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당신으로부터 까마득하지만
저물녘 들꽃을 안고 숲으로 들어갔다
한 사람을 불러내듯 잎사귀들이 일렁거렸다
갈참나무들 어깻죽지로 우는 걸 보았다
울 수 있다면, 오래전부터 사랑이라 불렀다
한사코 꽃길 따라 떠나갔지만
깊디깊은 어딘가 꽃이었다는 것으로
어릴 적 책갈피 같다는 생각
한 사람이 찾아오지 않을 때처럼
저녁 나무들 거미줄처럼 죽은 빛을 끌어안았다
꽃은 태어나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한 사람을 품고 사는 것
한 사람의 꽃이 무덤 곁에서 두근거렸다
누우면 아득해지는 꽃자리
한 사람 밖에서
저 혼자 환청이 되는 꽃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