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파혼 후 나는 혜미와 자주 얘기를 했다. 혜미는 그 당시 둘째를 임신한 상태였지만 내 얘기를 잘 들어주었고 나를 위로해주었다. 평소였다면 놀리며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얘기했을 텐데 혜미가 보더라도 파혼은 힘든 일이였던 거 같다.
나는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한 생각이 멀어졌다. 그도 그럴것이 어차피 열심히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해봤자 결국 결과는 똑같을 게 뻔했다. 부모님이 없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 이상 결과는 불보듯 뻔했다.
그러다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나를 오빠처럼 챙겨주었다.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나를 아껴주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와 연애를 했다.
그가 처음 사귀자고 얘기했을 때 나는 현실적으로 다 물어보았다. 내 상태를 다 얘기해주며 감당할 수 있겠냐고 말이다.
두 번의 파혼과 뇌전증으로 인한 발작 이 얘기를 했을 때 나는 속으로 간절히 '괜찮다고'라는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
'뭐 어때 죽는병도 아니잖아?'
그는 놀랍게도 혜미랑 성격이 비슷했다. 그리고 하는 말도 비슷했다. 항상 큰 일이 있건 내가 쓰러지건 간에 항상 내 곁을 지켜주고 내가 발작으로 인해 데이트 도중 갑자기 호텔가서 쉴 때도 나를 재우고 옆에서 영화를 본다거나 혼자 핸드폰 게임을 했다.
나는 그 무던함이 너무 좋았다. 그는 내가 발작하고 쓰러지면 괜찮냐며 좀 쉬고 가자며 근처 카페나 혹은 누워서 쉴 수 있는 곳으로 가서 내가 안정될 때까지 지켜주었다.
(결혼하고 알았지만 나 재워두고 옆에서 핸드폰 게임 하고싶어서였다. 원래 집순이라 멀리까지 나가기 싫고 집에만 있고싶어 했다고 한다 ^^)
나는 이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혜미에게 지금 만나는 사람에 대해서 얘기하자 너 이번에 결혼한다 라는 대답을 들었다.
'네가 이렇게 편안해 한 건 처음인 거 같다 야'
남자친구는 나를 정말 편안하게 해주었다. 내가 짜증내도 다 받아주고 나를 아껴주었다. 내가 성격이 안 좋아서 데이트 도중 집에 가버릴 때도 그는 항상 내 곁에 있어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싸우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결혼을 하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