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열경련" 이 왔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아
아직도 검지 손가락 끝마디가 저린다. 아이가 있는 힘껏 물었던 그 순간에는 아픈 줄도 몰랐었는데..
일요일 새벽 아이의 뒤척임에 잠에서 깼다. 실은 그 전에도 한번 깼었지만, 자고 있는 아이의 몸이 살짝 따뜻하다는 생각만 하고 바로 잠이 들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이마가 뜨거웠고, 나에게 더 치덕 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고, 안방에서 자고 있던 아내는 체온계를 들고 달려왔다.
"39.7도"
며칠 전에도 한번 그랬었지만, 약을 먹고 잘 넘어갔었다. 우리는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고, 바로 약을 먹이고, 옷을 벗겼다. 그리고 미온수로 조금씩 닦아주면서 안방에서 같이 자기로 했다. 아이는 다행히 많이 처지지 않았고, 우리는 그렇게 이 새벽을 잘 넘기는 가 했다.
"당신아. 애가 이상해."
하지만 아이를 옆에 누이고 자려는 순간, 나는 아이의 움직임이 이상한 것을 느꼈다. 뭔가 규칙적으로 움찔거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순간, 아이를 안고 불이 켜있는 거실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니 아이의 상태가 더 눈에 들어왔다. 아이의 눈이 돌아가 있었다. 나는 급한 마음에 아이를 안고 아이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고, 아내는 그 사이에 빠르게 검색을 하고 아이를 편하게 눕혀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바로 아이를 눕혔는데, 그때 아이가 숨을 잘 못 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본 프로그램에서 의식이 없으면 기도를 확보해야 한다는 말도 떠올랐다. 나는 아이를 눕히고 아이의 목을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아이의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이는 강하게 입을 다물고 있었고, 나는 고민하지 않고 아이의 이사이에 손가락을 넣었다. 아이는 내 손가락을 강하게 물었지만, 나는 아이의 숨길이 불안해서 손가락을 빼지 않고 아이의 호흡을 살폈다. 다행히도 아이는 순간 헉소리와 함께 호흡이 터졌고, 바로 몸의 기운이 빠지더니 편안해진 표정으로 누워있었다.
발작은 멈췄지만, 우리의 심장을 여전히 빨리 뛰고 있었다. 아내는 내가 아이의 상태를 살피는 동안 119에 전화를 하고 있었고, 우리는 바로 아이를 데리고 아파트 1층으로 향했다. 멀리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아내는 아이를 안고 구급차에 탔고, 나는 차를 운전해서 구급차를 따라 병원으로 갔다. 다행히 그 사이이 아이의 열은 점점 떨어지고 있었고, 응급실에 도착해서도 큰 문제는 없었다. 아이는 해열제를 맞고 잠이 들었고, 병원에서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서 하루 이틀 정도는 입원을 해서 검사를 좀 해보자고 했다.
지나고 나서 다시 "유아 열경련"으로 검색을 해보니 내가 했던 행동들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 아이에게 자극이 될 수 있는 몸을 흔든다거나, 큰소리로 이름을 부른다거나, 심지어 아이의 입에 손을 넣거나 인공호흡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게시물도 있었다. 다행히 그 잘못된 행동들이었지만, 큰일이 일어나지 않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겠지만,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몸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살면서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들을 맞이 했다. 2분 정도의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우리는 이성을 잃는다는 말이 어떤 말인지 알게 되었고, 이 아이가 어떤 존재인지를 더 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아이의 굳은 몸과 발작, 돌아가 있는 눈은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순간 우리는 정말 지옥에라도 다녀온 기분이었다.
구급차에서 만난 구급대원도, 응급실의 의료진 분들도, 상황을 알게 된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아이들의 열경련은 흔하지 않은 일이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실제로 3~5% 정도의 아이가 경험한다는 데이터도 있다. 나 역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 경험을 직접 하고 나니, 다른 아이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라는 말이 그렇게 큰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그저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조금 더 아이의 상태를 잘 살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최근에 조금은 방심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밥도 잘 먹고,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는 모습에. 어느새 자신의 의사표현을 다 하는 똑 부러지는 모습에. 그래서 이제는 말도 좀 통하고 손도 좀 덜 가는 상황들 때문에 우리는 조금 안심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육아는 여전히 만만하지도, 방심할 수도 없는 것이라 것을 이번 일로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조금 더 신경 쓰고 잘 보살펴야겠다고.
그리고 정말 간절히 바라는 것은 다시는 우리 아이에게 그리고 곧 태어날 아이에게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큰 부자가 되는 것도 좋은 일이고, 커다란 명성을 얻는 일도, 막강한 권력을 갖는 것도 꽤 근사한 일이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족들의 건강만큼 간절한 것은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