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 칠곡 ▶ 대구
내부를 찍은 사진은 있었으나 숙소 위치를 추정할 만한 자료가 뚜렷하진 않았다. 그래도 당시 다녀왔던 롯데리아가 순천향 네거리에 있었음은 짐작할 수 있었다.
여하간 하루를 푹 쉬고 10일 차를 시작했다.
어째 구미를 드나들면서 거북 이미지를 자주 만났기에, 뒤늦게 찾아보니 구미를 한자로 풀면 거북꼬리였다. 사진의 로고도 얼핏 거북을 닮았고, 마스코트도 거북을 활용한 캐릭터였다.
조형물로 보건대 남구미대교를 지난 모양이다.
사진 좌측의 구조물은 올라가진 않았지만, 전망대가 아닐까 싶다. 강바닥에서부터 올라온 것이면 수문이나 보와 관련된 시설로 추정했겠다.
자전거길에서 일찍이 구미에 진입해 한참을 걸었기에, 오전 10시 정도에 칠곡에 들어섰다.
남아 있는 10일 차 자료는 사진보다는 대부분 영상이었다. 구미에 들어오던 때 휴대폰 배터리가 부족했던 것이 한이 되었나.
구미 이후로는 어째 기억이 희미한 경향이 있다. 정신적 소모가 컸던 탓일까? 그러나 걸으며 보았던 풍경이 지금까지와 사뭇 달랐던 것은 분명하다.
그저 마을 사이를 가로지르는 길과 국도의 구분이 쉽지 않았다.
당시 걸었던 길은 사진과 같이 산과 강변 그리고 손질이 오래된 바닥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사이사이 구미 공단보다 작은 규모의 공장이 뜨문뜨문 놓인 곳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소년 셋이 있었다. 어째서인지 큰 페트병을 들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가끔 눈에 보이지 않았다가 다른 지점에서 보기도 하였다. 가까이서 마주친 적은 없었지만, 어째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만남이었다.
소년들에게는 낯선 아저씨의 등장이 긴장되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무엇에 끌린 것인지 길을 벗어나 종합운동장 부지에 들어갔다. 아마 개방된 화장실과 급수대를 이용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래도 계단을 제법 올라 한눈판 것을 보면, 약간 여유를 회복했던 모양이다.
어째 칠곡에서 대구로 가는 길은 작고 소소한 인상이었다. 지리 전문가는 아니지만, 칠곡과 대구 사이로 산이 꽤 많이 솟은 인상인데 경부고속도로를 제외하고는 그 산을 돌고 돌아가는 길이라 그런 모양이 되었을지도.
여기에 전문성 없는 상상력을 더하면, 서쪽으로는 낙동강이 있으니 대부분의 갈래는 '대구' 또는 '경부고속도로'가 되고, 상대적으로 마을길처럼 보이는 쪽이 대구행이다 보니 대구만을 가리키는 안내판이 유독 많았던 것일지 모른다.
칠곡군 종합운동장 이후 대구에 들어서기까지 달구벌대로를 따라 걸은 것으로 추정한다. 위치를 특정할 만한 자료가 그 사이에 많지 않았다.
그리고 오후 6시를 겨우 넘긴 즈음에 대구에 진입했다.
그리고 대구에 살던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식당에서 저녁을 같이 먹고 숙소를 따로 구할 계획이었으나, 배려로 집에서 하루 묵어갈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날 저녁은 치킨이었다. 피자였던가…?
물론, 대구에 진입하고도 친구네 집에 가기까지 꽤 걸었다.
마지막 사진이 오후 8시 30분 정도이니 대구 안에서만 2시간 30분 정도를 걸은 셈이다.
황금 올리브 치킨을 먹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기분으로 10일 차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