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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원 May 09. 2024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사강은 사랑이 아니라 열정을 사랑했다. 충동과 열기. 감상. 그러면서 사강은 고독을 느꼈다. 그녀는 그 고독마저 흡족해했다. 그 괴로움조차 돌연한 열정이라고 느낀 것이다. '그녀 곁을 떠나면서 그녀가 슬퍼한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는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사강이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알 수 없는'게 아닐까. 사랑은 감정의 음영 위에서 불안정하게 일렁이고 막연한 것이니까. 

그녀는 확신에 찬 얼굴로 사랑에 몰두하지 않는다. 무기력한 영혼을 가지고 경험의 능숙함으로 즉흥적으로 판단한다. '내가 가진 건 무엇인가?' 그녀가 가진 건 육체다. 그 몸이 성냥개비처럼 홀로 서있기 보다 마찰이 필요한 것이다. 그녀는 뜨거움을 사랑한다. '폴'이란 여자는 나라도 사랑에 빠질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를 품고 있다. 차분하고 그윽하고 서글픈 여자. 늘 생각을 하고 있는 여자. 

'정직성만으로는 누군가를 제대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없는' 열정은 도덕으로 이루는 것이 아니다. 고함을 치듯 존재를 남겨야 한다. 여기 내가 있다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뿐' 사강은 자신의 사랑이 공허하다는 것과 회환을 가져오리라는 것과 어린아이처럼 진지하지 못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어긋나길 원했다. 그녀는 확실한 걸 싫어했다.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고독형을 선고합니다.' 시몽의 말은 스물다섯 살답게 귀엽고 재기 발랄하다. 여기서도 사강의 가치관이 드러나는데 그녀는 오직 일시적인 쾌락을 좇았다. 그러면서 그녀가 놓치지 않은 건 사유였다. 왜 나는 사랑을 하려고 하는가? 

'매일 저녁 누군가 나를 기다려주다니', '자동차에 탄 채 문 앞에서 조바심을 내며 자신을 기다려주리라고' 사강은 혼자가 두려웠다. 그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선은 전형적이고 원만한 공의가 아니라 대담한 행복이었다. 설령 그게 안이해 보일지라도 그녀는 불현듯 불어오는 모랫바람 같은 감정에 취하길 좋아했다. 그녀는 그것이 참된 지혜이자 삶이라고 여겼으리라. 사랑의 교묘함. 로제와 시몽 모두에게 버림받고 환멸을 느껴 불행은 그저 불행일 뿐 미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매혹은 매혹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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