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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희 Nov 01. 2022

겨울물고기


아프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두고 눈이 오네

마치 호흡이 없는 눈사람처럼 강과 마주하고 있네

등으로 울지 않아도 되는 물고기를 곁에 두고 울음을 참네 


가을부터 시작된 바람이 겨울나무 곁에서 풀려나는 것을 보네

얼음장 발가락을 담요로 감싸주며 불안한 표정이 있네 


누가 침대에 이름을 걸어놓고 출렁거리지 않아도 슬픔이네

힘겨운 움직임이 없어도 당신이 죽은 것은 아니네

몇 번의 호흡이 멈춘 후 차가운 쓰라림을 보겠네 


그러니까 애증의 눈물이 끝없이 겨울을 대면하는 거네

오래전 겨울물고기의 호흡을 닮아가던 고백이란

빛으로 물살을 타넘는 물고기의 절규이겠네 


당신의 심장은 추운 겨울로만 이어지고

그 물고기는 결빙을 알몸으로 받아내며 한겨울을 지나가네 


틀어막은 눈물이 이름으로 스며들다가 물방울처럼 사라지네

그것이 무언지 저마다의 길로 휘어져 흩어지네 


나와 떨어지려고 겨울물고기는 최선을 다한 거네

이제 나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결빙의 꽃으로 너그러워지는 것이네 


결국 쏟아지고 부서지기를 반복하던 사랑마저 물살에 풀어주네

어떤 물살에도 사라지지 않을 듯 물고기 꼬리지느러미를 흔드네 


겨울강 앞에서 절망하기도 전에 빛나는 당신이 겨울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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