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둘의 엄마가
동사무소(행정복지센터로 바뀌었지만
왠지 익숙해서 여전히 동사무소라 부른다~^^)에서 하는
노래교실에 다니기 시작한 지 1년
한 달 15,000원으로 인생에 활력이 생겼다며
좋아하셨다.
몇 개월이 지나니 라인댄스 초급반을 더하시고,
몇 개월이 지나니 공예교실도 더하신다.
일주일에 사흘을, 어떤 날은 오전 오후 2번이나 가시며
노년의 취미활동에 푹 빠지셨다.
실버대상의 공예교실은
지원을 받아 수강료와 재료비 없이 무료로 진행되는데
다음 주 종강을 앞두고 그동안 만들었던 작품을
가지고 오셨다.
" 와~~~ "
스마트폰 사진 찍기를 여러 번 가르쳐드렸지만
자꾸 잊어버린다며
그동안 못(?) 보여 주셨던
근사하기까지 한 작품들!
울 엄마 요리솜씨야 정평이 나있지만
공예솜씨도 이리 좋으실 줄이야!
그야말로 황금손이네~~~
투박하지만 멋진 화분엔
제일 좋아하는 화초를 옮겨 심어
침대맡에 두시고
잎사귀를 찍어 만든 접시는
딸내미 줄 거 하나,
며느리 줄 거 하나
각각 챙겨두셨다.
소리가 예쁜 종은 주방에 걸어두어
가을바람이 살랑거리면 집안을 울린다.
엄마는
무료함에 우울해하셨다.
십수 년 돌봤던 손녀는 이제 다 컸고
집안은 늘 정리 정돈해 특별히 따로 일이 없고
요리는 금방 뚝딱이니
이 역시 시간을 소요하지는 못했다.
TV 보는 것도 언젠가부터 재미가 없고
좋아하는 책을 보자니
몇 해 전 눈수술로 글자들이 찌그러져 보여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다.
몇 번 하실만한 게 있나 알아본다 하고
나도 바쁘고
생각했다 잊고,
그렇게 또 시간은 흘렀다.
그 사이,
지난 세월 쌓였던 슬픔이 공황장애로 나타나고
약을 드셔야 잠이 드는 지경이 되었다.
여름이 되면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가고 공황장애를 진단받았던
그날의 트라우마로 힘들어하셨고
그저 병원에 모시고 가는 걸로
이 상황이 해결될 거라 생각했었다.
동사무소 프로그램들에 다니신 이후로
찡그림에 주름졌던 미간이 펴지시고
생기가 돌아
열 살 깎아 예순둘로 보이신다~^^
백세시대,
노년의 긴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가까이 엄마를 보면서
나 역시 고민했는데
엄마가 가는 길을 보며
나의 노년도 그려보면 되겠다 싶다.
그런데,
나는 똥손이라
과연 내가 만든 그릇을 선물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ㅋ
2023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