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4차 산업혁명의 서막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대선 때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그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재계와 업계는 물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 7월 급기야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에 야권은 물이라도 만난 듯 “실패한 노동정책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사실 최저임금인상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2018년도 시급 인상률을 16.4%(1,060원)로 확정하면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17년 1월부터 적용한 7.3%(440원) 인상보다 배 이상 오른 시급으로 인해 정부의 일자리 창출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그렇잖아도 영세하기 이를 데 없는 편의점과 치킨집, 식당 등 골목상권에서 알바생 또는 임시직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신세가 된 것.
게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적용된 ‘주 52시간 근무제’ 역시 노동자는 물론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업주들이 반발하는 등으로 소기의 목표와는 역방향으로 흘렀다. 근로시간을 줄여 노동자에게는 삶의 질을 보장하고, 기업이나 업소가 부족한 노동력을 신규고용으로 보충함으로써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게 문 정부의 목표. 이를 위해 문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퍼붓는 드라이브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 같은 문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자의 임금이 줄어들게 하고 고용률이 크게 떨어지는 등 부작용을 가져오면서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결국 노동자와 사용자는 물론 국민의 마음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딜레마Dilemma에 빠졌다.
그렇다면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어떠한가. 윤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시행한 ‘주 52시간 근무제’를 뒤엎고, ‘주 59시간 근무제’ 또는 ‘주 60시간 이상 근무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노동자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격렬한 반발에 부닥쳐 ‘진퇴유곡’의 딜레마에 빠지긴 마찬가지.
작금의 이와 같은 노동정책 딜레마는 사실 정부의 잘못만은 아니다. 제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불가피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앞서 ‘4차 산업혁명 경계에 선 대한민국의 노동시장’ 편에서 ‘자동화가 가져온 생력화省力化’를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 지금은 로봇 등 AI(인공지능)를 장착한 자동화가 사람의 일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설사 강압적으로 고용을 늘리라고 해도 고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고 정부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4차산업혁명에 즈음하여 그 진단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오진을 했으니 당연히 백약이 무효한 처방을 내놓을 수밖에.
대통령은 산업 및 재계 인사들과 회합을 통해 산업재편 및 경제활성화와 고용증대 방안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꾸준히 해야만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사익을 위해 기업 총수들을 면담하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 하지만,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활성화 문제를 논의한다면 쌍수로 환영할 일이다.
대통령은 물론 경제부총리 등 경제팀은 기업 총수들을 수시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그리하여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산업재편 대책을 심도있게 마련해야만 한다. 기업들도 지금까지의 고전적 투자방식에서 탈피,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
이제는 전자부문 등 돈이 될 만한 분야에 경쟁적으로 투자할 일이 아니다. 신·재생에너지, 신소재, 미래식량과 육종산업 등 서로 다른 분야를 맡아 투자하는 방식 등을 강구해햐 한다. 정부가 투자를 강압하고, 그래서 기업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이에 따라서 될 일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 운영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위원회의 하는 일이 도무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윤석열 정부의 감사대상이 돼 있다.
그렇다면 새로 들어선 윤 정부는 어떤 비전을 내놓았을까. 윤 정부는 문 정부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폐기하고,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정부위원회(위원장 고진)는 ‘4차산업혁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윤 정부는 그만큼 ‘4차산업혁명’에 대한 심각성을 대수롭지 않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