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달을 보러 얼굴들이 돌아온다
지난 밤 우리는 서로를 견디면서
어떤 불빛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눈빛을 만질 수 있다
아무 것도 내줄 것이 없는 표정으로
술잔이 돌고 달빛을 모은다
누군가 검은 숲과 흰 달빛이
길에서 젖는다고 흔들리며 먹는다
가을꽃에 얼굴들이 스며든다 이방인처럼
우리들은 멀리서 먼 곳에서
같은 얼굴로 느리게 걸어왔다
이제는 달그림자로 달려왔다 흘러갈 뿐
사라진 얼굴들을 내건다
우리는 귓속말로 흘려보내는 얼굴들을
묽어지는 흔적들을 더듬고 있다
달이 없는 장례식장은 늙은 배우처럼 기다린다
같은 표정에 닿기 위해 우리는
흐릿해지고 새벽 그림자가 늘어난다
조화처럼 우리는 이파리들이 떨어진다
여전히 꽃은 줄어들고 밤새도록 신발을 숨겨 준다
우리는 검은 길을 배회하고 빈 몸으로 돌아가고
여전히 누군가 다녀간 길 위에서 맨발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