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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권조 May 09. 2024

부산 가는 길 : 12일 차

청도 ▶ 밀양


동료가 +1 되어 떠나는 첫 도보여행이었다. 출발부터 계획했던 일이 아니었기에 생각이 많아졌다. 다음 목적지는 밀양이었는데, 당시 어떤 경로를 보았는지 몰라도 산을 넘으며 터널을 지나야 했다. 


홀로 지나는 터널도 버거운데 동료는 도보여행이 처음이었고, 경주에서 지진이 있은 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때였다. 여러모로 발을 떼기에 부담이 있었다.


그나마 길을 멀리 돌더라도 낙동강 자전거길을 걷자는 결론을 내렸다. 최소한 앞뒤로 다니는 차량을 걱정할 일은 없을 테니까.


그렇지만, 이미 최단거리를 목표로 낙동강 자전거길을 멀리 벗어난 참이었다. 밀양에 가서도 얼마간 남하해야 자전거길에 다시 오를 수 있었다.


그래서 청도역부터 밀양역까지 기차여행 ♪ 을 하기로 했다.

짜-잔

점심을 조금 넘은 때에 밀양역에 도착했다. 어쨌든 도보여행 사이에 마을버스 여행도 살짝, 기차 여행도 살짝, 지진 체험도 슬쩍 넣었으니 다채로웠다 하겠다.


당연하게도, 동료가 생겼다 해서 부담만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표지 후보 1

뒤에서 걷는 모습을 찍어줄 사람이 생겼다.


혼자 다니면서도 뒷모습 셀카를 종종 찍기는 했다. 디지털카메라를 대뜸 바닥에 놓고 타이머를 설정해서 촬영 후 후다닥 회수하는 방법이었는데, 차마 이번 여행에서는 시도하지 못했더랬다.


그리고 사진을 보아하니 이미 자전거길에 올라온 모양이다. 지도로 검색할 때 나오는 낙동강 자전거길은 훨씬 남쪽이지만, 밀양역 근처에 밀양강이 있으니 그 흐름을 따라 별도의 자전거길이 있었던 것 아닐까.

이래 봬도 다리가 아니다

사진 오른쪽은 삼상교, 그리고 사진 가운데 보이는 길은 상삼로다. 삼상교에서의 로드뷰를 보면 분명 다리처럼 되어 있지만, 구분하기로는 그냥 도로인 모양이다.


12일 차에는 사진이 많지 않다. 아마 평소보다 촬영은 줄이고, 동료를 챙기느라 바빴던 모양이다. 동료도 나름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지만,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잔뜩 긴장했던 모양.

12일 차 마지막 사진

동료는 오후 6시에 발이 퉁퉁 부은 채 곯아떨어졌다. 당시 숙소 위치라도 특정하려고 했으나 현금으로 계산했는지 거래내역으로도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었다.


여러모로 여행의 모습이 바뀌었다. 처절하게 자정을 넘겨 걷는 밤은 없었다. 길가에 몸을 숨겨 웅크리거나 낯선 얼굴을 경계하는 일도 없었다. 예상하거나 기대한 여행과 모습은 달랐으나,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이는 여행이었다.


이렇게 12일 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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