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성희 Jan 03. 2023

꽃의 영역


꽃의 영역


한성희  



사내를 태운 러닝머신은 밤을 한껏 빨아들였다


이제 자본주의는 완벽히 죽어가는 자들을 끊어내듯

순차적으로 기계적으로 보냈다 컨베이어벨트처럼


돈은 아주 환한 영역이었다

라면은 죽은 자들의 전유물처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사내는 젖은 채로 돌아오지 않았다 낡은 벨트를 위해 펄럭이고

신호음에 수위를 느끼며 스스로 순응했지만


검은 동굴 속에서 죽을 때까지 육신을 설득할지 안 할지는

마지막 불꽃이 암시해 주었다


어둠보다 혼자 남겨진 고립이

한 끼 밥을 위해 매달린 것들이 굴뚝에서 빛났다


꽃이 있어도 무거운 식탁이 비명이

집에 도착하지 않았다 그날 밤 사내는 꽃을 밟으며


망초꽃이 넘실대는 언덕을

저 한 사람의 길은 결국 받을 수밖에 없었다


꽃이 없이도 사랑을 만드는 밤이

한 사람의 그림자를 불꽃 속에 들여보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꽃의 영역이었다

이전 08화 첫눈에 대한 기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