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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희 Nov 01. 2022

그 눈빛에서


말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한 사람이 한 사람을 건너간다 


한 계절이 또 한 계절로 가득해져도

어떤 눈빛에 대해 숨소리에 대해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한다 


무언가 묻을 듯이

몸 안에서 무얼 뱉어내는 듯이

눈동자 안에 무수히 말을 모으고 있다 


그 눈빛에서 뛰어내릴 것만 같은

끝이 보이는 강물

어둑해지는 얼굴이 식탁처럼 


이쪽에서 저쪽으로 기울어진다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누군가는 흰 뼈의 창으로 남는 것 


오래도록 혼자 걸어 온

저녁강처럼

흰 물살을 묻지 않기로 한다 


누가 한 사람으로 기억을 밀어낸다

애를 쓰면서 실눈을 열고 


누가 누구에게 도착하듯

그 눈빛에서 눈빛으로 다가간다

그렇게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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