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애는 지금 신이 났다. 지금 선애를 설레게 하는 것. 손에서 핸드폰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은 바로 감귤 마켓이다. 한때는 하루 종일 감귤 마켓만 보며, 알람 소리만 들어도 흥분해서 휴대폰을 잡는 완수의 행동이 꼴 보기가 싫었는데, 지금 느끼는 것은 왜 완수가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가 간다는 것이다. 자신도 감귤 마켓에 빠져있는 완수를 욕하면서도 필요한 것들은 가끔 이용하고는 했는데, 막상 그 감귤 마켓에 자신이 너무나 갖고 싶었던 명품 가방이 올라왔다는 사실이, 그 감귤 마켓의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된 것이다.
물론, 선애는 아주 평범한 워킹 맘이다. 평소에 명품을 많이 좋아하지도 않았고, 패션에 대단한 투자를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기껏해야 가끔 해외여행을 갈 일이 있으면 면세점에서 봐 두었던 가방을 산다거나, 파격적으로 세일을 하는 아웃렛에 가서 시즌이 지난 옷들을 사 오는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 아영이의 책을 좀 사주려고 들어간 어플에서 자신이 너무 갖고 싶었지만, 단종이 돼서 사지 못했던 명품 백을 발견한 것이다. 심지어 사용감도 거의 없는 새것으로.
“자기야! 대박. 감귤에 그 백 올라왔어. 나 신혼여행 때 꼭 사고 싶어서 돌아다녔는데 못 산 거!”
“진짜? 그거 단종된 거 아냐?”
“그렇지! 그러니까 감귤에 뜬 거지!”
“얼만데? 비싸?”
“아니! 200만 원!”
“뭐? 원래 그거 면세점에서도 300만 원이라고 하지 않았어?”
“맞아. 그런데 거의 사용도 안 한 거라는데. 200만 원이야.”
“그럼 뭐해! 바로 사!”
역시 감귤 마켓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완수는 자신에게 말을 하고 있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거래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이미 완수의 아내로 수많은 거래를 목격한 선애는 완수에게 호들갑을 떨기 전에 이미 채팅을 걸었었다.
“감귤!”
선애와 완수가 호들갑을 떨며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판매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귀여운 알람 소리에 심장이 뛰기 시작한 선애는 떨리는 손으로 어플에 들어갔다.
[구매 가능합니다. 대신 제가 약속을 정하고 만나는 것이 좀 어려워서요. 주소 말씀해주시면 문고리에 걸어두고 벨을 누르겠습니다.]
[예? 그럼 돈은요?]
[돈은 물건 확인하시고 보내주세요. 어차피 제가 주소를 아는 거니까요. 전 상관없거든요.]
[아 예 알겠습니다.]
선애는 우선 사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서 상대방이 하자고 하는 데로 다 동의했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하기로 하고 나서 생각하니 뭔가 찝찝했다. 우선 상대방이 자신의 집을 알고 현관 앞까지 온다는 사실이 좀 많이 걱정됐고, 고가의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쿨하게 문 앞에 두고 간다는 사실도 이상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생각하면 제일 의심스러운 부분이, 단종은 됐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서 중고로라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줄을 서있는 이 가방을,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한다는 사실이었다.
“혹시 짜가는 아니겠지?”
“음… 그런데 요즘 감별해주는 데 있지 않아? 그럼 혹시 감별받아보고 입금해도 되는지 물어봐.”
[저 정말 죄송한데, 혹시 가품은 아니겠죠?]
선애는 덥석 거래를 하겠다고는 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도대체 이게 가품은 아닌지? 아니면 뭔가 흠이 있는 거는 아닌지? 설마 진짜 장물은 또 아닌 건지. 혹시 거래도 이렇게 하는 게, 그런 걸 알게 돼서 혹시 신고라도 하게 되면 보복이라도 하려는 건 아닌지. 정품 여부를 묻는 메시지를 보내고도 한참이 지났지만, 답변이 오지 않자, 선애의 상상력은 점점 더 우주로 향하고 있었다.
[아. 제가 영수증 사진을 안 올렸네요. 그거 4년 전에 백화점에서 산 거고요. 워런티랑 영수증, 박스까지 다 있습니다. 정품 맞아요. 믿으셔도 되고요. 거래하신 후에 혹시라도 가품이라고 하면 제가 배상해드릴게요.]
[아. 예.. 그런데 그럼 왜 파시나요?]
선애는 상대방에 답변에 어느 정도 믿음이 가긴 했다. 말한 대로 워런티와 영수증, 박스까지 다 보관하고 있다면, 가짜일 확률은 낮아진다. 심지어 자신이 제품을 직접 확인하고 입금을 해주면 되니까, 그 부분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너무 큰 금액이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너무 좋은 조건으로 제품이 나와서 그런 건지, 너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왜 파냐고 물어본 것인데, 답장은 또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고 있었다. 너무 답답했던 선애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조동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감귤에서 명품백도 산 적 있어?”
“왜?”
“아니, 나 감귤에 내가 진짜 사고 싶던 백이 나왔길래. 얼떨결에 산다고는 했는데, 이런 데서 몇 백만 원짜리를 사려니까 겁나서.”
“너 밴 잡았구나.”
“뭐?”
“너 감귤에서 거래하기로 한 사람 아이디 봐봐.”
선애는 조동의 말에 바로 어플을 실행해서 자신과 거래한 사람의 아이디를 확인했다. 그랬더니 정말 아이디가 “Ben”이었다.
“밴이지?”
“야! 어떻게 알았어?”
“나도 한번 잡았거든. 밴.”
“그게 무슨 소리야?”
“아. 이거 진짜 잘 말 안 해주는 건데.. 요즘 우리 동네 감귤에 명품이 자주 올라오거든. 각종 명품 브랜드 백들부터 시작해서, 액세서리나 주얼리, 시계까지 올라오는데, 하나같이 진짜 완전 핫한 것들만 올라오는 거야. 진짜 인스타에 인증만 해도 좋아요 팍팍 올라가는 것들만. 심지어 시세보다 훨씬 싸게 파는데 사용감도 거의 없고, 워런티 카드에 백화점 영수증, 박스랑 쇼핑백까지 완벽하니까. 사는 사람들은 다 난리가 난 거지.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건 그걸 파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는 거야.”
“밴?”
“그래. 너도 한번 봐봐 그 사람 거래 목록.”
선애는 조동의 말에 바로 그 사람의 거래 목록을 봤다. 40건이 넘게 남아있는 거래 목록은 마치 인터넷 면세점이라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 그녀의 말처럼 가방부터 시작해서, 시계, 주얼리랑 액세서리까지 정말 핫한 아이템으로만 가득했다. 그리고 그 맨 위에 자신이 거래하기로 한 가방이 있었다. 선애는 신기했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기에 이렇게 많은 명품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또 왜 굳이 다시 파는 건지? 심지어 헐값에. 막상 이런 생각이 들자 아까 자신이 물어본 질문에 답이 없는 그가 더 수상하기도 했다.
“장난 아니지?”
“어”
“그래, 그래서 난리가 난 거야. 처음에 산 사람들 반응은 대부분 너랑 비슷했을 걸? 이걸 믿어도 되나? 가짜는 아닌가? 왜 도대체 이걸 파는 거지? 아 그리고 왜 우리 집 주소는 물어보는 거야?”
“맞아 맞아”
선애는 마치 지금 자신의 속마음을 읽고 있는 것만 같아서 너무 신기하고 이상했다. 그런데 조동은 그런 선애의 반응이 귀엽다는 듯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진짜 그래서 그거 들고 압구정동에 중고로 팔려고 가본 사람도 있더라고, 근데 자기가 밴한테 300만 원 주고 산 걸, 거기서 360만 원 준다고 했데, 그 얘기까지 소문이 나니까 난리가 난 거지. 그때부터는 다 감귤에서 그 사람이 물건을 언제 올리나 기다리고 있고, 기다리다가 그 사람하고 거래를 한 사람들은 밴을 잡았다는 말까지 생긴 거지.”
“넌 도대체 이런 건 어디서 들었어?”
“나도 너랑 똑같아. 처음에 뭣도 모르고 감귤에 진짜 사고 싶던 백이 떠서 미친척하고 샀는데, 그게 사고 나니까 엄청 걱정이 되더라고, 내가 명품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남편 몰래 신발장 구석에 숨겨놓고, 고민만 하다가 쓱 미연이한테 물어봤는데, 걔가 다 말해주더라고.”
“미연이도 산 거야?”
“야! 말도 마! 걔는 4번이나 잡았어. 그분께서 워낙 명품을 애정 하시잖아? 그래서 걔는 처음에 하나 사고 나서 눈이 번쩍 띄어서 아주 언제 올라오나 그것만 보고 있던데? 아마 이번에 네가 샀다고 하면 난리 날 걸?”
“아니 그럼 그냥 그 사람한테 얘기해서 더 팔 거 있냐고 물어보면 되는 거 아냐?”
“안 해봤겠니? 걔는 심지어 남편이 의산데?
“해봤데?”
“그렇지. 근데 바쁘다고 했데.”
“뭐?”
“그냥 자기가 바빠서 뭐 따로 만나서 그럴 시간도 없고, 자기는 그냥 집에서 팔아달라고 하면 파는 거니까. 그냥 올리면 사라고 했다는 거야. 그러니까 미연이는 또 그럼 올리기 전에 자기한테 보내라 웬만하면 자기가 다 사겠다고 했는데도, 본인은 지금 그렇게 누군가한테 먼저 연락을 주고 할 시간도 없다고, 그냥 지금처럼 할 거니까 알아서 사라고.”
“대단하다.”
“아는 거야. 자기가 지금 싸게 판다는 것도 알고, 사람들이 자기 물건을 사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고, 그러니까 그렇게 배짱으로 거래를 하지. 너도 알지? 그 사람 꼭 물건은 문 앞에 걸어두고 간다고 하잖아. 그것도 생각해보면 웃긴 거라니까.”
선애는 참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가격을 저렴하게 파는 것도 그 사람이고, 심지어 가져다주는 것도 그 사람이다. 심지어 물건만 주고 돈을 못 받을지도 모른다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도 그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팔고 있고, 사람들은 그 물건을 사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이다. 그런데 왜 얘는 그 사람을 욕하고 있는 걸까? 괜히 심통이 났다.
“야. 뭐 그렇게까지 말해. 안 사면 그만이지. 내가 생각하기에는 미연이가 명품에 눈이 돌아가서 오버했구먼, 안 그래?”
조동은 말을 하다가 보니 흥분해서 거기까지 갔지만, 선애의 말에 바로 정신을 차린 듯했다. 지금 자신이 말을 하려던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니까.
“맞아. 미연이가 오버했지. 근데 실은 내가 사면서도 좀 찝찝한 게 있었거든.”
“뭐?”
“이거 어디서 훔친 거 아닌가 해서.”
선애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생각해보면 심플했다. 지금 현재 그것보다 의심이 가는 것은 없다. 사용감이 거의 없는 새것 같은 중고 명품이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거래된다. 그렇다면 실은 제일 먼저 의심해 볼 만한 것이 바로 도둑질밖에 없는 것이다. 선애는 바로 이건 안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자신이 정말 갖고 싶던 가방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들고 다니는 가방이 장물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찝찝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 거래를 우선 취소하기 위해 조동과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집에 인터폰이 울렸다.
“야. 나 잠깐만 누가 온 거 같아.”
“야! 너 산 거 나 좀 보여줘. 알았지?”
“어. 어..”
선애가 조동과 전화를 끊고 거실로 나오자 완수는 벌써 현관에서 명품이 든 쇼핑백을 들고 들어오고 있었다. 선애는 완수에게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라는 고민을 하는 사이 그녀의 휴대폰에서 알람 소리가 들렸다.
“감귤!”
자주 들었던 소리였지만, 마음속에 이상한 불안감이 있어서 그런지, 선애는 그 소리에 너무 크게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자신도 왜 떨고 있는지 모르지만 떨리는 손으로 어플에 들어가 보니, 그 사람이 보낸 메시지가 와있었다.
[물건 확인해보시고 이상 없으시면 입금 부탁드립니다.]
선애는 그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완수가 건네는 그 가방을 꺼내봤다. 가방은 사진에서 봤던 것처럼 아주 좋은 상태였고, 마음에 쏙 들었다. 그래서 선애는 이 모든 의심을 뒤로하고 그냥 돈을 빨리 보내고 모른 척 들고 다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럼 마음도 잠시, 결국은 자신의 표정에서 그토록 원하던 가방을 갖게 되었다는 기쁨보다는 찝찝하고 불안한 마음이 더 크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오빠 있잖아?”
“어. 왜? 마음에 안 들어?”
“아니 너무 마음에 들어.”
“그런데 왜?”
“그래서 더 찝찝해. 왜 이렇게 이쁜 아이를 얼마 들지도 않고 팔까? 그것도 제값도 다 받지도 않고?”
“그렇지. 그게 좀 이상하기는 하지.”
“그런데 심지어 이거 파는 사람이 이 동네 감귤 마켓에서 유명하데. 이렇게 정말 핫한 제품들로만 싸게 파는 걸로.”
“아. 그래?”
“어. 그런데 파는 방식도 항상 같아서 이렇게 집에다가 직접 물건을 가져다주고 간다는 거야. 확인하고 돈을 보내달라고.”
“아 나 안 그래도 그거 물어보려고 했어. 이 비싼 거를 돈도 안 받고 그냥 걸어두고 간다고? 그럼 당신도 지금 돈 안 준거야?”
“어!”
완수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감귤 마켓의 거래를 많이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도 처음 듣는 경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그냥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구매자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는 방식이기는 했다. 어쩌면 정말 제품에 자신이 있고, 가격이나 거래에 스트레스를 받기 싫으면 그냥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다.
“남편인가 보네.”
“뭐가?”
“판매자. 아마도 아내 걸, 남편이 대신 팔아주고 있는 것 같다고.”
“왜?”
“당연하지. 남자들은 어차피 명품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해. 그리고 주로 육아용품이랑은 다르게 구매자들은 비싼 명품이니까 여자들이 직접 나와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보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할 텐데.. 윽… 나도 생각만 해도 싫거든. 그러니까. 아마 아내가 팔라고 주면, 남편이 적당히 올려서 빨리 팔아버리는 거겠지.”
“아. 그럼 이게 혹시 장물이거나 그런 건…”
“아니지 않을까? 진짜 훔친 물건이면 이렇게 동네에 그것도 꾸준히 팔리는 없겠지. 그냥 한 번에 업체에 넘기고 말지.”
완수의 말에 선애는 다시 얼굴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너무 갖고 싶었던 물건이었지만, 뭔가 찝찝한 마음에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는데, 완수의 말에 뭔가 그 찝찝함이 다 사라져 버린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표정이 확 달라진 선애는 바로 핸드폰을 들어서 상대방에게 입금을 했고, 감귤 마켓을 통해 입금을 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완수는 그런 선애가 귀여워서 한참을 보고 있었는데, 그냥 문득 그 판매자가 뭘 팔았는지가 조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선애의 폰을 잠시 가져다가 그가 판 품목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40개가 넘는 품목들을 살펴보면서 뭔가 이상한 느낌들이 들기 시작했다. 딱히 뭐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이상한 점을 느끼기 시작한 완수는 그가 올린 물건들을 검색 어플의 스마트 렌즈를 사용해서 하나씩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검색된 내용들을 자신의 휴대폰의 메모장에 기록했다. 처음에는 완수의 행동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신나서 가방만 이리저리 메 보던 선애는 완수의 행동이 길어지고 이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가방을 소파 위에 조심히 내려놓고 완수의 옆에 앉았다.
“왜? 뭐 하는데?”
“아니 그냥 좀 이상한 게 있어서..”
순간, 선애는 자신도 모르게 옆에 두었던 가방을 만지며 불안한 듯 완수에게 물었다.
“뭐.. 가?”
“이 사람이 물건을 판 순서가 좀 이상해서?”
“순서?”
“어. 봐봐 우리가 보통 쓰지 않는 물건을 정리한다고 하면, 제일 먼저 뭐부터 버려?”
“당연히 오래된 것부터 버리지. 유행 지나고 안 쓰는 거부터.”
“그렇지! 그게 당연한 건데, 이 사람은 지금 그런 느낌이 아니야. 봐봐. 판매한 물건이 다 핫한 물건이긴 한데, 출시 날짜 갭이 꽤 크거든. 오래된 건 10년 가까이 된 것도 있고, 빠른 건, 바로 전 시즌 것도 있고.”
“그런데?”
“그런데 그 판매 순서가 대충이라도 오래된 것부터 이거나, 더 비싼 것부터 거나 그런 규칙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막무가내로 팔고 있다는 거지. 마치 그냥 손에 잡히는 걸 파는 것처럼.”
“그냥 그럴 수도 있잖아. 그냥 잘 안 쓰는 걸 파는 거니까.”
“맞아. 그럴 수도 있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고, 특히 명품이 이렇게 많은 사람이라면, 진짜 별거 아닐 수도 있는데, 그냥 습관인지도 모르지만 괜히 찝찝해서.”
완수의 진지한 표정에 조금은 긴장을 했던 선애는 완수의 말을 듣고는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완수의 말처럼 중고거래를 할 때 당연히 오래된 물건부터 팔거나, 아니면 고가의 물건이니만큼 진짜 돈이 필요하다면 비싼 물건부터 파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해서 그 사실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안심을 한 선애는 소파에 앉아 다시 그 가방을 들어. 이제는 가방 안쪽의 주머니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완수는 선애가 그러는 동안에도 여전히 선애 휴대폰에 나와있는 판매 리스트의 물건들을 검색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선애가 가방 안쪽 주머니에서 작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하나 발견했다.
“오빠. 여기 사진이 있네?”
“뭐? 줘 봐.”
선애가 완수에게 건 낸 사진에는 한 여자가 혼자 화려한 건물의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이었다.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그녀는 전체적으로 굉장히 화려하고 도도한 모습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낯이 익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누군지는 딱 떠오르지 않아 생각을 하며 사진을 보던 완수는 문득 그 여자의 몇 걸음 뒤에서 어색하게 다른 곳을 보고 서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순간, 완수는 누군가가 떠올랐다.
“어? 이 사람!”
“왜? 아는 사람이야?”
순간, 아무 말도 못 하던 완수는 무언가 확신이 든 듯, 선애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