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4차 산업혁명의 서막
지금 직업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영국 AI(인공지능) 딥마인드Deep mind 공동창업자 세인 레그Shane Legg는 “이번 세기 인류의 가장 큰 위협요소는 AI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 3월 서울에서 열린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이 이를 증명해 주었다. 천하제일의 바둑고수 이 9단은 알파고와의 5번 대국에서 1-4로 패배했다. 이 때 국민들, 아니 세계인들은 “이러다 인류가 AI에 정복당하는 게 아니냐.”며 불안과 함께 충격에 빠졌다.
영국 옥스퍼드대 칼 베네딕트 프레이Carl Benedikt Frey 교수와 마이클 오스본Michael A. Osborne 교수는 2013년 발표한 <고용의 미래 : 우리의 직업은 컴퓨터화에 얼마나 민감한가?>라는 보고서에서 “현재 직종 702개 가운데 47%가 20년 이내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2030년께에는 직업 환경의 판도가 180도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쯤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직업은 △텔레마케터(99%) △시계수리공(99%) △스포츠 심판(98%) △요리사 (96%) △회계사(94%) △택시기사(89%) △아나운서(72%) △프로그래머(48%) △경제학자(43%)와 △판사(40%) △약사 △의사 △변호사 등 이른바 지금 잘 나가고 있다는 직업이 대부분이다. 금융전문가의 경우도 AI 기술을 응용한 로보어드바이저(로봇+어드바이저)가 애널리스트 및 딜러의 일을 대신할 것이다.
지금 한창 대세 직업으로 떠오른 요리사가 앞으로 사라질 확률이 96%로 높은 것은 일본에서 이미 로봇이 초밥을 만드는 등 요리사 일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인기직종이라 할 수 없는 택시기사가 사라질 확률이 높은 것은 AI에 의한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기인하고 있다.
ATM(Automatic Teller’s Machine·현금인출기)은 은행창구 직원들을 내쫓았다. 그리고 대형마트를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매장에서 캐시어Cashier(계산원)들이 사라져 2023년 현재 2~3명의 캐시어가 매장 계산대를 지키고 있다. 이미 대형마트의 한 쪽에서는 고객 스스로 물건 값을 입력하고 돈을 지불하는 자동계산기가 여러 대 설치돼 있는 곳이 많다.
앞으로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계산대가 아예 필요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고객이 매대에서 물건을 들어내 시장바구니에 담는 순간 센서에 의해 자동으로 물건 값이 합산되고, 고객은 신용카드로 자동계산기에서 결제를 하면 될 테니 말이다.
이처럼 AI와 로봇 같은 혁신기술이 더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으리란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래의 유망직업 판도가 크게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이 단순히 계산하고 확인하는 과정 따위는 로봇이나 자동화기계가 대신하게 된다.
■ 사라질 확률이 높은 직업
■ 사라질 확률이 낮은 직업
이와 반대로 2030년대 이후에도 사라질 가능성이 적은 직업은 레크리에이션 치료사( 0.2%) 사회복지사(0.3%) 초등교사(0.4%) 중등교사(0.7%) 큐레이터(0.6%) 성직자(0.08%) CEO(1.5%) 패션디자이너(2.1%) 등이다. 또 사라질 확률이 다소 높은 의사 가운데 내과, 외과, 치과의사의 경우는 0.04%로 매우 낮은 단계에 있다. 따라서 이들 직업은 미래에도 거의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기계가 초등학교 교사와 중고등학교 교사를 대신할 수 없고, 심리학자의 일을 해낼 수는 없으리라 본다. 사람을 만나서 상담하고 놀아주며 치유해주는 심리치료사와 건강관리사 등은 결코 컴퓨터가 대신할 수 없다.
그러니 AI와 로봇 등에 의해 뺏기는 일자리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런 상황변화를 간파하고 미리 대처하면 된다. 사실 없어지는 직업만큼 기술발달과 사회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 생겨나는 직업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10대 유망직업’으로 △사물인터넷 전문가 △인공지능 전문가 △빅데이터 전문가 △가상(증강/혼합)현실 전문가 △3D프린팅 전문가 △드론 전문가 △생명공학자 △정보보호 전문가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자 △로봇공학자 등을 선정했다.
이밖에 △마인드리더 △SNS 보안전문가 △스마트폰 제작자 △여가컨설턴트 △우주관광 에이전트 △실버관광 코디네이터 △맞춤형 관광컨설턴트 △데이터 소거원 등을 전망 좋은 직업으로 꼽았다.
그리고 △콜센터요원 △생산 및 제조관련 단순직종 △금융사무원 등 6개 직종을 위기직업으로 선정했다. 공공기관은 물론 대부분 기업들이 자동응답시스템(ARS· Automatic Response Service)을 적용함으로써 콜센터요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또 ATM으로 인해 금융기관의 창구직원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블록체인으로 인해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지점급 금융기관은 아예 자취를 감추게 된다.
스위스 최대은행 UBS(Swiss Bank Corporation)는 보고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부자는 이득을 보겠지만, 저소득층은 그렇지 못해 세계적으로 부의 불평등이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았다. 이 보고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 등의 발달을 ‘4차 산업혁명’으로 규정지으면서, 갈수록 더 정교한 작업을 하게 되는 로봇에 의해 기존의 많은 인력이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저임금 단순 기술직일수록 임금이 깎이거나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직종은 사무직 등 이른바 ‘중급 숙련직’이다. 예를 들어 공장 조립라인 등에서는 이미 로봇이 인력을 대체해오고 있지만, 아직 로봇과 경쟁해본 적이 없는 직종은 앞으로의 변화에 직격탄을 받게 될 것이 뻔하다. 다만 고임금의 고급 기술직 등은 큰 영향을 받지 않거나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다고 UBS 보고서는 전망했다.
이런 추세는 한 사회나 국가 안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여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사람이든 국가든 소득·기술수준·부富의 ‘사다리’에서 상위에 있을수록 AI와 로봇 혁명의 혜택을 입게 되면서 양극화의 심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 여러분이 꿈꾸는 직업 역시 이와 같은 직업의 변화에 발맞춰 나아가야 한다. 특히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창직’ 활동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창직創職’(Job creation)이란 사회 변화에 따라 기존의 직업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직업을 만들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활동을 말한다.
자신의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경험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과정인 것이다. 자신이 가진 적성과 미래 사회의 트렌드에 맞춰 직업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청소년일수록 이에 도전할 가치가 크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상대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이처럼 급변하고 있는 직업 환경을 알게 된 이상 그에 맞춰 준비를 한다면 일자리 걱정은 안 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