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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환자에겐 운동이 필요해요.

by 뇌전증과삶

대학교에 가고 여러 밥 먹을 자리가 많아져서인지 나는 급격하게 살이 쪘다. 살이 너무 찌자 처음에는 식단으로 조절하려고 했는데 조절이 안 돼서 뭔가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는 겁쟁이 페달이라는 만화를 접했다. 이 만화는 자전거를 타는 만화인데 너무 인기를 끌어서 한때 일본에서는 뮤지컬도 나온 만화다.


만화를 읽으면 뭔가 나도 해보고 싶다는 느낌이 나를 덮쳐왔다. 뭔가 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 나도 주인공처럼 사실 자전거를 잘 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를 사기 전에 의사 선생님께 상담받으러 갔고 혹시 자전거가 안될 때 다른 건 어떤 걸 할 수 있는지 내가 하고 싶은 운동을 적어가 하나씩 물어보았다.


뇌전증 환자가 할 수 있는 운동들은 정말 간단했다. 딱 하나로 정리하자면 '누군가의 감독 하에 할 수 있는 운동'이였다.


예를 들어 단체요가를 하는 경우는 내가 발작하더라도 어차피 바닥에서 하기 때문에 크게 다치지 않는다. 또한 요가강사님이 항상 감독을 해서 더욱 안전한 운동이다. 필라테스도 비슷했지만 기구위에서 하므로 살짝 위험할 수 있다.


수영은 감독하에 해도 되지만 그 감독이라는 게 1:1 감독이였다. 주민센터에서 하는 수영 아침반 이런 게 아니라 진짜 코치가 바로 옆에서 감독을 해준다면(언제 발작이 생길지 모르니 발작 때 바로 구해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발작하면 매우 위험해진다.) 해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정말 부자 아니면 개인 수영장에서 코치가 1:1로 감독해줄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을 거라 생각되어 패스했다.


자전거 또한 매한가지였다. 충분히 보호장구를 차고 누군가가 바로 옆에서 보조해줄 수 있는 경우 해도 된다고 했다.(해도 된다고 들었지만 이것 또한 자전거 속도를 맞추면서 상태가 안 좋으면 크게 남어지지 않도록 바로 잡아야 해서 개인비서 혹은 보디가드가 있는 게 아니라면 불가능해 보였다.)


그리고 클라이밍같은 운동들은 금지였다. 뭐 이유는 누구나 쉽게 유추 가능했다.

그것 말고는 운동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았다. 요가. 헬스. 산책. 달리기 등등 실제로 운동하면 뇌전증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뇌전증 환자들에게 운동은 적극적으로 권장된다.


의사 선생님과 상담 후 나는 깔끔하게 포기했다. 나도 겁쟁이 페달처럼 자전거는 탈 수 없지만 그거 말고도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다른 것을 해보기로 했다.


나는 혜미와 처음에는 요가를 했고 너무 재미없어서 줌바댄스나 춤을 배웠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내가 열심히 땀 흘리거나 운동할 때는 한 번도 쓰러진 적이 없다. 그런 거 보면 정말 운동이 뇌전증의 발작을 어느 정도는 완화하는 게 맞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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