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오나 보다. 아직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지만, 베란다 유리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보니 그야말로 봄은 봄이다.
“엄마~ 엄마!”
학교에서 귀가한 아들의 손에는 박카스 상자가 들려있고, 다소 흥분된 상태로 들떠 있었다. 연신 엄마를 불러대는 아들의 목소리와 함께 ‘삑삑삑’ 소리가 그 상자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잠시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 어찌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큰 상자에 아기 오리를 옮겨주었더니, 낯선 환경을 탐색이라도 하듯이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한다. 삑삑삑거리는 샛노란 생명이 어찌나 귀엽던지 아들과 함께 바라보던 나는 동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의 어린 시절 30여 년 전으로......
그때도 봄이 오면 초등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상자에 넣어놓고 어린아이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털어서 병아리 한 마리를 사들곤 종종걸음을 하며 집으로 왔다. 나도 ‘엄마’를 연신 불러 대면서 말이다. 금방 죽을 것을 사 왔다고 엄마한테 꾸중을 들었지만, 이미 나의 반쪽, 나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육 남매 늦둥이로 태어난 나는 언니 오빠들과 나이 차이가 크게 났고 그런 언니, 오빠는 공부하거나 직장에 다녀서 나의 일상에서 함께 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만난 병아리는 내 전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학교에 갔다 오는 시간을 빼곤 모든 시간을 함께하던 병아리가 영원히 함께 할 줄만 알았다.
한달쯤 지났을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돌아와 제일 먼저 병아리에게로 달려갔다. 아침에도 힘없이 졸고만 있더니, 상자 안에서 축 늘어져 차갑게 식어있던 병아리는 이미 세상과 이별을 한 뒤였다. 처음 마주한 죽음과 이별 앞에서 나는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아픔과 두려움으로 며칠을 울면서 지냈다.
30여 년이 지나고 노란 아기 오리와 마주하고 있자니, 아들이 머지않아 맞닥뜨리게 될 이별이 걱정되었다. 죽음이라는 이별을 받아들이고 상처를 덜 받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주 튼튼하게 잘 자란 아기 오리 ‘삑삑이’는 어느덧 새장에서 키우기엔 버거울 정도가 되어 버렸다. 어쩔 수 없이 시골 할아버지의 이웃 집에 부탁드렸는데, 다행히 맡아서 키워주기로 하셨다. 그 이후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가면 이웃 할머니께서는 우리에게 보여주시려고 갓 낳은 하얀 알을 갖다주시기도 했다.
다시 또 10년 이란 시간이 지난 어느날 아침, 라디오에서 가수 신해철님의 노래 ‘날아라 병아리’가 흘러나왔다. 이 노래를 우연히 다시 듣다보니 어린 시절의 나와 어린 아들이 겹쳐져 40여년전과 10년전으로 왔다갔다하며 추억 여행하게 했다.
나에게는 훌쩍 하늘로 날아가 버린 슬픈 추억을 남긴 병아리!
그런 아픈 추억이 있기에 아들에게 죽음이라는 이별에 대해 어떻게 말해줘야 하나 고민했던 것과는 달리, 오히려 존귀하고 신비한 생명의 가르침을 주었던 아기 오리 ‘삑삑이’! 그리고 병아리처럼 날아서 하늘의 별이 된 가수 신해철 님!
모두가 그리워지는 날이다.
내가 아주 작을 때
나보다 더 작던 내 친구
내 두 손 위에서 노랠 부르며
작은 방을 가득 채웠지
품에 안으면 따뜻한 그 느낌
작은 심장이 두근두근 느껴졌었어
.
.
굿바이 얄리 언젠가 다음 세상에도
내 친구로 태어나 줘
<날아라 병아리, 작사 작곡 신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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