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언제 이렇게 가득 찼는지.
그저 시간만 흐를 줄 알았는데,
하나씩 꺼내 상자에 담아보니
버릴 것도, 지울 것도,
담을 것도, 너무 많아
어떻게 여기 숨어 있었는지.
한동안 그렇게 찾으려 애썼는데,
커다란 짐부터 하나씩 꺼내보니
잃어버린, 잊어버린,
지운 것도, 너무 많아
텅 빈 이곳에 오던 날을 기억해
모든 걸 어떻게 담을까 고민하던
햇살이 비추던 그날을 기억해
모든 게 시작이던 설레던 그날을
창가에서 맞잡은 손길을 기억해
우리의 공간에 미래를 상상하던
스치던 바람에 그 향기를 기억해
늦은 밤, 떨리던 우리의 숨결까지
왜 버리지 못하고 남겨둔 건지
그저 언젠가 필요할 줄 알았지만,
이제와 다시 생각을 해봐도
쓸모없는, 지나버린,
미련들이, 너무 많아.
텅 빈 이곳에 오던 날을 기억해
모든 걸 어떻게 담을까 고민하던
햇살이 비추던 그날을 기억해
모든 게 시작이던 설레던 그날을
창가에서 맞잡은 손길을 기억해
우리의 공간에 미래를 상상하던
스치던 바람에 그 향기를 기억해
늦은 밤, 떨리던 우리의 숨결까지
비워진 공간은 또다시 차겠지.
비워진 공간을 내가 다시 채우듯.
버려진 것들은 다 사라져 가겠지.
새로운 것들이 다 채울 수 있도록.
텅 빈 이곳에 오던 날을 기억해
모든 걸 어떻게 담을까 고민하던
햇살이 비추던 그날을 기억해
모든 게 시작이던 설레던 그날을
창가에서 맞잡은 손길을 기억해
우리의 공간에 미래를 상상하던
스치던 바람에 그 향기를 기억해
늦은 밤, 떨리던 우리의 숨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