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당신의 얼굴을 잊었을지도 모른다
이게 뼈의 말이다
거짓말처럼 잠시 숲길을 빠져나와
그러니까 침묵 앞에서 두려운 건
없는 얼굴이 뼈를 보고 있다는 것
저녁 식탁에 모인 뼈일 수밖에 없는
빈 그릇을 얼굴들이 파먹는다
광대뼈에 달빛을 문지르는 저녁
생의 한 모서리에서
불안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언뜻 등이 보인 울음이 엎드린 채
죽이 식어 간다
어쩌면 우리는 뼈를 벗어 놓는 순간
죽처럼 흩어져서 어두워진다
아프지 않아도 어디에 닿지 않아도
그대들 얼굴처럼 울고 나면
구름 속 뼈들이 말을 걸어올까
당신의 등 뒤에서
울음을 참고 기다리는 것이
뼈인 줄도 모르고
문득문득
오래 전 얼굴들이 다녀간다
아득히 뼈를 쓸어내리는 저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