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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b Aug 14. 2023

4차산업혁명에 걸맞은 교육혁신

Chapter 1. 4차 산업혁명의 서막

우리나라의 현재 취업률 저하와 실업률 증가 현상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만으로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 특히 공무원채용을 늘리는 등 공공부문에서의 고용증대는 단기적 처방이 될지는 몰라도 4차산업혁명의 거센 파고를 넘는 데는 역부족이다. 4차산업혁명의 특징은 생력화省力化이다. 결국엔 공무원 등의 숫자를 대폭 줄여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하는 상황에 역주행하는 격이다. 그 보다는 기업 등 민간부문에서의 선제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그리고 정부는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특히 4차산업혁명에 걸맞은 교육혁신이 가장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는 아득히 먼 과거에 머물러 있다. 초-중-고-대학과 같은 고전적 학제, 구태의연한 교과목과 커리큘럼Curriculum(교육과정) 등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만 한다. 특히 교육정책 및 행정가, 교사, 학부모의 대 인식전환이 있어야 한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발간(2015년·알키)한 <2016 한국이 열광할 12가지 트렌드>에 따르면 영국은 2014년 9월부터 G20 국가들 중에서 최초로 차세대 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1차산업혁명을 이루어 낸 나라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영국 정부는 이 때 ‘디지털 역량 배양’을 전 학년에 의무적으로 적용했다. 이에 따라 전국 초등학교 정규 교과목에 코딩 수업이 포함됐다.     

‘코딩Coding’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다른 말로, C언어·자바·파이선 등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 코딩 교육을 통해 논리력·창의력·문제해결력을 키울 수 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은 퍼즐이나 블록 맞추기 등 게임방식을 이용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원리를 배운다.

코딩이 중요한 것은 4차산업혁명시대를 대변하는 모든 것이 ICT(정보통신기술)를 바탕으로 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현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지능형 로봇 △빅 데이터 분석 및 활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책 <…12가지 트렌드>는 세계 각지에 파견돼 있는 KOTRA 주재원들이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의 숨은 트렌드를 발굴, 소개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들이 4차산업혁명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 1차산업혁명 발상지인 영국이 제2의 산업혁명(4차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교육은 우리가 본받을 만하다.

     

영국 초등학교에서는 5세부터 디지털 데이터를 검색하고 구성하는 방법을 배우고, 간단한 프로그램 제작과 시험을 한다. 이어 11세부터는 실제 프로그래밍 언어를 외국어 교육 개념으로 배우고 있다고 한다.

영국 정부는 10년 전인 2013년을 ‘코드의 해(The Year of the Code)’로 선포했다. 그리고 그해 2월부터 교육부를 통해 50만 파운드(한화 약 8억8,000만 원)의 교사 교육기금을 출연했다. 교사들이 의무교육 대상(15세까지) 학생들에게 컴퓨터 소프트웨어 코딩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왕립공학회(The Royal Academy of Engineering)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페이스북 등 IT 기관 및 소셜미디어기업들과 공동출자 펀드를 조성하여 교사들을 양성했다. 그 결과 2014년 9월부터 영국 전역을 대상으로 공교육 필수 과정을 채택할 수 있었던 것.

     

영국의 코딩 교육정책을 이루는 기본 철학은 ‘스템STEM’ 이다. STE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머리글자이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과학기술 관련 교과 간의 통합적인 접근이나 통합 과목을 의미한다. STEM 교육은 교사 중심의 강의식 수업을 탈피한다. 학생 중심의 문제해결 학습이나 탐구학습이 중심을 이룬다. 이로써 해당 과목의 학습을 심화하고, 관련 지식의 이용 가능성을 증대하는 것이다. 여기에 예술Arts 또는 기초 교양Liberal arts을 아우르는 과학·예술융합교육(STEAM)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과학·예술융합 국가고등교육 제도이다. 대학교 학부과정에서 STEM 관련 과목의 활성화를 위해 2009년부터 시작됐다. 특히 물리학, 화학, 공학 및 수학 과목의 인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영국 잉글랜드 고등교육재정심의회와 영국 웨일스 고등교육재정심의회가 공동으로 예산을 출자하고 있다.

이에 따라 6개 권역별 대표 대학을 선정, 지원하고 있다. 또 영국물리학회, 왕립공학회, 응용수학회 및 화학회 등 4개 단체와 협력하여 과목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전 국가적 차원에서 새로운 산업혁명에 대처하고 있다.      

영국이 정부 주도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추진하는 것은 단순히 IT산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먼 미래를 내다보며 영국이 디지털 문명의 선도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보다 큰 목표를 갖고 있다. 디지털 문명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게 되는 차세대 산업혁명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한편 IT 강국 에스토니아는 영국에 앞서 지난 2013년부터 공교육 코딩 과목을 도입,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칭 IT 강국이라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IT 전문가들은 한국의 IT 경쟁력이 매우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세계 최고 수준인 인터넷 속도를 제외하면 IT 분야에서 자랑할 만한 게 하나도 없다고. 일반인들도 IT를 정보기술이 아니라 스마트폰 제조와 같은 전자산업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현재 초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이 부분적으로 코딩수업을 하고는 있다.

영국 정부가 디지털 교육을 실시하면서 컴퓨터공학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크게 변하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과 앱을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컴퓨터 엔지니어가 선호 직종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 영국 학부모들도 ‘코딩’을 좋은 일자리를 얻고 부자가 될 수 있는 기초적인 기술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몇 시간 동안 비디오게임을 하면 방치할 수 없지만, 코딩 공부를 한다면 밤을 새워도 좋다는 반응이라고.      


이같은 관점에서 영국의 ‘전 국민 디지털화’ 전략은 우리가 본받아야 한다. 우선 지금의 고전적 학제와 커리큘럼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통합하고 이 때부터 친ICT 커리큘럼을 도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학교와 고교를 통합, 5~7년제 ‘중등과정’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이 중등과정에서 코딩을 전문적으로 익히고, 프로그래밍을 하는 등 ICT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바로 ‘미래형 인간(퓨처스마트)’을 배출해내는 것이다. 이들은 중등과정 졸업만으로 바로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창업이나 창직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대학을 가지 않고도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포화상태인 대학은 과감히 통폐합 등을 통해 ‘미래(신기술)학문의 전당’으로 재편해야 한다.     

국제신문이 실시한 중학생 기자체험 프로그램에서 온라인 강의를 하고 있는 필자(송동선 기자)

인구가 극감하면서 도회지 초등학교조차 입학생이 적어 텅 비는 교실이 늘어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2023년 3월 1일 현재 폐교된 초등학교는 48개교에 이른다. 그리고 서울시에서도 같은 날 기준, 4개 초등학교가 폐교됐다. 부산시 등 지방에서는 인구가 갈수록 감소하는 현상에 따라 폐교되는 학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인구가 집중되고 있는 서울 지역에서도 폐교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들 폐교는 절반 이상이 매각되고 있다. 그리고 재활용 학교는 미미하고 대부분 미활용 학교로 방치되고 있다. 따라서 남아도는 교실을 유치원 또는 다양한 ICT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아예 컴퓨터(노트북·태블릿 등)와 스마트폰을 포함한 디바이스Device 활용 수업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장기 플랜으로 일렉트로닉 스쿨Electronic school 또는 디지털 스쿨Digital school로 만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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