, 육아로 인한 고됨도 아이에게 받는 행복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 어머니는 우리가 다 자라고 나니, 미안했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큰누나에게는 장녀로서 부담을 너무 많이 줘서 미안하다 하시고, 작은 누나에게는 중간에 낀 둘째의 설움을 줘서 미안하다 하시고, 나에게는 항상 더 못해줘서 미안하다 하신다. 이제야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부모는 항상 미안한 존재다. 마음속에 품은 사랑의 크기가 너무 커서 그만큼을 다 표현할 말도, 표정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미안함이 우리를 더 끈끈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고, 그 감정이 우리를 더 감사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니 미안해도 하고, 고마워도 하고, 행복해하기도 하며, 그 어렵다는 둘째의 육아를 잘 해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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