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풀어질 수 없는 뿌리는 가지로 뻗어 나갔지
새가 날아오른 자리에서 그보다 더 높이
푸르게 푸르게 날았지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려고
사랑을 사랑답게 만들려고
어둠에서 비탈에서 수직으로 섰지
빈 땅에서 빈 죽음으로 가는 등을 위해
푸른 그늘로 서러움 없이 지켜 주었지
가끔씩 공허의 감정이 들어서 인지
멀리 멀리까지 새의 기분으로 날아 보았지
그런 날은 몸과 마음이 향기 같아서
그늘마저 달콤하고 푸르고 아름다웠지
얼룩진 사람을 대할 때마다
한 사람 한 사람 외롭지 않게 안아 주었지
숲이 어두울수록 새의 감정으로 천천히 문질러 주었지
날 닮은 뼈를 찾기 위해
뼈가 아픈 나무가 되기 위해
가지를 꺾이면서 울음을 들으려 했지
곧 가을이 지나가고 한 계절이 오겠지
차디찬 맨발로 누가 데리러 오겠지
저 너머의 톱날이 무엇인지 기다리겠지
어떤 죽음과 비탈 사이 눈이 쌓였지
이제는 마음 놓고 흰빛 뿌리 곁에 쓰러지겠지
두꺼운 책에서 나이테를 찾아낸 것처럼
거친 숨소리에 몸을 맡긴 채
가까운 듯 멀리 떠다니는 구름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