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두목은 수표를 두 장을 더 건네고 카페에서 나갔다. 여직원은 그들이 모두 차에 타고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숨을 쉴 수 있었다. 너무 큰 충격에 한참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여직원은 정신을 차리고 나자, 갑자기 지함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여직원은 바로 노트북에 연결되어 있는 자신의 카카오톡으로 본인에게 말을 걸었다.
[지함씨! 저 휴대폰 주인입니다.]
대호는 갑자기 울리는 알림에 휴대폰을 보니, 메시지가 오고 있었다. 무슨 상황인지 바로 파악된 대호는 휴대폰을 지함에게 넘겼다.
[아.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지금 막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다녀 갔어요.]
[뭐라고요? 그래서요?]
[다짜고짜 저한테 전화번호를 묻더라고요.]
[아..]
[저도 순간 당황해서 저도 모르게 전화번호를 알려줘 버렸어요. 죄송해요.]
[아. 예. 아닙니다.]
[아무래도 친구분이 제 폰을 가지고 간 알았나 봐요.]
[그러네요.]
[그럼. 어떡하죠? 뭔가 위험해지신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런데 그쪽은 괜찮아요? 어디 다친 데 없어요?]
[예. 저 같은 일반인은 안 건든대요.. 그래서 괜찮아요.]
[아씨. 나도 일반인인데……]
[예?]
[아니에요. 혼잔말이었어요. 괜찮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무슨 일인진 모르지만, 아무래도 지함씨가 알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조심하시라고 연락드렸어요.]
[아. 정말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예. 말씀하세요.]
[저 인스타그램 봤어요. 어디선가 낯이 익다 해서 찾아봤더니 맞더라고요.]
[아. 그러셨어요?]
[지함씨 탓 아니에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요.]
[아……]
[사람은 누구나 수많은 우연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아까까지만 해도 죽으려고 마음먹었던 제가, 지함씨 덕에 마음이 달라진 것처럼요. 모든 우연이 지함씨 탓일 수는 없어요. 친구분에게 찾아온 시련이 너무 가슴 아픈 일이긴 하지만, 사고잖아요. 누구 한 사람만의 탓일 순 없어요. 아마 지금쯤 그 친구도 분명히 알고 있을 거예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저 아침까지 근무인 거 아시죠? 이 시간부터는 손님들도 거의 없으니까, 도움이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예. 고맙습니다. 정말.]
여직원은 바로 카톡방에서 나갔다. 자신이 쓴 글들이 너무 민망했기 때문이다. 지함은 여직원이 쓴 글을 멍하게 보고 있었다. 휴대폰 카톡방에서 마치 한 명이 이중인격자가 된 듯이 대화가 이어진 것이 신기했다. 여직원이 자신에게 해준 말을 보면서 마음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자기 스스로 수십 번도 더 대뇌인 말이지만, 누군가에게 들어본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옆에서 톡의 내용을 모두 읽은 대호는 지하에게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버리자고 했다.
“안돼.”
“뭐?”
“이거를 버리거나 부수면, 그 여직원이 우리에게 연락했다는 걸 알게 되잖아.”
“그렇지.”
“우선은 가지고 가자. 그 새끼도 분명히 혼자 오는 것은 아닐 거니까,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지면 오히려 틈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최대한 끌고 가보자고.”
대호도 지함의 의견에 동의했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의 안전도 중요했지만, 본인들 때문에 엉뚱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 동시에 뭔가 너무 위험한 상황인 것 같아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대호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지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극도로 예민한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그런 대호의 모습을 지켜보던 지함이 갑자기 대호의 어깨동무를 했다.
“쫄지마. 나 이지함이야.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무슨 근거로?”
“그냥 내 느낌? 이래 봬도 나 미래를 보는 남자라고, 그것도 긍정적인 밝은 미래만. 근데 뭐가 걱정이야?”
“야. 너 지금 웃음이 나오냐? 넌 지금 상황이 파악이 안 되는 거야?
“파악은 되지. 우리는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도 모를 사람들에게 쫓기고 있고, 내 쌍둥이 여동생은 지를 죽이고 싶어 하는 놈한테 잡혀 있지. 그리고 나는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친구 중에 제일 소중한 놈이, 나 때문에 말도 안 되게 위험한 상황을 함께 겪고 있는 거야. 알아. 나도. 그런데 그래서 뭐. 걱정한다고, 불안해한다고. 그래서 이렇게 인상만 쓰고 있다고, 뭐가 달라져? 아냐. 어차피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잖아. 무조건 좋게 생각하자고. 조금이라도 덜 위험하게, 조금이라도 덜 다치게, 모든 걸 되돌릴 수는 없어도, 최소한 더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을 방법만 좀 고민해보자고.”
대호는 이제야 다시 생각났다. 대호가 지함과 친해지게 된 이유가. 계속해서 한없이 안 좋은 일만 생기던 자신의 삶에, 그는 머리에 스치는 바람마저도 짜증이 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저 놈은 하루 종일 웃고 있었다. 언제나 교실 창가의 맨 뒷자리에서, 항상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며, 하루 종일 싱글거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배알이 꼬여서 사사건건 싸움을 걸었다. 하지만 지함은 싸움이 안 되는 놈이었다. 자신이 짜증을 부리면 창문을 닫아주고, 화를 내면 사과를 했다. 틈만 나면 창문을 열다가도, 자신이 쳐다만 봐도 웃으며 창문을 닫곤 했다. 자신에게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저 여유가 너무 부러웠다. 그리고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없을 만큼, 비참하게 상황이 달라졌을 때도 지함은 웃고 있었다. 그 속없어 보임이 대호를 끌어당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무도 창가 맨 뒷자리인 지함의 옆자리에 앉기 싫어했을 때, 대호가 웃으며 그 자리에 앉았던 것이다. 지함의 웃음을 흉내 내면서 말이다.
“말이나 못 하면. 그래서 구체적으로 방법은 뭐냐고!”
“없지.”
“아. 미친놈.”
그때, 갑자기 대호의 가방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순간 지함과 대호는 동작이 멈췄다. 그리고 말없이 그 진동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지함이 먼저 말을 했다.
“뭐지?”
가방을 뒤져서 진동이 오는 전화기를 찾은 대호는 처음 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둘은 진동소리에 따라 온몸이 떨리는 듯했다. 서로 눈만 마주 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함이 대호의 손에서 휴대폰을 뺐어서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박태혁 841223 오후 3시. 뭐가 보여?”
“예?
“너 이 새끼 능력이 더 좋아졌다며, 지금 내 미래에 뭐가 보이냐고!”
다짜고짜 자신에게 미래를 보라는 태혁에 요구에, 지함은 자신도 모르게 미래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함에게 보이는 태혁의 미래는 부하들의 차가 그를 스쳐 지나가는 장면부터 시작이었다. 길에 홀로 남겨진 그가 자신과 통화를 하고 택시를 타는 모습이 보였고, 잠시 후 자신들과 만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자신들과 함께 공사가 멈춘 허름한 공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뭐예요? 배신이라도 당한 거예요?”
“그 초판이라는 게 진짜 물건이긴 하구나.”
“무슨 일이에요?”
“쉽게 말하면 나도 좆 됐고, 너희들도 좆 된 거지.”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내가 최대한 너를 빨리 잡아서 이 개 같은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네가 너무 시간을 끌었어.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넘겨버린 거지.”
“무슨 소리냐고요?”
“잘 들어. 이제 니들을 쫒는 건 내가 아냐! 내가 속해있는 조직의 두목이지. 그 새끼와 왜 두목인 줄 아냐? 나보다 더 독하고, 나보다 더 잔인해서 그래. 그러니까 이제 너는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거라고.”
“뭐요? 그럼 지금 다른 사람이 저희를 쫓는 거예요?”
“그렇지. 뭐. 결국은 이렇게 된 거야. 다 끝난 거지. 난 버림받았고, 너는 나보다 훨씬 무서운 사람한테 쫓기게 됐고. 아마 니들이 그 새끼한테 잡히면 내가 생각했던 코인이나 주식 같은 거에 활용되지는 않을 거야. 아마 대한민국을, 아니 전 세계를 씹어먹을 생각을 할 걸?”
“그래서 어쩌라고요. 버림받은 주제에 왜 이러는데? 생각해보면 다 당신 때문이잖아. 내가 분명히 책임 안 진다고 했죠? 결과는 다 본인 책임이라고 분명히 말했잖아요!”
지함은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던 맨탈이, 뻔뻔하게 걸어온 태혁의 전화에 폭발하고 말았다. 하지만 화를 내면서도 자신이 하는 말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여직원이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말해준 것처럼, 이 모든 우연도 태혁의 탓은 아니란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러니까 내가 책임지겠다고. 네 말대로 다 나 때문에 시작된 거라면, 내가 마무리 짓게 해달라고 전화한 거야!”
“그래서 당신이 뭘 할 수 있는데요?”
“니들을 숨겨 줄 수는 있지. 안전한 곳에. 어쩌면 네 동생을 만나게 해 줄 수도 있고.”
“지금 당신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된 줄이나 알아? 당신이 말한 동생! 지금 지 원수한테 인질로 잡혀있다고!”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지함의 겨우 진정한 마음은 함지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다시 폭발해버렸다. 그리고 지함을 통해 지금의 상황을 다 들은 태혁은 아직 기회가 있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야. 너 솔직히 말해? 너 나한테 뭐 보였어?”
“예?”
“너 뭔가 보였을 거 아니야? 내가 괜히 너한테 전화하자마자 내 미래를 보라고 했을 것 같냐? 어? 어차피 좋은 것만 보이잖아. 그 능력이 아무리 더 세졌다고 해도 니 동생이 있는데, 너한테 나쁜 건 나오지 않겠지. 그래서 너한테 테스트해 본거야. 너한테 나에 대해 아무것도 안보였다면, 넌 누가 너한테 전화를 걸었는지 확인부터 했겠지. 누군지 몰랐을 테니까. 그리고 그런 상황이라면, 난 더 이상 희망도 없는 것일 거고. 근데 넌 뭔가를 본 거야! 내 미래에 대해 뭔가가 분명히 보였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걸로 전화를 건 사람이 나인걸 알았겠지. 그러니까. 넌 뭔가를 본 거야! 뭘 봤어? 어?”
지함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태혁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이 사람을 믿고 말을 해줘야 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지함과 대호도 코너에 몰려 있었다. 위치가 오픈된 버릴 수 없는 휴대폰이 있었고, 인질로 잡혀있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호랑이 굴에 직접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어차피 더 나빠질 상황이 없다면 도박을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쪽이 부하들한테 버림받는 게 보였고, 지금 저희랑 전화통화를 하는 게 보였고, 우리랑 같이 무슨 공장 공사장 같은 곳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어요.”
“역시..”
“예? “
“너희는 지금 네 동생이 잡고 있다는 놈이 무섭지?”
“무섭다기보다는..”
“그래, 그냥 이런 상황이 처음이니까 불안했다고 해줄게. 맞지?”
“예……”
“내가 보기에는 무조건 애송이야.”
“예?”
“너 몇 살이야?”
“스무 살이요.”
“그렇지? 그럼 네 동생한테 원한이 있다는 놈의 나이가 서른이겠냐? 마흔이겠냐?”
“그거야..”
“기껏해야 얼마 전까지 고삐리였던 애송이들이라고.”
“그런데 요즘 애들..”
“무섭다고? 앞뒤 안 가린다고? 진짜 그럴까? 그냥 만만한 거야! 만만한 사람들한테만 강한 거라고. 그런 새끼들은 진짜 감이 빨라서, 알아. 지들이 이길 수 있는지 없는지. 처음부터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한테는 어차피 쪽도 못 쓴다고.”
“그럼..”
“그래. 내가 그 놈들 처리해줄게. 그리고 니들 다 보호해줄게. 그럴 테니까.”
“그 토정비결을 달라고요?”
“당연하지. 어차피 나들한테는 필요 없는 거잖아. 그리고 어차피 그게 나한테 있는 게 제일 나을 거야. 난 진짜 나를 위해서만 쓸 거거든. 난 권력이나 명예 이런 거 욕심 없어. 그냥 뽀대 나게 살고 싶은 거라고, 돈 적당히 벌어서 그냥 휴양지에서 팔자 편하게 사는 게 꿈이라고. 그러니까. 나 같은 놈한테 넘기는 게 편해. 혹시나 벌어질 일에 대한 걱정이나 죄책감도 덜 할 거라고.”
“아니 그래도.”
“이 개새끼야! 지금 니들이나 나나 다른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하냐? 네가 그렇게 동의하지 못하겠다면, 우선 네 동생이나 먼저 구하고 보자고! 그리고 나서 어떻게 할지 나도 더 생각해 볼 테니까. 지금 확실한 건 이대로 가다가는 다 같이 좆 되는 거라고.”
옆에서 듣고 있던 대호의 생각으로도 지금 현재 다른 방법은 없었다. 적어도 그곳으로 가려면 한 명이라도 사람이 많은 것이 유리하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대호는 지함에게 시키는 대로 하자고 눈치를 줬다.
“좋아요. 그럼 저희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니들 우선 택시를 잡아. 그리고 타는 척했다가 그 여직원 휴대폰만 바닥에 흘리고 내려. 혹시 모르니까, 택시 번호는 외워두고, 그다음에 다른 택시를 잡아서 그 택시를 5분쯤 쫓아가다가 그 주소로 가. 나도 지금 똑같이 할 테니까. 혹시 앞에 5분 이내에 누군가 따라붙는 거 같으면, 무조건 반대편으로 도망가고. 그리고 지금 바로 주소 보내.”
지함은 문자로 주소를 전송했다.
“나는 20분이면 도착이니까. 시키는 대로 하고 바로 와.”
지함과 대호는 태혁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대로 하면서도 불안하기는 했지만 상황이 이래서 어쩔 수는 없었다. 그대로 따르는 수밖에. 지함과 대호도 택시로 30분 거리에 있었다. 정우가 이야기 한 시간보다 30분은 더 일찍 도착했지만, 차라리 그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지호와 대호보다 먼저 도착한 태혁은 공사가 멈춰진 공장의 입구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위층을 보고 있었다. 공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려 조심이 걸어오던 지함과 태민은 태혁의 뒷모습을 보고, 그가 그임을 알게 되었다.
“저……”
지함이 먼저 다가가 뒤돌아 있는 태혁을 부르자 그는 반사적으로 뒤돌아서, 지함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자 대호도 깜짝 놀라서 그대로 달려들어 태혁의 팔을 잡았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드디어 얼굴을 보네.. 이 개새끼야!”
“아까 약속하고는 다르잖아요.”
“뭐가 달라? 내가 니들 보호해준다고 했지. 안 때린다고는 안 했잖아!”
“아! 그런 게 어디 있어요!”
태혁에게 멱살을 잡혀 힘들어하는 지함과 그에 팔에 매달려 힘을 쓰고 있는 대호를 태혁은 실핏줄이 터질 듯이 눈에 힘을 주며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머릿속으로 이러면 안 된다고 수없이 되뇌고 있었지만, 막상 자신의 삶을 망쳐놨다고 생각한 존재가 눈앞에 나타나자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만, 그에게는 저 위에 있는 무리들도 신경이 쓰여서 어쩔 수 없이 힘을 풀 수밖에 없었다.
“내가 니들을 살려두기는 할 거지만, 멀쩡하지는 할 거라는 약속은 못해. 그러니까. 어디 하나 병신으로 살고 싶지 않으면, 앞으로 내가 시키는 대로 잘해라.”
“네.”
지함은 어떨 결에 대답을 하고 말았다. 순간, 24시간 커피숍의 여직원이 생각이 났다. 그녀도 얼마나 무서웠을까? 지금 이 순간에 그 여직원이 떠오르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확실했다. 저 위에 올라가서 함지를 구출해야 한다는 것. 어느새 지금 이 상황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얽혀버렸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자 그의 긍정적인 성격도 감당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지함의 마음을 알고 있는 듯, 대호는 지함의 곁에 와서 어깨동무를 했다.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인생에 단 한 번의 좋을 일도 없었던 자신에게 와서 위로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뭔가 기분이 더 뭉클했다. 그는 자신의 자책도 지금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최대한 빨리 이 모든 상황을 수습하는 것이 지금은 더 급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는 다시 주먹을 꽉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