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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Oct 11. 2022

마이클 잭슨이 돌아왔다.(단편)

이번엔 소설이다. 단편

"마이클 잭슨! 컴백!”

미 발표곡이 아니다. 예전 곡을 리메이크하는 것도 아니다. 신곡이다. 마이클 잭슨의 신곡. 나는 미친 듯이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사랑한다. 이미 클래식이 되어버린 그의 음악은 나에게 교과서였고, 바이블이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방에서 발견한 오래된 태블릿 PC에, 저장되어 있던 그의 영상은 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영상을 본 이후에 나는 오로지 그의 음악만 쫓으며 살아왔다. 그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는 전설 같은 존재였고, 그의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천재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가 만들어 낸 멜로디와 가사에서 나는 새로운 영혼이 자라나는 기분을 느꼈다. 내가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 그렇게 내가 점점 더 자라나는 기분. 그래서 나도 내 음악을 만들고 싶어졌다.

싱어송라이터.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 때부터 내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나만의 음악.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내 목소리로 전하는 나의 마음과 감성. 나는 꼭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었다. 마이클 잭슨 같은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가. 그래서 나는 하루 종일 그의 음악만 들었고, 매일 밤 그의 노래와는 다른 노래들을 만들기 위해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에 리듬이 완성되면, 몸이 느껴지는 대로 춤을 추고 영상을 찍었다. 지금은 아무도 직접 춤을 추고 노래하지 않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수많은 느낌들을 온전히 내가 내 몸으로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치 마이클 잭슨처럼. 그렇게 모든 걸 내가 직접 하고 싶었다. 나는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과 영상을 수많은 콘텐츠 컴퍼니에 보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도 나의 영상들인 충분히 훌륭한 수준이었고, 컴퍼니 시뮬레이션 시스템에 돌려보아도 컨텍 확률이 아주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합격을 기대하며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가장 큰 메이저 컴퍼니에서 연락을 받았다.

“무슨 프로그램 써요? AI가 거의 사람 같던데,”

“저예요.”

“예? 뭐라고요?”

“저라고요. 그 영상 속의 주인공.”

“요즘 누가 데모 영상을 직접 찍어요. PC가 없어요? 회사로 들어와서 프로그램에 찍어 볼래요?”

“이상했나요?”

“아니요. 그 말이 아니라, 어차피 노래 수정하고, 안무 수정하려면, 데모 따고 프로그래밍 돌려야죠.”

“그때도 제가 하면 되죠.”

“뭐라고요?”

처음이라고 했다. 콘텐츠 컴퍼니에 뮤지션 캐릭터를 지원하는데, 진짜 사람이 직접 찍어서 보낸 것은.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음악과 춤을 자신이 만들어 낸 AI에게 입힌다. 그리고 그 AI가 부르는 노래와 추는 춤을 저장해서 콘텐츠 컴퍼니에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보낸  노래나 춤이 매력적이면 그 회사와 계약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처음으로 사람이 직접 플레이한 영상을 보낸 것이고, 연락을 받자 스스로 자청해서 사람이 직접 회사로 찾아간 것이다.

“자네 같은 사람들을 천재라고 하지.”

“천재라고요?”

“예전에는 그랬어. 자네 같은 사람이 꽤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들이 만든 작품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었고.”

“저도 그러고 싶어요.”

“안돼. 이제 더 이상 천재가 필요 없거든.”

“예?”

“이미 너무 많아. 오랜 시대를 통해 충분히 검증된 천재들이.”

“무슨 말이에요?”

“다음 달에 우리 회사에서 출시할 새로운 AI야.”

그의 오른쪽 벽에서는 새로 홍보 중이 그 회사의 가수의 포스터가 보였다. 내가 그 포스터를  보자마자 그 포스터는 움직이며,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임팩트가 있는 신곡의 사비 부문부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이클 잭스…?”

“마이클 잭슨을 아니?”

“예. 알죠. 당연히. 저에게는 신입니다.”

“그럼, 그 신이 귀환하는 거네. 다음 주에…”

“어떻게요?”

“기술이지. 자네가 그를 알고 있다니까 말하기 쉽군. 마이클 잭슨은 천재야. 수많은 작품을 남겼지. 그리고 그의 삶도 참 다양한 방식으로 자료가 남아 있어. 아주 오래된 비디오들이지만 상관없지. 우리가 바라는 건, 그저 정보니까. 우리는 5년 동안 그를 위해 투자했어. 세상에 남아있는 그에 대한 모든 자료를 끌어 모았지. 그리고 분석하고 분석했어. 그가 살고 있던 시대에 그가 머물렀던 모든 공간의 날씨, 기온, 습도, 채광, 심지어 그가 입고 있던 옷의 소재까지. 그리고 그의 저작권이 풀리는 순간, 그가 빌리진을 작곡할 때, 그 순간 그가 노래 한 곡을 더 만들었다면 어떤 노래를 만들었을까를 시뮬레이션해 본거지. 그날에 그의 심리적 상황까지 데이터로 넣어서 말이야.”

나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죽은 사람의 데이터가 아무리 많아도 그가 살아나는 것일까? 그렇게 만든 그의 노래가 과연 정말 그의 신곡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엄청난 돈을 부어서 겨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순간 바보가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그렇게 만든 곡이 마이클 잭슨의 곡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왜 들어보지도 않고 그런 말을 하지? 그렇게 부정하고 싶다면 우선 들어봐. 들어보고 다시 얘기하자고.”

그는 바로 마이클 잭슨의 신곡을 플레이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음악이 나오는 동안 단 한마디도, 아니 단 한 번의 숨도 쉬지 못한 것 같았다. 처음 듣는 곳이었지만, 분명히 그의 곡이었다. 그의 목소리로 연주가 되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냥 그 음악 자체가 그였다. 내가 수없이 돌려보던 그 영상 속의 그였고, 수없이 따라 불렀던 그의 음악 속에서 그의 영혼이 담긴 목소리였다. 이건 마이클 잭슨이었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영혼을 복원한다는 말 들어봤어? 우리가 5년 동안 모은 것은 단순한 자료가 아니야. 그가 삶에서 남긴 모든 것을 수집했어. 그가 막 솔로로 데뷔했을 때, 지방 주유소에서 직접 주유를 하며, 농담을 건네었던 앞차주인과의 대화까지도 말이야. 그런 마이클 잭슨에 대한 모든 자료가 그의 영혼을 복원시키는데, 퍼즐이 되어줬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유골에 남아있는 소량의 DNA를 통해 그의 신체 및 뇌의 스펙까지 알게 되었고, 우리는 같은 조건의 인공 신체를 만들어서 그날의 환경과 똑같은 곳에서 그의 복원된 영혼 데이터를 넣어보았지. 그렇게 그가 그의 시대로 돌아가서 그의 피아노에 앉아 신곡을 만든 거야. 그 시대. 그날의 마이클 잭슨이.”

나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그의 영상을 다시 봤다. 그리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봐도 영상 속의 마이클 잭슨은 진짜 마이클 잭슨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자네가 천재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이 세상을 뒤집어 놓을 만큼 엄청난 천재 뮤지션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걸 알면서도, 자네와 계약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말이야. 왜냐면 지금부터 저작권이 풀리는 수많은 천재들이 기다리고 있거든. 그리고 그들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이미 수많은 자료들을 통해서 그들이 천재임을 증명해 왔으니까. 누구와는 다르게. 나는 지금부터 그저 그들의 영혼을 복원해서 그들의 시대에 데려다 놓기 하면 돼. 아니면 지금의 감성에 맞게 현재의 공간에 풀어놔도 좋. 가상의 기억들만 좀 넣어서 말이야. 그럼 정말 지금 유행에 중심에 있는 마이클 잭슨도 만날 수 있겠지. 그러니까 자네가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여기서 할수 있는 은 없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그 순간 나는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저 음악을 한번 더 듣고 싶은 마음 . 나의 신이었던 그가 만든 신곡을 말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마음을 스스로 알아차린 순간, 나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꿈을 접었다. 결코 나는 마이클 잭슨을 이길 수 없으니.

“다른 곳에 다녀 봤자 소용없을 거야. 이미 이 바닥에서 내가 한 일이 소문나기 시작했거든, 그럼 이제 아무도 새로운 천재를 기다리지 않아. 리스크가 없는 과거의 천재가 수없이 많이 대기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더 이상 쓸데없는 고생하지 말고 그냥 내 밑으로 들어와서 기술을 배워. 마이클 잭슨에 대해서는 좀 많이 아는 것 같은데, 디테일이나 좀 더 높여 보자고.”

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뛰쳐나왔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길을 뛰어가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제 죽은 사람들의 음악만 남겠구나. 살아있는 사람들의 음악은 더 이상 필요가 없구나. 그러고는 나는 그냥 갑자기 노래가 부르고 싶어 졌다. 그래서 그냥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크게 노래를 하고, 온 힘을 다해 춤을 춰도, 나를 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는 아무도 없는 길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나는 내가 우는 건지 노래를 하는 건지, 뛰어가는 건지 춤을 추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부르는 노래가 마이클 잭슨의 노래인지, 나의 노래인지, 아니면 아까 내가 들은 마이클 잭슨의 신곡 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나는 이미 수많은 천재들의 무덤이 있는 이 도시에서, 그들의 무덤을 뒤지며 죽은 이들의 노래만 듣게 될 이 세상이 갑자기 무서워졌다.

마이클 잭슨이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이 세상에는 더 이상 살아있는 이들의 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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