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숲대로 길은 길대로
손등을 잡아주는 길손이 있네
소설 지나 흰 꽃들이 바스러지듯
차가운 이마와 서러운 등을 껴안아주네
어느 것도 추위에 빛나지 않을 것 같은
어둠에서 바닥에서 경배하듯
첫눈이 덮여있네
내가 앓아눕던 자리에도 가던 길을 멈추고
타들어갈 듯 반짝이네
따뜻한 아침을 위해 뜨거운 노동을 위해
선연한 꽃을 날려 보내니
한 번쯤 사죄하고 싶은 영혼이여,
나는 공손히 두 손을 받쳐
찬 얼굴에 꽃을 올려보네
고백하건대 나를 향한 또 하나의 생을
나는 쳐다 볼 수가 없네
소리 없이 모든 것들이 경계를 지우고
처음의 기억으로 돌아가는데
누가 창 하나에 불을 켠 채
술병처럼 검은 그림자를 내던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