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한 사람이 한 사람을 건너간다
한 계절이 또 한 계절로 가득해져도
어떤 눈빛에 대해 숨소리에 대해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한다
무언가 묻을 듯이
몸 안에서 무얼 뱉어내는 듯이
눈동자 안에 무수히 말을 모으고 있다
그 눈빛에서 뛰어내릴 것만 같은
끝이 보이는 강물
어둑해지는 얼굴이 식탁처럼
이쪽에서 저쪽으로 기울어진다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누군가는 흰 뼈의 창으로 남는 것
오래도록 혼자 걸어 온
저녁강처럼
흰 물살을 묻지 않기로 한다
누가 한 사람으로 기억을 밀어낸다
애를 쓰면서 실눈을 열고
누가 누구에게 도착하듯
그 눈빛에서 눈빛으로 다가간다
그렇게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