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더웠어

그냥 흘러가는 하루, 그 속에 내가 있었다

by 남궁찬

오늘 더웠어.

아침부터 햇볕이 유리창을 뚫고 들어오는데

이불속이 찜질방 같았어.

눈은 떠졌지만

몸은 도저히 일어날 생각을 안 해서

그냥 멍하니 누워 있었어.


오늘은 학교도 안 가고 약속도 늦게 잡았고

그냥 쉬는 날.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그런 날.


그래서 창문 조금 열어놓고

천장만 바라보다가

핸드폰 잠깐 만지다가

또 멍...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냈어.


밖은 덥고

안은 조용하고,

나는 느릿느릿한 생각 속에 잠긴 채

그냥 오늘을 살았어.


누군가 보기엔

"시간 낭비 아냐?"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날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해졌거든.


쓸데없이 열심히 살려고 애쓰던 것들이

조금은 식어가는 느낌?

더위 때문에 그런 건지

그냥 내가 지쳐 있었던 건지는 몰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가

오늘따라 나한테 딱이었어.


땀 흘릴 정도로 움직이지 않았고

커다란 성취 같은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오늘 참 잘 쉬었다."

이 한마디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무 의미 없이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도

이상하게 마음은

조금 정리되니까.


오늘 더웠어.

그리고 나는 쉬었어.

그걸로 오늘은 충분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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