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희종 Oct 02. 2022

이사

우리의 삶이 가사가 된다면

이사


언제 이렇게 가득 찼는지.

그저 시간만 흐를 줄 알았는데,

하나씩 꺼내 상자에 담아보니

버릴 것도, 지울 것도,

담을 것도, 너무 많아


어떻게 여기 숨어 있었는지.

한동안 그렇게 찾으려 애썼는데,

커다란 짐부터 하나씩 꺼내보니

잃어버린, 잊어버린,

지운 것도, 너무 많아


빈 이곳에 오던 날을 기억해

모든 걸 어떻게 담을까 고민하던

햇살이 비추던 그날을 기억해

모든 게 시작이던 설레던 그날을

창가에서 맞잡은 손길을 기억해

우리의 공간에 미래를 상상하던

스치던 바람에 그 향기를 기억해

늦은 밤, 떨리던 우리의 숨결까지


왜 버리지 못하고 남겨둔 건지

그저 언젠가 필요할 줄 알았지만,

이제와 다시 생각을 해봐도

쓸모없는, 지나버린,

미련들이, 너무 많아.


빈 이곳에 오던 날을 기억해

모든 걸 어떻게 담을까 고민하던

햇살이 비추던 그날을 기억해

모든 게 시작이던 설레던 그날을

창가에서 맞잡은 손길을 기억해

우리의 공간에 미래를 상상하던

스치던 바람에 그 향기를 기억해

늦은 밤, 떨리던 우리의 숨결까지


비워진 공간은 또다시 차겠지.

비워진 공간을 내가 다시 채우듯.

버려진 것들은 다 사라져 가겠지.

새로운 것들이 다 채울 수 있도록.


빈 이곳에 오던 날을 기억해

모든 걸 어떻게 담을까 고민하던

햇살이 비추던 그날을 기억해

모든 게 시작이던 설레던 그날을

창가에서 맞잡은 손길을 기억해

우리의 공간에 미래를 상상하던

스치던 바람에 그 향기를 기억해

늦은 밤, 떨리던 우리의 숨결까지

매거진의 이전글 온(溫)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