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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희 Nov 17. 2022

한 사람의 꽃


가을은 당신으로부터 까마득하지만

저물녘 들꽃을 안고 숲으로 들어갔다


한 사람을 불러내듯 잎사귀들이 일렁거렸다

갈참나무들 어깻죽지로 우는 걸 보았다 


울 수 있다면, 오래전부터 사랑이라 불렀다


한사코 꽃길 따라 떠나갔지만

깊디깊은 어딘가 꽃이었다는 것으로


어릴 적 책갈피 같다는 생각

한 사람이 찾아오지 않을 때처럼

저녁 나무들 거미줄처럼 죽은 빛을 끌어안았다 


꽃은 태어나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한 사람을 품고 사는 것


한 사람의 꽃이 무덤 곁에서 두근거렸다


누우면 아득해지는 꽃자리

한 사람 밖에서

저 혼자 환청이 되는 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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