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장. 바벨론 포로

– 선택된 백성은 왜 무너졌는가

by 이한

바벨론 전후 이스라엘 역사 (간략 연표)


기원전 1000년경 – 다윗 왕국
· 다윗이 예루살렘을 수도로 삼고, 왕조를 세움.
· 그의 아들 솔로몬이 성전을 건축함
기원전 930년경 – 왕국 분열
· 솔로몬 사후, 나라가 두 개로 갈라짐.
· 북이스라엘(사마리아 수도) / 남유다(예루살렘 수도).
기원전 722년 – 북이스라엘 멸망
· 앗수르 제국에 의해 사마리아가 함락.
· 북이스라엘 10지파는 흩어짐(“사라진 지파”).
기원전 586년 – 남유다 멸망 (바벨론 포로 시작)
·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 성을 파괴하고 성전을 불태움.
· 다윗 왕조가 끊기고, 많은 백성이 바벨론으로 끌려감.
기원전 539년 – 바벨론 제국 멸망
· 페르시아 제국의 고레스 대왕이 바벨론을 정복.
· 유대인들에게 귀환을 허락(“고레스 칙령”).
기원전 516년경 – 제2성전 완공
·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유대인들이 성전을 재건함.
· 이후 이 성전은 예수 시대까지 존속(“스룹바벨 성전”, 후에 헤롯 성전으로 확장됨).


기원전 586년, 예루살렘 성전은 불탔습니다.
다윗의 왕조는 무너졌고, 선택된 민족이라 자부하던 이스라엘은 사슬에 묶여 바벨론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그날은 단지 한 나라의 패망이 아니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신학적 세계 전체가 붕괴된 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이라면, 왜 멸망했는가?
선택된 민족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성전이 무너졌다는 것은 곧,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하지 않으신다는 공포였습니다.
이스라엘에게 성전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임재의 상징이었기 때문입니다.


에스겔의 환상 – 떠나간 영광, 그러나 함께하는 하나님

에스겔은 성전의 영광이 예루살렘에서 떠나는 것을 봅니다.
그러나 그 영광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포로로 잡혀간 백성과 함께 이동했습니다(겔 10~11장).

이는 충격적인 계시였습니다.
하나님은 건물 안에 갇힌 신이 아니라,
흩어진 백성과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라는 사실.


칼 바르트는 이 장면을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인간이 만든 제도와 구조를 깨뜨리고, 무너진 곳에서 새로운 자기 계시를 여신다.”
— 교회 교의학 IV/1


선택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었다

이스라엘은 ‘선택’을 특권으로 오해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선택은 거룩함에 대한 요구였습니다.
언약을 배반한 백성은 포로라는 길을 통해 훈련을 받게 됩니다.


예레미야는 바벨론의 포로 된 백성에게 편지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는 내가(하나님) 사로잡혀 가게 한 그 성읍의 평안을 구하고,
그 성읍을 위하여 여호와께 기도하라.
이는 그 성읍의 평안이 너희의 평안이 될 것임이라.— 예레미야 29장 7절

포로 생활은 단순한 징벌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이방 땅 한가운데서도 자신의 백성을 새롭게 빚으셨습니다.


신학적 의미 – 신앙의 재구성

바벨론 포로는 이스라엘 신앙의 거대한 전환점이었습니다.


성전 신앙의 재해석
– 성전이 무너진 후, 말씀과 회당 중심의 신앙이 시작됩니다.
– 기록과 율법 연구가 강화되며, 구약의 정경 형성이 본격화됩니다.
보편적 하나님 이해
– 하나님은 단지 시온에 갇힌 분이 아니라, 온 열방의 주권자임이 드러납니다.
– 다니엘과 에스겔은 바벨론 한복판에서 그 하나님을 증언합니다.
희망의 신학
– 예레미야는 “칠십 년이 차면 내가 너희를 돌아오게 하리라”(렘 29:10) 약속합니다.
– 포로의 끝에는 회복의 언약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오늘 우리의 신앙도 무너짐을 경험합니다.
경제의 위기, 사회적 불안, 교회의 신뢰 상실.
마치 성전이 무너지고, 포로로 잡혀간 이스라엘처럼 우리는 묻습니다.
“하나님은 정말 우리와 함께하시는가?”

그러나 바벨론 포로 사건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은 무너진 성전 안에 갇히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무너진 자리, 흩어진 자리에서 여전히 함께하신다.


본회퍼는 나치 감옥에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세상에서 밀려난 자리에서, 오히려 더 깊이 세상과 함께하신다. — 저항과 복종


결론 – 포로의 신앙, 정화의 신앙

바벨론 포로는 징벌이 아니라, 정화의 과정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고난 속에서 하나님을 새롭게 배웠고, 말씀을 붙들었으며,
성전이 아닌 하나님의 임재 자체를 신뢰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믿음은 안전한 성전 안에서만 자라지 않습니다.
믿음은 무너짐 속에서, 낯선 땅에서,

그럼에도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확신 속에서 더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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