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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희 Oct 28. 2022

뼈에 엎드려 운다

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당신의 얼굴을 잊었을지도 모른다

이게 뼈의 말이다 


거짓말처럼 잠시 숲길을 빠져나와

그러니까 침묵 앞에서 두려운 건

없는 얼굴이 뼈를 보고 있다는 것 


저녁 식탁에 모인 뼈일 수밖에 없는

빈 그릇을 얼굴들이 파먹는다 


광대뼈에 달빛을 문지르는 저녁

생의 한 모서리에서

불안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언뜻 등이 보인 울음이 엎드린 채

죽이 식어 간다 


어쩌면 우리는 뼈를 벗어 놓는 순간

죽처럼 흩어져서 어두워진다 


아프지 않아도 어디에 닿지 않아도

그대들 얼굴처럼 울고 나면

구름 속 뼈들이 말을 걸어올까 


당신의 등 뒤에서

울음을 참고 기다리는 것이

뼈인 줄도 모르고 


문득문득

오래 전 얼굴들이 다녀간다

아득히 뼈를 쓸어내리는 저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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