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취미라는 게 생겼다.

인생의 위기에서 만난 캘리그라피

by 새벽노을

요즘처럼 맞벌이 자녀를 위한 돌봄교실도, 육아시간 등 어떠한 배려도, 복지도 없던 시절! 남편은 새벽 출근에 밤 늦게 퇴근했고 주변엔 친인척 하나 없었다. 덕분에 나는 직장 일과 육아를 아등바등 혼자서 해내야 했다. 매사에 정확하고 철두철미, 완벽해야 하는 성격인지라 일을 쉽게(요령껏?) 하지 못했고 퇴근 후에도, 휴일에도 싸 들고 온 업무 서류를 붙잡고 있는 게 예사였다. 아이들이 아파도 직장 일이 우선이었다. 휴가나 휴직제도, 복리후생이 좋아 인기 있는 공무원이었지만, 오히려 공무원이기에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답게 나 자신에게 더 칼 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왜 그렇게까지 하며 살았는지 조금은 아쉽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때는 그게 당연하였고 정답이었다.



직장 일과 육아만으로도 나의 용량이 꽉 차고 넘쳐서 취미 생활은 생각도 못 하고 살아왔다. 해금이라는 악기를 배워보려고 한 번 시도했다가 금세 접어야 했다. 나에게 취미라는 것은 사치와도 같은 것이었다. 뭐가 유행인지, 남들은 어떤 취미활동을 하는지, 뭘 배우고 싶은지, 어떻게 해야 즐거울지... 그런 건 생각해 볼 여력도 없이, 바쁘고 힘겹게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었다.


2022년!

그해 겨울은 몹시도 춥고 시렸다. 시리다 못해 뼛속까지 저리고 아팠다. 워라밸? 워라밸은커녕 ‘워! 워! 워!’라고 할 정도로 워커홀릭이자 일에 대한 자긍심과 신념이 강했던 나는 그해 겨울, 결국 병이 나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공황장애로 난생처음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 다니며, 업무가 가장 바쁜 1월, 2월을 버티고 버티며 겨울을 보냈고 또 봄을 지나고 있었다.

꽃이 지고 또 다른 꽃이 피고 나무에는 생동하는 초록 잎으로 가득했던 늦은 봄!

꾸역꾸역 버텨오던 내게 직장 내에서의 반복되는 갑질과 구조적인 불합리함 속에서 급기야 번 아웃이 와 버렸다. 화창한 봄날! 메마른 가지에 마지막 힘을 다해 대롱대롱 남아 있던 마지막 잎사귀 하나가 툭하고 떨어져 버린 것과 같았다. 겨울과 봄을 지나오는 몇 달 만에 나는, 그동안의 내가 아닌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고 무기력하기만 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나는 어쩔 수 없이 직장에도 질병 휴직을 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혼자 집에만 있으면서 표정 없는 낯선 날들을 보내며 몇 달이 지나자, 남편이 캘리그라피를 권유하였다. 세상과 단절하고 나의 존재가 바닥이라고 느끼던 그때,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던 나는 캘리그라피 붓을 들고 시간을 흘려보냈다. 처음에는 무기력함이 나를 짓눌러 글씨 쓰는 일조차 쉽지 않았지만, 차츰 붓을 잡고 있으면 잡념이 사라졌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그저 쓰고 또 써 내려갔다. 잘 쓰고 못 쓰고는 전혀 의미가 없었다.





어둠 속에서 만나게 된 캘리그라피는 취미 그 이상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주는 최고의 치료제였고 치유제가 되었다. 인생 최대의 위기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한 일등 공신이 캘리그라피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인생의 위기에서 영접하게 된 캘리그라피~

그 흔한 취미 하나 없던 나에게도 드디어 취미라는 게 생겼다!






감성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디지털 캘리그라피가 아닌 손으로 직접 쓴 글씨에 직접 찍은(몇 장은 가족이 찍은^^) 사진을 곁들인 감성 글꽃으로 힐링 치유의 숲으로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나의 소소한 추억을 담은 에피소드와 감성 글꽃인 캘리그라피로 그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된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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