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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희 Dec 02. 2022

첫눈에 대한 기억


숲은 숲대로 길은 길대로

손등을 잡아주는 길손이 있네 


소설 지나 흰 꽃들이 바스러지듯

차가운 이마와 서러운 등을 껴안아주네 


어느 것도 추위에 빛나지 않을 것 같은

어둠에서 바닥에서 경배하듯

첫눈이 덮여있네 


내가 앓아눕던 자리에도 가던 길을 멈추고

타들어갈 듯 반짝이네 


따뜻한 아침을 위해 뜨거운 노동을 위해

선연한 꽃을 날려 보내니 


한 번쯤 사죄하고 싶은 영혼이여,

나는 공손히 두 손을 받쳐

찬 얼굴에 꽃을 올려보네 


고백하건대 나를 향한 또 하나의 생을

나는 쳐다 볼 수가 없네 


소리 없이 모든 것들이 경계를 지우고

처음의 기억으로 돌아가는데 


누가 창 하나에 불을 켠 채

술병처럼 검은 그림자를 내던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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