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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희 Oct 30. 2022

우리는 꽃이 생각나게

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1

꽃을 들고 있어도 아픈 사람처럼 보여요   

  

한사코 꽃병에 갇혀 사는데

햇볕이 필요 없을 거예요     


그래도 꽃이라고 해서 그런지

걷다가도 뒤돌아본대요   

  

지나간 꽃들은 무언가를 따르는 날개처럼

내 곁에 없어요      


    

2

생각해 보면

자꾸 눈에서 따가운 물이 자라고 있어요    

 

올해는 긴 장마로 고추농사도 손댈 수가 없대요    

 

울 수 있는 자리에 바람이 불고 있어요

나무들이 그렇듯    

 

사람들이 꽃으로 흔들리는 것을 밀어내고 있어요

뒷모습은 묻지 않기로 했어요    

 

온통 구름아파트를 배경으로 갇혀 살면서

꽃이 되고 싶을 거예요    

 

여기서는 꽃을 모른 척할 수 없어요

오늘은 봄 여름 지나 가을이 끝나 가고 있어요

꽃을 겁내던 아이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요  

   

꽃은 사람이 되어도

사람은 꽃이 될 수 없나 봐요     


     

3

이건 비밀이에요

우리는 그늘을 닮아 간다는 걸 모르듯

땅에 누우면 열매만도 못하게 보여요     


꽃을 따라왔을 뿐인데

그때도 꽃이 피었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꽃병에 사람이 살아요    

 

추워도 창문을 닫지 못하고

아이를 낳고

그때부터 단 하나의 꽃이 믿음이라고     


우리는 꽃이 생각나게

끝까지 울부짖곤 했지만

나중에 사람들 지나간 일을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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