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강 소브라가(Tsagaan Suvarga)

둘째 날, 3월 24일(월)

by 김연화

※ 여행을 계획할 때는 충분한 물과 식량을 준비하고, 반드시 현지 도로 상황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차강 소브라가(Tsagaan Suvarga)

몽골 남동부에 위치한 장엄하고 독특한 절벽 지형으로, ‘흰 불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약 60m 높이와 400m 길이의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몽골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릴 만큼 사막과 절벽의 조화가 아름답고, 특히 일몰 시 붉게 물드는 풍광이 절경이다.
이 지역은 바람과 비가 수백만 년 동안 조각해 만든 자연의 예술작품으로, 여행자들 사이에서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 트레킹과 협곡 탐험, 일몰 감상이 인기 활동이며, 큰 일교차와 모래바람에 대비해 따뜻한 옷, 선글라스, 모자, 운동화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아무도 없는, 할매들만 있는 차강 소브라가
40m 깊이의 바닷속

어제 늦게 잔 탓에 7시 기상에 늦어버렸다. 그대로 튀어나가 차 안에서 선크림을 덕지덕지 발랐다.

울란바토르의 고질적인 교통체증을 다시 한번 겪으며 도심을 탈출한 끝에, 9시 30분이 되어서야 어느 편의점에 도착해 아침을 먹었다. 원하는 음식을 고르는 자유식이기에 나는 김밥을 골랐다. 그런데 채식을 고수하는 혜의 아침밥이 난제다, 달걀도 직접 생명이라 먹지 않으니 참으로 고를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기어이 편의점의 도시락에서 돈가스를 빼내고 그만의 아침을 만들어냈다.


기사 더기 씨와 가이드 어기 씨에게 선물로 준비해 간 라면, 초코파이, 커피와 사탕 등을 인사로 드리고 처음으로 찬찬히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다. 어기 씨는 귀엽고, 더기 씨는 더없이 믿음직한 모습이다. 이 인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짙어졌다.


낯선 편의점에서 한바탕 법석을 떤 후에 다시 차에 올라, 모래바람인 줄도 모르고 그 한가운데로 직진했다. 가도 가도 일직선의 이차선 고속도로다. 얼마나 달렸을까, 갑자기 차가 멈추고, 가이드는 사진을 찍으라며 우리를 내보낸다. 멋모르고 먼저 내린 언니 둘은 몽골사막의 모래바람을 오지게 맞았다. 그 모습을 본 우리는 스카프라도 둘렀지.


낙타 군단! 낙타들은 피할 나무 하나 없는 모래 평원 위에서 온몸으로 모래를 맞으며 모래를 떠안고, 모래와 우아하게 대면하고 있었다. 나는 두 귀와 입으로 모래를 들이마시며 동영상을 찍었는데, 그 안에 진짜 몽골이 담겨있었다. 정말이지 몽골의 바람을 처음으로, 된통 겪었다.


낙타의 긴 속눈썹은 단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막의 바람을 받아내기 위해 발달한 수천 년의 지혜였다. 더 놀라운 건 앞쪽 낙타만 바람을 맞게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두 세 마리가 천천히 움직이며 앞으로 자리를 옮겨 선봉장의 자리를 교체하고 있었다. 아!



13시, 한 쇼핑몰에 도착했다. 1층은 오토바이까지 파는 쇼핑몰, 2층은 다양한 가게와 작은 레스토랑들이 모여있다.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저 끼니를 메울 정도의 점심을 먹었고, 화장실 없는 화장실에 갔다가 결국 손뜨게 인형을 하나 샀다. 6만 투그릭인데 깎아서 4만에 구입했다. 안 파는 것보다 파는 것이 좋지만, 꼬박 이틀 걸려 만든 인형이 그렇게 헐값에 팔리니 뜨게 명인의 인상이 흐려졌다. 인형은 정말 맘에 들었다. 봐도 봐도 정성이 읽힌다. 그러니 다시 생각해 보자.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제대로 값을 지불하는 것이 옳지. 결국 나는 2만 투그릭과 이틀 꼬박 뜨개질한 그녀의 시간과 노력을 갈취한 대낮의 강도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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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폭풍 때문에 앞길이 걱정되어 가이드가 우리를 재촉한다. 푸르공의 앞뒤 자리를 바꾸어 앉은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15시, 차강소브라가. 고속도로에서 평원으로 길을 꺾어 들어가니 우리의 몸도 풍선 인형처럼 마구 꺾인다. 비수기여서 그런지 한 명이 투어 중인 푸르공과 우리의 차량, 단 두 대만이 고대의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다.

40m 깊이의 바닷속.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 터키의 카파도키아가 오버랩되며, 이 풍광이 낯설지 않다. 어딘가에 앉아 지평선을 바라보며 넋 놓고 머엉하니 대지를 느껴보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그러나 바람은 갈수록 거세어지고, 우리는 바람에 날려가는 몸을 푸르공에 기대어 간신히 버텼다. 차는 다시 아슬아슬하게 발을 내디디며 밑으로 향한다. 길은 울퉁불퉁하지, 오르막 내리막 연속이지, 모래바람은 가없이 차를 때리지... 더기 씨의 뛰어난 운전 실력을 믿지 않았다면 마음이 무너졌을 것이다. 멀미 징조로 하품이 쏟아졌다.


16시 30분, 다시 평원을 내달아 고속도로에 올랐다.

18시 30분, 슈퍼마켓에 도착. ATM기를 포착한 후 40만 투그릭을 인출했는데, 환율은 0.441 정도였다. 어제 울란바토르의 편의점에서는 환율 0.518이었지. 유목업이 발달한 나라이니 유제품의 질이 뛰어남은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여 맛난 요거트 두 개를 구입했다.


오늘은 투어사에서 일반 게르 대신 호텔을 예약해 주었으니 따뜻한 물로 샤워가 가능하다. 가위바위보에서 져 세 명은 2층을 쓰게 되었는데, 웬걸, 2층이 훨씬 넓고 좋았다. 라디에이터도 있어 속옷과 양말을 세탁하여 말렸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는 라디에이터 위에서 속까지 젖은 두꺼운 등산화도 말려 신었다.


타월이 두 장 뿐이어서 반쪽씩 쓰기로 하고 그 문제는 해결했는데, 아뿔싸, 혜가 샤워 중 불이 나가버렸다. 우왕좌왕! 바람 탓에 전기가 끊겼다며, 정부가 언제 수리하여 불을 켜 줄지 모른단다. 혜는 찬물에 비눗기만 빼고 나왔다. 이런 경우에는 옆에 있는 병원조차도 불이 나간다니!


21시 30분, 연리지초 2개와 헤드랜턴 2개를 밝히고, 은은한 불빛 아래 분위기 있게 저녁을 먹었다. 어기 씨가 끓여 준 닭스프는 참으로 맛있다.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고, 그리고 내일 아침밥까지도 고추장에 비벼두었다. 식사 후 어둠 속에서 전생 얘기를 하고 있던 중, 22시 30분에 전기불이 다시 우리를 찾아왔다.


3층 식당에서 컴퓨터 작업 중. 주인아주머니는 참으로 유쾌한 멋쟁이다. 전기 때문에 중단된 빵 반죽을 다시 돌리는 동안 내게 몽골 활 쏘는 법을 알려준다. 휘파람을 불며 개를 실내에서 산책시키더니, 속옷 차림으로 나타나 내게 불 끄는 법을 설명하고 자러 간다.

새 날 1시. 사진 정리하고 이제 나도 내려가서 자야겠다. 내일은 얼굴을 온통 싸매고, ‘고비사막 모래의 노래’를 녹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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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멋쟁이 주인 아주머니에게 몽골의 활쏘는 법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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