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보다 중요한 것,

팀워크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by 사유의 공간

‘낀 세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위와 아래,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 사이에 서서 끊임없이 양쪽을 바라봐야 하는 사람들. 특히 조직의 허리를 맡은 이들에게 ‘회식’이라는 두 글자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숙제와도 같습니다.


윗세대가 말하는 끈끈한 ‘단합’과 아랫세대가 지키고 싶은 ‘워라밸’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요. 흩어진 마음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애써 마련한 자리가, 어째서 더 서늘한 공허함으로 돌아오곤 하는 걸까요. 어쩌면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텅 빈 형식에 마음을 담을 수 있다고 착각해 온 건지도 모릅니다.


김민준 팀장의 엄지손가락이 팀 단체 채팅방 위를 초조하게 맴돌았다.


‘[투표] ★팀 회식 날짜 정합시다!★’


그가 올린 투표창은 며칠째 미동도 없었다. 아무도 누르지 않은 투표 버튼 옆으로, 회색 글씨의 ‘읽음 7’이라는 숫자가 묘비명처럼 박혀있었다. 며칠 전, 박 부장이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던진 말이 귓가에 녹슨 쇠처럼 걸려있었다.


“김 팀장네는 팀원들이 너무 겉도는 거 아냐? 다들 모여서 으쌰으쌰 해야 시너지가 나지! 회식 좀 해, 회식!”

그 ‘으쌰으쌰’가 대체 무엇인지, 민준은 이제 정말로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달력의 빈칸이 가장 많은 날로 예약을 감행했다. 나름대로 젊은 팀원들을 배려해, 시끄러운 고깃집 대신 파스타와 와인을 파는 트렌디한 레스토랑을 잡았다. 일부러 “술은 절대 강요 금지!”라고 여러 번 공지까지 했다.


하지만 식당 속 공허함을 채우려 애써 말을 꺼낼수록, 어색한 침묵의 골만 깊어졌다. 포크와 접시가 부딪히는 소음만이 대화처럼 공간을 떠다녔다. 팀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핸드폰 액정에 시선을 고정한 채였고, 민준이 쥐어짜 내듯 던진 질문에는 영혼 없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비싼 와인은 어느새 식초처럼 시게 느껴졌다.


최악은, “마침 근처에서 약속이 있었다”며 박 부장이 예고 없이 나타났을 때 벌어졌다.


“분위기 좋은데? 다들 한 잔씩 따라 봐!”


부장의 호탕한 목소리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후의 시간은 상사의 일장연설과 팀원들의 기계적인 리액션으로 채워진 박제와 같았다. 회식이 끝나자마자 팀원들은 썰물처럼 흩어졌다. 텅 빈 테이블 위, 아무도 손대지 않아 기름이 하얗게 굳어버린 감바스를 보며 민준은 의자에 몸을 묻었다. 애써 부풀렸던 풍선에서 바람이 빠져나가듯,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갔다.


며칠 뒤, 그는 퇴사 후 작은 스타트업을 꾸린 대학 선배를 만나 자괴감이 뒤섞인 푸념을 늘어놓았다. 선배는 민준의 홧김 섞인 말을 잠자코 듣더니, 와인잔을 부드럽게 돌리며 툭 던지듯 물었다.


“민준아, 근데 팀워크라는 게 꼭 다 같이 모여서 밥 먹고 술 마셔야 생기는 걸까? 그건 그냥 예전 방식의 ‘숙제 검사’ 같은 거 아닐까. 진짜 팀은… 술자리가 아니라 일할 때 서로의 등을 믿어주는 거 아니야?”


그 한마디가 마음에 박혔다.


다음 날 오후, 갑작스러운 클라이언트의 긴급 요청으로 팀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민준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직접 나서서 업무를 지시하고 상황을 장악해야 한다는, 익숙한 조급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의 몸이 완전히 일어나기 직전, 며칠 전 선배가 와인잔을 돌리며 던졌던 말이 머릿속에서 희미한 울림처럼 번졌다. '그건 그냥… 숙제 검사 같은 거 아닐까요?'


그 찰나의 멈춤 속에서, 그의 눈에 비로소 새로운 풍경이 스쳐 들어왔다. 팀원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자리에서 익숙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 명은 관련 데이터를 빠르게 취합했고, 다른 한 명은 보고서의 뼈대를 잡았다. 늘 조용하던 막내 서아 씨는, 언제나 그랬듯 모두가 볼 수 있는 공유 문서를 열어 실시간으로 상황을 정리해 나갔다.


그는 깨달았다. 이것이 그들이 일하는 방식이었음을. 자신이 억지로 만들려 했던 ‘으쌰으쌰’는, 늘 이런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음을. 그저 자신만이, 낡은 생각에 사로잡혀 그것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그는 조용히 스마트폰을 들어 팀 채팅방의 ‘회식 날짜 투표’를 길게 눌러, 삭제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문장을 써 내려갔다.


'오늘 긴급한 일이었는데, 다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서로 말 맞추지 않아도 합이 딱딱 맞는 걸 보면서 제가 여러모로 생각이 짧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당분간은 불필요한 저녁 회식 같은 건 없을 겁니다. 대신 업무에 더 편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제가 더 신경 쓸게요. 오늘은 다들 일찍 들어가세요!'


그날 밤, 민준은 잠들기 전까지 몇 번이나 단체 채팅방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메시지 아래에는 아무런 답변도 달려있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정적이 흐르던 채팅방에 알림이 하나 올라왔다.


오늘 하루도 화이팅입니다!


그것은 작지만 분명한 변화의 시작이었다.


이야기 속 민준처럼, 우리는 어쩌면 ‘함께’라는 이름의 강박에 시달려 온 것은 아닐까요. 시끄러운 술잔을 부딪쳐야만 가까워질 수 있다는 믿음, 모두의 시간을 한 곳에 모아야만 팀워크가 생긴다는 낡은 공식 말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팀워크는 억지로 차려낸 화려한 식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의 등을 말없이 받쳐주는 묵묵한 신뢰의 온기에서 자라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가 애써 만들어야 할 것은 모두의 입맛을 맞추는 메뉴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공간을 존중해 주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거리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당신과 동료 사이의 보이지 않는 공간은, 어떤 온도로 채워져 있었나요?

매거진의 이전글행복이라는 삶의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